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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투아 왕의 사랑

인생멘토장인규 2008. 11. 19. 10:03



[그림]Edmund Blair Leighton(英,1853-1922) ◈ The King and the Beggar-maid (1898)







그림을 클릭하면 큰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코페투아 왕의 선택



    아프리카에 코페투아라는 젊은 흑인왕이 있었다.
    그는 주위의 걱정을 살 정도로 여자를 멀리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거리를 지나가던 어여쁜 거지 소녀를 보게 되었다.

    순수한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코페투아, 마침내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조용한 궁궐에는 평지풍파가 일어났다.
    왕이 거지소녀와 연을 맺는다니
    두 사람은 신분이나, 혈통, 모든 것이 극과 극을 달리는 상대였다.

    자신의 사랑을 송두리채 바칠만한 운명이라 느꼈만 문제는
    그녀가 거지라는 신분이였다. 결국 왕관을 위해 사랑을 버리느냐,
    아니면 사랑을 따라가는냐 하는 선택의 순간이 왔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손에는 지금 그가 버려야할왕관이 들려있다.
    왕도 여인 앞에선 한 사람의 남자일 뿐이였다.
    그는 결국 사랑을 선택하고만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는 유럽 문명의 전통적인 금언이
    이 사건에서도 다시 한번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테니슨이 민요를 토대로 지은 <거지소녀>라는 시의 내용이다.
    그림의 내용은 엘리자베스 1세 시절의 민요를 토대로 한 것인데,
    시인 테니슨이 이를 "거지 소녀"라는 시로 아름답게 정리한 바 있다.
    그 주제는 권력도 무릎을 꿇리는 사랑의 힘 정도가 되겠다.



    A Song of a Beggar and a King



    Alfred Tennyson  (英,1809-1892)


    왕이여 무릎꿇지 마소서

    소녀는 낮은자입니다
    저 같은 이에게 베풀지 마소서
    그대의 마음을 주지 마소서
    가진 것 없는 자는 욕심이 많음이니

    더이상 어리석은 생각을 하기전에
    왕이여 제발 그 몸을 펴소서



    그대가 가진것이 없다고 누가 그랬소이까
    내눈에 그대는 황금보다 귀한 꽃이오
    내 손의 왕관보다 무거운 마음이오
    그대가 가진것이 없기에 오히려 기쁘오
    온전히 나로써 그대를 채울수 있으니 말이오





[그림]Edward Burne-Jones (英,1833-1898) ◈ King Cophetua and the Beggar Maid(1884)





    이 그림은 에드워드 번 존스가 그린 "코페투아 왕과 거지소녀"이다.
    이 그림이 처음 런던과 파리에서 전시되었을 때 굉장한 호응을 얻었다.
    물질적 부와 권력에 대한 거지 여인의 미와 정신적 가치의 승리라고들 하였다.


    왕이 거지와 결혼한다는 평등사상은 번 존스의 절친한 친구이자
    당시 크게 붐을 일으켰던 사회주의예술공예운동의 대가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세로로 길게 그려진 그림 안에 소녀와 기사, 그리고 두 명의 젊은이가  있다.
    구석구석 꼼꼼하고 정밀하게 묘사돼 꽤 공들여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경직돼 보이지 않고 화사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주어
    보는 이의 망막을 충만한 시각적 즐거움으로 물들인다.

    젊은 시절부터 이 주제에 매료되었던 번 존스는 그 사랑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해 예술가로서의 모든 재능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과도하리만치 공들여 그려진 이 그림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청순한 소녀의 모습이다.
    그 위치가 화면 중앙이어서이기도 하거니와 그녀만의
    투명한 살빛이 다른 부분들과 명료히 대비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맑은 얼굴과 영롱한 눈빛,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입술은
    그만큼 낭만적으로 다가오고, 빛이 떨어지는 하얀 어깨와 발등은 흰 눈처럼 빛난다.

    상반신과 하반 신을 살짝 비튼 포즈도 그렇고,
    그로 인해 리드미컬하게 돌아간 발가락은 지금 소녀의 마음이
    얼마나 섬세하게 떨리고 있는지 잘 전해준다.

    그런 그녀를 명상하듯 바라보는 코페투아 왕은
    반대로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있다.
    무사의 갑옷이 자아내는 권위와 무게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짙은 얼굴과 그 얼굴에 담긴 고뇌가 그를 어둠으로 몰아간다.

    지금 그가 왕관을 벗어 손에 들고 있다는 것은
    소녀에 대한 경의의 표시임과 더불어,
    그가 버릴 부와 영광의 상징이다.
    벗겨진 왕관은 소녀의 오른손에 들려 있는
    아네모네 꽃과 대비되는데,
    아네모네는 '거부된 사랑'을 뜻한다.

    이제 코페투아가 왕관은 버리면 지금껏 사람들로부터
    거부되어 온 소녀는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한 남자에게 영원히 받아들여질 것이다.

    왕의 고뇌도 끝나고 두 사람은 밝은 빛 아래 영원한
    평화와 행복을 누릴 것이다. 이 순수한 사랑과 행복이 부러워셔였을까.
    화가는 거지 소녀에게 자신의 아내 조지아나의 모습을 입히고
    코페투아 왕에게는 다소 변형되기는 했으나 자신의 모습을 입혔다.
    은근히 개인적인 사랑의 희구를, 사랑의 세레나데를 읊은 그림이다.








 

2007-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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