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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요의' 거지소년'

인생멘토장인규 2008. 11. 18. 23:04


[그림]Bartolomé Esteban Murillo(Esp,1617~1682)◈The Young Beggar/Le Mendiant(1650)






그림을 클릭하면 큰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무리요는 스페인의 세빌이라는 지역에서 활동했던 화가이다.
    세빌이라는 지역은 종교화를 주로 그리던 수르바란이
    활동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스페인 화가들은 대부분
    카라밧지오나 플랑드르 화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무리요의 <거지 소년>에서도 어느 정도 그러한 흔적이 나타난다.

    화면 왼쪽에서 쏟아지는 한낮의 밝은 햇살이 창문 안으로 들어와
    한 소년을 비추고 있다. 짧게 깎은 머리에 낡고 찢어진 옷,
    더러운 맨발 차림의 소년은 이제 막 구걸을 마치고 돌아와 쉬고 있다.

    힘들게 얻어 온 과일이 몇 가지 음식이 더 들어 있는 듯
    불룩한 갈대 바구니와 함께 소년의 발치에 놓여 있는데,
    소년은 거기에 시선을 주지 않고 옷을 끌어내려
    햇빛을 더 많이 쬐는 데에만 열중하는 모습이다.

    소년이 기댄 벽과 창문이 있는 벽이 만나서 드리워지는
    어두운 공간은 묘한 슬픔과 동정심을 유발하고 있다.
    이는 어둠과 빛이 극적인 대조를 이루며 소년에게만
    빛을 집중시키는 카라밧지오의 "테네브리즘(Tenebrism) 기법"이
    사용되어, 움막 속 공간에서 거지 소년의 육체만이
    연극 무대처럼 조명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명암의 대비인데.
    이주헌은 이 작품에 대한 해설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빛은 그렇게 와 닿을 뿐, 사물로 깊이 스며들지는 않는다.
    얼마 뒤 빛은 곧 그 자리를 떠나 사라져버릴 뿐이다.
    반면에 그림자는 언제나 이 공간의 영원한 주인이다."


    -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읽기> 中 -

    무리요의 작품 <거지 소년>은 17세기 바로크 예술이 부여했던
    신앙과 권위의 흐름에서 완전히 탈피한 듯 보인다.
    또한 부드러운 윤곽선으로 처리된 사물과 단순한 실내 풍경이
    정적인 분위기를 만들면서, 극사실적으로 묘사된
    거지 소년의 일상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풍속화이다.







 

 

2007-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