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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의 ' 자화상'

인생멘토장인규 2008. 11. 18. 19:25


[그림]Rembrandt van Rijn (和,1606-1669) ◈ Self-Portrait(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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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용기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스탈린 시절.화가들은 목숨을 내놓고
    그의 초상화를 그려야만 했다.스탈린의 외모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볼품없었다.작은 키에 뚱뚱했던 그는
    다리가 휜 데다 좁은 이마에 얼굴은 곰보자국으로 얽어 있었다.
    그런 스탈린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했다가는 무슨 꼴을 당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림]◈ Joseph Stalin (露,1879-1953) ◈
 





    당시 스탈린은 수백 점에 달하는 자신의 공식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많은 궁정화가를 고용했고 공장의 생산라인을 방불케 하는
    예술가 부대를 지휘하고 있었다.이 화가들에게는 가능한 한
    스탈린과 닮게 그리되 예술적 재능을 총동원해
    그를 미화시켜야 한다는 사명이 주어졌다.

    황제처럼 품위를 갖춘 미남이 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스탈린은
    더할 수 없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 Ancient Coinage of Macedonia, Kings, Antigonos Gonatas(希,B.C.382~B.C.301)◈
 





    자신의 추한 모습을 근사한 모습으로 남기고 싶은 사람의 심리는
    비단 스탈린뿐만이 아니다.고대의 화가들은 애꾸눈 왕 안티고노스의
    초상화를 그릴 때 눈이 온전한 쪽 얼굴을 옆모습만 보이도록 그렸다.
    그렇게 하면 누구도 왕이 애꾸눈인지 알아차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 Perikles (BC 490?∼BC 429)◈
 





    고전기 아테네 민주정치를 화려하게 꽃피운 정치가 페리클레스의 초상을
    제작할 때도 화가와 조각가들은 그의 기형적인 모습을 최대한 가리기 위해
    묘안을 짜냈다.페리클레스의 이마는 비정상적으로 길어 양파처럼
    뾰족해 보였는데 그의 머리에 투구를 씌워 그 허물을 감쪽같이 가렸던 것이다.

    고대 ‘영웅전’의 저자인 플루타르코스는 그의 저서에서
    “고대의 화가들은 왕의 초상을 그릴 때 신체에 흠이 있더라도
    그 부분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처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모습과 닮았으면서도 완전한 모습으로 만드는 기술이 있어야만
    화가나 조각로서 명성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림]Gogh, Vincent van (佛,1853~1890)◈ Portrait of Paul Eugene Milliet (1888)
 





    그러나 르네상스 이후 진실을 그대로 화폭에 옮기는 화가들이 등장하면서
    화가와 초상화 주인은 심한 갈등을 겪게 된다.1888년 ‘불꽃의 화가’
    고흐는 알제리에서 근무하는 프랑스 군인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다.
    황소처럼 듬직한 어깨에다 호랑이처럼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이 남자는
    초상화의 모델로서 누가 보더라도 탐낼 만했다.

    그는 고흐의 그림을 보고 퍽 마음에 들어하며 자신의 초상화에 큰 기대를 걸었다.
    초상화가 완성될 때를 학수고대하던 군인은 그러나 완성된 초상화를 보고
    치미는 화를 참지 못한다.그럴 듯하게 보이고 싶은 기대를 배반하고
    고흐가 자신을 미치광이처럼 그렸던 것이다.

    분을 참지 못한 군인은 그림을 고쳐달라고 거세게 요구했지만,
    고흐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이 일로 군인은 고흐에 대해
    험담을 하고 다녀 고흐의 평판에 큰 상처를 입혔다.



[그림]Rembrandt van Rijn (和,1606-1669) ◈ Self-Portrait(1669)






    사람들은 누구나 실제 모습보다 더 근사한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렘브란트가 말년에 그린 자화상들을 보면 진실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렘브란트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저세상으로 보내고,명예도 돈도 잃어버린 늙고 초라한 모습을
    털 한 올도 빠뜨리지 않고 감동적으로 그려냈던 것.

    더 이상 빼앗길 것이 없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체념과 달관이 서린 얼굴은
    인생의 허무와 쓸쓸함을 말해주고 있다.그 자화상들은 마침내 인생의 종착역에
    서 있는 한 인간의 솔직한 자기 고백이며 증언이다.
    그래서 그는 그토록 한없는 애정과 연민을 담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명옥 <갤러리 사비나 대표>






 

2007-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