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명화갤러리[명화·신화이야기]

'볼가 강가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

인생멘토장인규 2008. 11. 18. 16:34


[그림]Ilya Yefimovich Repin (露,1747-1827) ◈ Barge Haulers on the Volga(1870-73)







그림을 클릭하면 큰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볼가 강가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


    군인의 아들로 태어난 레핀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 아카데미에서
    전통적인 미술 교육을 받았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완성한 첫 작품 <볼가 강가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로
    화단에서 큰 갈채를 받는다.

    스타소프라는 비평가는 "이 작품은 현재 러시아에서 제작된 어떤
    작품보다도 뛰어나다"
    고 위대한 신인의 탄생을 축하했다.
    그러나 <볼가 강가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은 단순히 그의 초년 시절의
    뛰어난 성취에 그치지 않고 지금도 그의 예술을 대표하는
    불후의 명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림은 배를 끌어주는 일로 삶을 영위하는 가난한 항구 노동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10명의 헐벗은 노동자들의
    앞가슴에 팽팽한 띠를 두르고 커다란 배를
    힘겹게 끄는 모습이 잊을 수 없는 이미지로 포착돼 있다.

    거드릅 피우듯 아무 표정없이 떠 있는 배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가며 악전고투를 벌이는 노동자들,
    전자가 기득권 체제를 공고히 떠받드는 거대한 사회구조를 상징한다면,
    후자는 그 모순에 신음하며 이에 대한
    저항의 의지를 불태우는 민중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 작품의 탁월한 예술적 성취는, 그 긴장과 대립의 표정 위에
    짙은 휴머니즘의 향기가 뿌려져 있는데 있다.
    사실 그려진 인물들은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라를 구한 영웅이나 위대한 지도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영웅적인 투쟁의 선봉에 선 사람들이다.
    비록 빵 한 조각을 놓고 벌이는 투쟁에 불과할지라도
    그들의 투쟁은 고귀하고 아름답다.

    그들은 스스로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주어진 조건 아래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들의 가난과 고난은 결코 그들을
    비루한 인간으로 전락시키지 못한다. 그들은 그 어떤 극악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포기하지 않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 사람 한 사람 그 내면까지 체험할 수 있도록
    성격과 심리를 생동감 넘치게 표현한 부분은 압권이다.
    인간에 대한 폭넓은 성찰, 삶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나올 수 없는 묘사이기 때문이다.

    이십대 후반의 화가가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그 천재성은 그후
    <쿠르스크 현의 십자가 행렬>,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소피아 알렉세예브나 황녀>, <터키 술탄에게 편지를 쓰는 카자흐인들>,
    <이반 대제와 그의 아들> 등의 걸작을 통해 거대한 예술적 성취의 산맥을 이룬다


    - 노성두, 이주헌 <명화읽기> 중에서








2007-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