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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gall, Marc(1887-1985)-Bride with a Fan

인생멘토장인규 2008. 11. 6. 13:59


[그림]Chagall, Marc(1887-1985)◈Bride with a Fan

 
 




    마리안느에게의 書



                        이 근배


    1.
    잎이 진다.
    쓸쓸한 哀歌의 먼 前歷에서부터
    내려쌓이는 나의 애정,
    지금 나는 잃어 버린 생활의
    무한한 어둠 속에서
    하나의 외로운 촛불, 흩날리는 휴지의
    가느다란 환상에 파묻혀 있다.
    마리안느,
    산까치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성채의 오랜 전설 속에
    너의 얼굴은 얼마나 젖어 있는가,
    하얀 꽃빛깔로 얼마나 떨며
    외로운 밤을 걸어 나오는가.
    시방, 달빛에 출렁이는
    젊디젊은 湖面은 끝내 잠 안 들고,
    나는 불태우고 있다.
    떨어진 꿈의 조가, 너의
    긴 머리칼에 묻어 우는 노래를.

    2.
    혼돈의 밤은 별떨기의
    빛나는 예감에 지새고
    검은 布帳으로 드리운, 너의
    타는 눈동자
    마리안느.
    햇빛과 착한 짐승들이 가득 찬
    깊은 詩의 숲을 지나
    너의 사랑이 피를 닳는 성문은
    지금도닫혀 있는가.
    신비한 꽃이라 불러 좋을,
    죽음을 바라보듯 내가 보는
    영원의 어느 길목에
    잎이 지는 시간의 말없는 눈빛을
    뿌리며 하얀 꿈을 사는가.
    맨살로 벌판을 달리던
    내 젊음의 계절에 눈이 내리고
    호수 저쪽 무서웁도록
    나를 황홀케 한
    마리안느.
    너의 차고 비린 입술을 더듬어
    아무도 없는 빈 거리에
    나는 지금 걷고 있다.

    3
    지금도 배는 떠나고 있다.
    기적처럼 먼 기�의
    마리안느를 위하여
    나의 櫓는 쉬지 않는다.
    잔을 들어 외로운 가슴을 적셔도
    타오르는 촛불,
    어두운 궁전의 신비한 사랑은
    아주 씻어지지 않는다.
    산의 요정들은 그 슬픈 울음으로
    나를 매료하지만,
    마리안느.
    가난한 청춘의 내 노래는
    다시 어느 땅에 묻어 둘 것인가.
    밤이 가면 지상에 떠오르는 아침,
    메마른 살의 피로 씻어도
    하나의 꿈은 지워지지 않는다.
    잎이 지고 바람이 부는
    내 마지막 계절의 언덕에서
    끝내 신선한 눈물로 幻影하는
    마리안느.
    너의 호흡은 천지의 어디에서나 살고,
    무한한 뱃길을 열어 주는,
    내 생활의 빛으로 타고 있다.


 
 
 

 

 

200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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