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명화갤러리[명화·신화이야기]
사랑을 거절한 여인의 운명 포세이돈과 개울의 님프 나이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인 어부 글라우코스는 그물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며칠 동안 허탕을 친 뒤라 손에 와 닿는 묵직한 감에 그는 몹시 기쁜 마음으로 그물을 잡아당겼는데, 어찌된 일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온힘을 다해 기합을 넣어가며 그물을 잡아당기자 물 밑에서는 더 필사적인 힘으로 그물을 아래로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또 다시 허탕을 치면 이젠 굶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 는 바다의 신 오케아노스에게 힘을 주시라고 기도하며 그물을 쥐어 당기면서 땅을 디딘 발에 더 힘을 주었다. 바다의 신은 그의 기도를 들어주었다. 마침내 그물이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그물 속에 든 고기가 모습을 나타내자 그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림]Paul Klee (獨,1879-1940)◈ The Goldfish (1925) 그것은 사람의 몸뚱이보다도 더 큰 황금빛의 아름다운 물고기였다. 그물이 뭍으로 당겨지자 글라우코스의 손이 닿기도 전에 마치 장막이 걷히 듯 천천히 그물이 벗겨내려졌다. 글라우코스는 땅 위에 누운 물고기의 아름다운 지느러미를 감격하여 쓰다듬었다. 물고기가 헐떡이며 지느러미를 움직였다. 우아하게 움직이는 물고기의 너무나 아름다운 자태를 보고 글라우코스는 자기도 모르게 물고기의 등을 끌어안았다. 그러자 다음 순간 갑자기 물고기가 몸을 일으키는 것 같더니 순식간에 물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나는 듯이 헤엄쳐가기 시작했다. 글라우코스는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하고 무서워서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물고기의 등에 죽은 듯이 붙어있었다. 그렇게 얼마간 헤엄쳐 가던 물고기는 어느 외딴 섬에 이르러 글라우코스를 내려놓더니 섬 위에 융단처럼 깔려있는 풀을 조금 뜯어먹고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유유히 헤엄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림]John William Waterhouse ◈ A Mermaid(1901) 여성인어는 mermaid라고 하고 남자 인어는 merman이라고 한다 인어는 요정처럼 마술과 예언의 힘을 가지고 있는 초자연적인 존재로 전설에 따르면 인어는 음악을 좋아 하고 노래를 잘 부르며, 아주 오래 살기는 하지만 영원히 사는것은 아니며 영혼도 없다고 한다. "이것은 신의 조화인가, 아니면 저 풀에 어떤 영험이 있는 것인가, 그래 혹시 풀에 영험이 있다면 어떤 풀인지 알아봐야겠다." 어안이 벙벙해 있던 글라우코스는 물고기가 뜯어먹었던 풀을 조금 뜯어 씹어보았다. 쌉쌀한 맛이 났다. 그리고 갑자기 그는 몹시 목이 마름을 느끼고 물이 그리워져 미친 듯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먹은 풀은 물의 신들의 불사의 약초였던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글라우코스는 불사의 몸이 되기는 하였으나 그의 하반신은 물고기로 변하고 말았다. [그림]John William Waterhouse ◈ The Merman (1892) 글라우코스의 머리카락은 바다빛으로 변하여 물위에 길게 드리워졌고, 그의 다리는 은빛으로 빛나는 지느러미가 되었다. 그러나 넓은 어깨와 매끄러운 피부에 조각처럼 수려한 그의 얼굴은 다리를 가지고 있을 때보다 빛나는 물고기의 지느러미에 더욱 잘 어울렸다. 신들도 칭찬할만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바다의 신 오케아노스와 그의 아내 테티스는 글라우코스를 따뜻이 맞아 그에게 예지의 능력을 주고 바다에서 영원히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림]William Turner(英,1775-1851) ◈ Glaucus and Scylla (1841) 스킬라에게 구애하는 글라우코스 불사의 생명을 얻은 글라우코스는 종종 자기가 살던 육지가 그리워 해안을 맴돌곤 했는데, 어느날 글라우코스는 육지에 가까운 바위에 앉아있다가 해안을 산책하고 있던 아름다운 처녀 스킬라를 발견하였다. [그림]◈ Glaucus and Scylla 스킬라가 어찌나 아름다왔던지 글라우코스는 그녀를 보자마자 그만 심장을 꿰뚫는 듯한 강렬한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스킬라에게 모습을 나타내 그녀의 마음을 끌어보려고 하였다. 그리고는 모습을 물위로 드러내 말을 건냈다. [그림]Laurent de La Hyre(佛,1606-1656) ◈ Glancus and Scylla(1640-4) " 아가씨, 소원입니다. 제발 그곳에 머물러 있어 주세요." 그러나 스킬라는 그의 모습을 보자 바로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글라우코스가 소리쳤다. [그림]Salvator Rosa(伊,1615-73) ◈ Glancus and Scylla "아가씨, 아가씨, 나는 신이랍니다. 나를 괴물이나 바다 짐승으로 보지 마세요. 프로테우스와 트리톤의 신분도 나보다 아래랍니다. 예전에는 나도 인간이었답니다. 그때에는 생계를 위해 물로 나갔지만 지금은 신이 되었고 바다 안에 살고 있지요." [그림] ◈ Glancus and Scylla 그는 자기가 어떻게 하여 신이 되었는지를 설명하였으나, 스킬라는 글라우코스를 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달아나버렸다. 글라우코스는 절망하였다. 스킬라를 그리며 가슴을 쥐어 뜯으며 괴로와하던 그는 마침내 바다 마녀 키르케의 섬으로 찾아갔다. [그림]Wilhelm Schubert van Ehrenberg(Flemish,1630-76)◈Ulysses at the Palace of Circe(1667) "여신이여, 제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저의 고통을 굽어 살피소서. 저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당신 뿐입니다. 저를 이렇게 변하게 한것도 당신의 마법의 풀이 아닌가요. 저는 스킬라를 사랑합니다. 그 러나 제가 아무리 그녀를 사랑해도 그녀는 저를 비웃기만 합니다. 제발 당신의 놀라운 마법으로 스킬라가 저를 사랑하도록 해주십시오." 하소연하는 글라우코스를 찬찬히 바라보고 있던 키르케의 눈이 반짝였다. '참으로 잘생긴 청년이 아닌가.' 키르케는 미소지었다. [그림]Dosso Dossi(伊,1490-1542) ◈ Circe and her Lovers in a Landscape(1514-16) 엇갈린 사랑은... 글라우코스가 스킬라에게 반했던 것 못지않게 키르케도 글라우코스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키르케가 다정하게 말했다. "이봐요, 당신은 참으로 아름답군요. 당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있어요. 그깟 스킬라 따위 인간에게 목맬 것이 아니라 당신을 제대로 평가하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여자를 찾으세요. 당신같이 멋진 이가 보답받지 못하는 초라한 사랑을 하다니 우습지 않습니까. 스킬라가 당신을 비웃는다면 당신도 스킬라를 비웃고 스킬라보다 훌륭한 상대를 찾아 사랑하세요. 그것이 스킬라에게 가장 적당한 보답이 될 것입니다. 이것보세요, 글라우코스, 나는 온갖 식물과 주문에 통달한 신들의 마법사입니다. 그리고 스킬라에 못지 않은 미모를 갖추고 있어요. 스킬라 따위 인간보다는 내가 당신에게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요?" 그러나 글라우코스는 탄식하며 외쳤다. "바다 밑에서 나무가 자라고 산꼭대기에 해초가 자랄 때가 올지라도 나의 스킬라에 대한 사랑은 변할 수가 없습니다." 아,여자에게 이렇게 상처를 줄만한 말이 또 있을까? 그 자신 스퀼라에 대한 사랑을 말한 것일 뿐이었지만 스킬라가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듯이 그 자신 또한 키르케에게 상처를 주는 것임을 그는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림]John Melhuish Strudwick(英,1849-1935) ◈ Circe and Scylla(1886) 그리하면서 키르케에게 스킬라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였으니 키르케는 몹시 자존심이 상하고 분하였으나 글라우코스가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그를 벌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키르케는 그 모든 분노를 대신 스킬라에게 돌렸다. 키르케는 독초를 뜯어 주문을 외면서 섞었다. 그리고 스킬라가 살고 있는 시켈리아의 해안으로 가서, 스킬라가 자주 목욕을 하곤 하는 장소에 그 독초의 즙을 흘리며 저주가 가득한 주문을 외었다. [그림]John William Waterhouse(英,1849-1917) ◈ Circe Invidiosa(1892) 스킬라를 저주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약을 흘러내리고 있다. 이제 스킬라의 발이 그 냇물에 닿기만 하면 괴물로 변신하게 될 것이고, 글라우코스는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날 밤 스킬라는 평소처럼 이곳에 와서 기분 좋게 노래를 부르며 물속에 몸을 담궜다. 그러다 스킬라는 갑자기 물 밑에 잠긴 자기의 허리 주위에 한 떼의 뱀과 커다란 이빨이 솟구친 입을 가진 흉칙한 모습의 징그러운 괴물의 머리가 실뭉치처럼 엉크러져 꿈틀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미친 듯이 펄쩍이며 그것들로부터 달아나려 하였으나, 아무리 몸부림쳐도 그것들은 그녀의 몸에 휘감겨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것들을 떼어버리려고 자기 몸에 손을 대어보니, 미끈대는 뱀의 몸뚱이와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괴물의 입이 닿았다. [삽화]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 Scylla 그제서야 그녀는 괴물이 자기 몸의 일부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놀라 뿌리가 내린 듯 그 자리에 붙박히고 말았다. 시간이 가면서 스킬라는 외모만큼이나 성격마저 추악해져서, 해안을 지나가는 불운한 선원들을 닥치는대로 잡아 먹으며 즐거워하게 되었다. [그림]John William Waterhouse ◈ The Siren 이렇게하여 스킬라는 오디세우스의 동료 여섯명을 죽였고, 아이네이아스의 배를 난파시키려고 하기도 하였다. 선원들의 두려움과 저주를 받던 스킬라는 마침내 한 개의 바위로 바뀌었는데 이 바위는 지금도 암초로 남아 선원들을 위협하고 있다. [그림]Andreas Achenbach(獨,1815-1910)◈Sunset after a Storm on the Coast of Sicily(1853) 키이츠의 '엔디미온'에서는 여기에 새 이야기를 더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글라우코스가 키르케의 은근한 말에 넘어간 것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글라우코스가 어느날 키르케가 동물들을 잔인하게 다루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에 협오감을 느낀 그는 그녀 로부터 도망을 쳤으나 이내 붙잡히고 말았다. 그녀는 그를 매우 원망한 뒤 놓아주었으나 그후 천 년을 노망과 고통 속에서 보내게 했다. [그림] John William Waterhouse◈Miranda- The Tempest (1916) 글라우코스는 바다로 돌아와 키르케의 바뀐 모습을 보고 또 그녀가 익사하였음을 알았다. 여기에서 그는 자신의 운명을 깨닫는다. 천 년 동안 물에 빠져 죽은 연인의 시체를 남김없이 수습하면 신탁을 받은 젊은이가 자신을 구원해 준다는 것이다. 뒷날 엔디미온은 이 예언을 실현하여 글라우코스에게 젊음을 주었고 스킬라와 다른 익사한 연인들에게도 모두 새 삶을 주게 했다는 것이다.
200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