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身 言 書 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인생멘토장인규 2009. 7. 15. 09:17

 

 

 

 

 

프롤로그 _ ‘가끔’ 후회하는 남편과 ‘아주 가끔’ 만족하는 아내는 ‘문명文明적 불만’이다!

CHAPTER 1.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하얀 침대시트에서는 누구나 잘할 수 있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가 아침밥을 해주지 않는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첫사랑의 그녀는 나를 모른다 했다
어느 날부턴가 김혜수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CHAPTER 2. 계절이 바뀌면 남자도 생리를 한다
봄에는 발정하는 수컷처럼 설레야 옳다
망각할수록 삶은 만족스러워진다
외로움에 천장이 내려앉는 느낌을 아는가?
여자는 남자를 떠나고…
나는 매일 매일 교복(?)을 입는다
우리 집 뒷산에는 ‘형제 약수터’가 있다

CHAPTER 3. 도대체 갈수록 삶이 재미없는 이유는?
아, 그렇다. 그런데 그게 도대체 어쨌단 말인가
입 꽁지가 내려간 만큼 우리는 불행해진다
‘아침형 인간’? 이건 정말 아니다
사람은 절대 안 바뀐다! 이 사실이 나를 자유케 한다
인생이 재미없는가? 원근법으로 보라
남자들은 주말마다 골프장으로 탈출한다

CHAPTER 4. 우리는 절대로 지구를 지킬 필요가 없다
잘 보라, ‘독수리오형제’는 절대 ‘형제’가 아니다
그러니까 제발 너만 말하지 말란 말이야!
사는 게 재미없는 상사와 일하면, 죽고 싶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 그리고…
해병전우회, 고대교우회, 호남향우회의 공통점

CHAPTER 5.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사십니까?
이건 국정원도 모른다, 독일 통일은 내가 시켰다!
맥시마이저와 새티스파이저의 ‘황야의 결투’
노천카페에 혼자 앉아 천천히 커피를 마셔보라
도대체 댁은 누…구…세요?
식욕, 성욕은 인간의 욕구가 아니다
우리는 감탄하려고 산다, 아닌가?

에필로그 _ 캠핑카를 사야 한다

 

 

 

 

 

 

 

책의 제목을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로 했다고 하자, 아내가 묻는다.
“당신, 진짜로 나와 결혼한 걸 후회해?”
나는 약간 주저하다 대답했다. “응, 가끔….”
아내는 잠시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바로 몸을 내 쪽으로 향하며 이렇게 말했다. “난, 만족하는데….”
내가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쭈뼛거리는데, 아내의 나지막한 한마디가 내 가슴을 깔끔하고도 깊숙하게 찌른다. “아주, 가끔….”
- 8쪽

매일같이 반복되는 상사의 잔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오늘 점심은 뭘로 할까 생각하며 딴청 피우는 ‘회의 리추얼’, 폭탄주와 삼겹살로 시작해서 넥타이를 머리에 묶고 탁자에 올라가 오버하는 노래방 쇼로 끝나는 ‘회식 리추얼’이 무한반복된다. 지쳐 집에 돌아오면 젊은 얼짱 탤런트가 나오는 연속극에 빠져 있던 아내가 그저 힐끔 돌아볼 뿐이다. 아이들은 제 방에 처박혀 나올 생각도 하지 않는다. 신문을 펼쳐보며 좀 한가하게 있으려면 옆에서 아내는 ‘아주 간단한 집안문제를 아주 어렵고 복잡하게’ 설명한다. 이 또한 매번 반복되는 부부의 리추얼이다.
- 30쪽

 



매일 밤, 대한민국의 모든 군인들은 밤새 여자 이야기만 한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상상력과 비약으로 뭉뚱그려진 이야기다. …… 어떤 때는 내가 이틀 전에 다른 고참에게 한 이야기를 오늘 밤 또 다른 졸병이 마치 자기 이야기처럼 늘어놓는다. 이렇게 서로 하는 모든 여자 이야기가 100% B&G, 즉 ‘뻥 앤 구라’라는 것을 모두 뻔히 안다. 요즘 내가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의 내용이나 형식도 보초 서는 군인들의 B&G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 74쪽

기러기 아빠들은 중얼거린다. 한결같이 혼자 중얼거린다. …… 술 먹으면 그저 미국의 애들, 아내 이야기뿐이다. 가끔 보고 싶다고 훌쩍거리기까지 한다. 혼자 있어도 중얼거린다고 한다. 라면을 끓이면서도 “이제 스프를 넣고, 계란을 풀고…” 어쩌고 한다고 한다. 중얼거린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이야기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 ‘혼자’ 중얼거리는 것이다. 누구나 가끔 혼자 중얼거린다. 삶이 힘들고 어려우면 그런다.
- 107쪽

어두운 지하에 작은 백열등만 켜고 앉아 창밖만 보고 있는 나를 아내는 매번 못마땅해 한다. “도대체 그 놈의 생리는 한 달에 몇 번이나 하는 거냐! 이젠 폐경기가 될 때도 되지 않았냐!” 그렇다. 남자들에게도 나이가 들면 폐경기가 온다. 영혼의 폐경기, 크흐!
- 125쪽

독일에서 13년을 지내는 동안, 거의 매년 유럽여행에 굶주린 한국의 친구나 친척들이 찾아왔다. 기껏해야 최대속력이 고작 시속 130킬로인 10년 된 고물 자동차로 유럽여행은 무리인지라, 매번 렌터카를 빌리곤 했다. 약 2주간의 여행을 마치고 차를 반납할 때, 렌터카 회사 직원은 내게 항상 이렇게 물었다. “진 지 코레아나(한국 사람이지요)” 나는 놀라 되물었다. “어떻게 알았나요?” 그 직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2주 동안 5,000킬러미터를 달릴 수 있는 사람은 한국 사람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그게 자동차 경주지, 어떻게 여행입니까?”
- 165쪽

‘나는 일주일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다. 주말에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갑자기 맛있는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 때, 우아한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가 스테이크와 레드와인을 시켜, 혼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어렵다. 허름한 순댓국밥집에 혼자 들어가 배를 채우는 일은 할 수 있어도,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혼자 즐기는 일은 대부분 힘들어한다.
- 188쪽

‘아니, 왜 내 밑에서 나 같은 놈 하나 없단 말인가. 나 같은 놈 하나만 있다면 세상을 바꿀 텐데….’ 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한번 생각해보자. 도대체 ‘나 같은 놈’이 흔한가? 10년 이상의 내 경험과 노하우를 제쳐놓고 젊은 연구원들이 나와 똑같이 일하기를 요구하는 것이 도대체 정상인가? 절대 정상이 아니다. 또라이다.
- 211쪽

“도대체 인간이 어떻게 마흔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때 마흔이 되던 해, 나는 매일같이 이 말을 반복하며 절망했다. 그러나 그 후 매년 세월은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갔다.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고, 흰머리도 나고, 화장실에서 갑자기 신문의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배가 나온다. 이제 목욕탕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에선 그 어떠한 ‘수컷의 향기’도 없다. 가슴이 갑갑해온다.
- 2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