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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에의 '삼등열차'

인생멘토장인규 2008. 11. 19. 13:16


[그림]Honore Daumier(佛,1808-1879) ◈ The Third-Class Carriage(1863-5)






그림을 클릭하면 큰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삼등열차


    "서울과 인천 두 대도시를 잇는 지하철로 하루를 열고 하루를 닫는
    내게는 삶의 욕망이 흔들리고, 삶의 상실감이 발효되는 공간인
    지하철을 늘 함께하는 동행이 있다.

    그의 목적지는 언제나 나와 같고, 그의 자리도 언제나 내 옆이다.
    벌써 나와 오년 넘게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그의 이름은
    오노레 도미에(Honore Daumier, 1808~1879)이다.

    이미 역사가 7월 혁명과 제2공화정 그리고 파리 코뮌으로 기록을 마친 19세기를,
    그것도 유럽대륙에서 살다 간 도미에가 복잡한 출퇴근 시간
    지하철 1호선의 동행이라니 좀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그는 19세기 프랑스의 조각가이자 판화가, 화가로
    유명을 달리한 지 오래여서, 그가 남긴 예술작품으로 언급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그림 <삼등열차>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미에가 살았던 19세기 프랑스는 어떠했을까.
    세번의 혁명과 한 번의 쿠데타, 열번의 출병과 전쟁은
    그가 살았던 시대를 설명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그는 이렇게 혼란한 세기를 열렬한 공화주의자로 살다 간 예술가였다.

    (중략)

    21세기의 도시의 지하철에 망령처럼 부활한 <삼등열차>는
    이러한 도미에의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그림이다.

    그럼 <삼등열차>안을 들여다보자.
    볕도 잘 들지 않고, 환기도 잘 안되는 비루한 공간에
    궁핍해보이는 사람들이 지루함과 불편함을 인내하고 있다.

    우선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어디로 향하는지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앞쪽의 인물들이다.

    광주리를 무릎에 올린 노파의 행색 위에서 초조함과 피로함이 경쟁한다.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에서 그가 만났던 세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결코 쉽지 않았을 세상 말이다. 지금 노파는 자리에 앉아 퀭한 눈으로
    무기력하게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옹색한 차림이 아니라, 그의 무기력한 시선에 가슴이 멎는다.
    그 생기 잃은 시선이 19세기 프랑스의 삼등열차를 탄
    노파의 것만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목격한 누군가의 무기력함이나,
    오늘 저녁 지하철에서 만날 누군가의 무표정함과 다를 바 없는 시선이다.

    그렇게 앉아 있는 노파의 양옆으로 낯설지 않기는 매한가지인 풍경이 이어진다.
    풍만한 어머니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아이와 고개를 떨군 어머니가 있고,
    곤하게 자는 소년이 있다. 감당하기 힘든 삶의 행렬에서
    허겁지겁 피난 나온 듯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주위를 살필 기력조차 없어 보인다.


    - 공주형, <사랑한다면 그림을 보여줘> 중에서








    "한편 향락과 퇴폐에 젖은 프랑스 상류층의 생활을 비판하면서
    민중의 비참한 삶을 풍속화에 담은 화가가 있어요.
    프랑스 출신의 정치풍자화가인 도미에입니다.
    도미에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민중을 착취하는
    귀족계급의 부패상을 고발하는 풍속화를 제작했어요.

    그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삼등열차>는 헐벗고 굶주린
    도시빈민들의 일상을 정직하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삼등열차는 완행열차로 가난한 서민들이 이용하는 기차입니다.
    싸구려 기차에 짐짝처럼 실린 서민들이 각자의 목적지로 향해가고 있어요.
    아이에게 젖을 물린 여자는 피곤에 지친 나머지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그 옆자리 할머니의 표정은 삶에 찌든 기색이 역력하고
    심지어 졸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서도 생활의 고단함이 물씬 풍겨 나옵니다.
    다른 승객들의 표정에서도 삶의 기쁨이나 희망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중략)

    민중들의 고달픈 삶을 강조하기 위해 도미에는
    일부러 화면을 어둡게 처리했어요. 화면 맨 앞에 보이는
    두 여자의 손을 유난히 크게 강조한 것도
    그들의 하루가 얼마나 힘든지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여자들의 거칠고 투박한 손은 허리가 휘어지도록 일을 해도
    입에 풀칠조차 하기 힘든 노동자의 인생을 상징합니다.

    화가는 풍속화를 통해 가난을 대물림하여 살아가는
    빈민들의 비참한 삶을 고발하고 있어요. 그
    는 민중들의 가난에 찌들어 사는 것은 부패한 상류층이
    서민들을 지배하기 때문이라고 믿었어요.

    도미에는 빈민들도 존엄성을 지닌 인격체이며,
    그들의 가난은 부당한 착취의 결과라는 것을 그림을 통해 알리고 싶었습니다.


    - 이명옥, <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들>중에서






 

 

2008-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