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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의 ‘생 라자르 기차역’

인생멘토장인규 2008. 11. 19. 11:51


[그림]Claude Monet(佛,1840-1926) ◈ Saint-Lazare Station (1877)






그림을 클릭하면 큰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몽환적 빛의 향연 '순간에서 영원으로'



    “내게 매우 소중했던 여인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고
    마침내 죽음이 찾아왔습니다. 그 순간 나는 너무 놀라고 말았습니다.
    (아내의 주검 위로) 시시각각 변하는 색채를 본능적으로 추적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1879년 9월5일 모네는 아내 카미유와 사별했다.
    모네는 아내의 임종 자리에서도 시간에 따라 변하는
    빛과 색채의 상태를 무의식적으로 좇았다. 아무리 화가라지만,
    도대체 그 경황 중에 어떻게 빛과 색의 놀이에 마음을 둘 수 있었을까.

    과연 아내를 사랑하기나 한 것일까.
    아이로니컬하게도 빛에 대한 모네의 이런 집요한 태도가
    결국 그를 최고의 인상파 화가로 만들었다.

    널리 알려져 있듯 인상파는 빛의 효과를 탐구하고 그것을
    극대화해 표현한 화파이다. 빛에 대한 이같은 집착은 그러나 단순히
    좀더 멋있는 양식을 만들자는 태도가 낳은 것이 아니다.
    인상파는 어쩌면 시대가, 시대의 변화가 만들어낸 철저한 사회적 산물이다.

    당시 사회의 변화로 눈을 돌려보자.
    무엇보다 사진기의 발명이, 우리가 사물을 보는 것은
    빛의 역할 때문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게다가 기차의 발명은
    중산층으로 하여금 야외의 햇살을 적극적으로 즐기게 했다.

    제2제정기(1852~70년) 프랑스의 수출입 규모가 400배로 증가하는 등 당시 프랑스인들은
    ‘빵 위에 크림이 떨어지는 시기’를 살았고, 몇몇 산업선진국과 더불어
    인류 최초로 여가를 ‘계획적으로’ 즐기기 시작했다.

    돼지 방광에 물감을 담아가는 것이 귀찮아 야외스케치를 꺼리던 화가들은
    튜브 물감의 발명으로 이들 중산층과 같이 손쉽게 야외로 나가
    여가와 그림을 함께 즐기기 시작했다. 화면이 갑자기 밝아지고
    파리 교외를 배경으로한 빛의 환희가 캔버스를 잔뜩 물들이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기차역은 바로 이런 여행의 시발점이자 종착지였다.
    야외 풍경을 누구보다 즐겨 그리던 모네.
    자신이 수없이 드나들었던 생 라자르 기차역을 놓칠 수 없었다.
    이 위대한 현대의 산물, 기차를 그리며 아마 모네는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 세상이 변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인생은 결국 한 순간의 여행이 아닐까.
    기차의 차창으로 스치는 순간의 풍경,
    그 풍경에 떨어지는 찰나의 빛 같은 것이 아닐까.

    예술가란 그 찰나의 아름다움,
    그 순간의 순수함을 그리는 존재일 뿐이지….
    모네가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면 아내의 임종자리에서
    빛과 색의 놀이에 빠진 그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그 순간 본 것은 결국 변하지 않는 인생의 진실이니까.


    - 이주헌의 오르세 명화 순례-







 

2007-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