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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에르치노'감옥에 갇힌 요한을 방문한 살로메'

인생멘토장인규 2008. 11. 18. 13:21


[그림]Guercino(伊,1591-1666)
◈ St John The Baptist Visited in Prision by Salome(1624-6)






그림을 클릭하면 큰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구에르치노의 본명은조반니 프란체스코바르비에리이지만,
    '사시’라는뜻의 ‘구에르치노’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눈이 얼마나 무서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물을 보는 시선만은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올바랐다.

    헤롯왕에게 요한의 머리를 접시에 담아줄 것을 요구했다는
    살로메의 이야기는 수많은 르네상스 화가들의 그림 소재로 등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가는 살로메가 왜 요한의 머리를 접시에
    담아 달라고 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표현해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구에르치노는 그림 속에서 그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살로메는 요한을 사랑했고, 그를 열망했으나 요한은 살로메를 거부하고 있다.

    여기에 한가지 미스터리가 있다.
    성지들은 대부분 모든 사람들을 사랑으로 포용했는데
    요한은 왜 그리 살로메를 경멸적인 태도로 대했던 것일까?

    한 사람이 다른사람을 열망하지만 상대방은 무정하게 그 마음을 거부하는 상황.
    그가 보기에 그녀는 '사악한’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그녀가 제공하는 모든 것을 완전히 거부하고 있다.

    구에르치노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미스터리는 자유에 관한 것이다.
    이 그림에서 정말로감옥에 갇혀 있는사람은 누구일까?

    팔에는 족쇄를 차고 허름한 모포 한 장으로 벌거벗은 몸을 가린 채
    작은 방 안에 갇혀 있는 요한인가?
    아니면 세련된 옷을입고, 돌아갈 궁전을 가지고 있는 살로메인가?

    안타까운 듯이 손으로 창살을 움켜쥐고있는 살로메는 육체적으로는
    감옥 밖에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감옥에 갇혀 있다고할 수 있다.
    욕망이라는 감옥 말이다.

    두 사람의 손을 비교해보라.
    편안하게 늘어진 요한의 손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창살을움켜진 살로메의 손은 아주 다급하게 보인다. 커다란 욕망의 파도가
    그녀로부터 나와서 냉담한 요한의 거부에 부딪혀 허탈하게 무너진다.

    그녀는 진실로 그를 사랑했던 것일까?
    아마도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려는 그녀의 소유욕은 아닐까?

    구에르치노는 재치를 부려서 목이 잘린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착각을 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림에서는 살로메의 머리만 볼 수 있는 데,
    어떻게 보면 목이 짤린 사람은 그녀 쪽일런지도 모른다.
    이그림은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광적 욕망 때문에
    '목이 짤린' 한 여인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이 작품의 깊은 의미이다.
    진정한 자유는 어디에 있는가?
    돌벽이나 창살보다 더 지독하게 우리를 가두는 것은
    바로 스스로가 부여한 욕망의 감옥이 아닐까?

    이 그림에서 구에르치노의 이런 판단이 암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살로메에 대한 약간의 동정심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녀의 살오른 얼굴은 죄수 요한의 금욕적인 고귀함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화가는 아마 어리석은 부잣집 소녀를 조금은 측은하게 여겼을 것이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커다란 재앙만이 두사람 앞에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성자와 어리석은 젊은 여인
    둘 다에 대해 슬픔을 느끼게 된다.


    <웬디 수녀의 나를 사로잡은 그림들 中>





2007-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