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Gogh, Vincent van (1853~1890)◈ Self Portrait (1887)
빈센트가 처음으로 그림을 그린 것은 1881년 12월이었다. 1890년 세상을 떠날 때 그가 남긴 그림은 879점이었다. 그외에도 1872년 8월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쓴 편지가 거의 손상되지 않고 남아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1872년 8월과 1890년 7월 사이에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668통은 "친애하는 테오에게"라는 말로 시작하고 있다. 그의 편지에는 그림과 그림그리기의 목표와 지향점 등이 담겨 있다. 그 밖에도 어머니, 동료인 고갱, 베르나르, 라파르 등에게 띄운 편지가 영혼의 편지에 수록되어 있다.
반 고흐가 남긴 그의 편지는 고통스러웠던 인생유전 그리고 찬란했던 미술작품의 비밀을 그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들을 수 있게 해준다
너는 아직도 네가 평범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낄때가 있다고 했지. 그러면서 너는 왜 네 영혼 속에 있는 최상의 가치를 죽여 없애려는 거냐?
그렇게 한다면, 네가 겁내는 일이 이루어지고 말 것이다. 사람이 왜 평범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그건 세상이 명령하는 대로 오늘을 이것에 따르고 내일은 다른 것에 맞추면서, 세상에 결코 반대하지 않고 다수의 의견에 따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한 일을 후회하지 않을 테다. 더 적극적인 사람이 더 나아진다. 게으르게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느니 차라리 실패하는 쪽을 택하겠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중.
[그림]Gogh, Vincent van ◈ Sorrow (1882)
며칠 동안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크리스틴
테오야 그녀 몸 지나간 욕망들 어떤 빛깔로 그녀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녀 몸 굴곡 따라가는 일은 사창가에서 나오던 새벽만큼이나 질기고 지루한 시간이 필요하단다 자꾸만 넘어지는 연필, 그녀는 끝끝내 고개를 들지 않았다 말라비틀어진 젖꼭지에 연필 끝 닿았을 때 손가락으로 그 부분을 뭉갰다
色을 가질 수 없는 영혼이 팔레트를 뒤엎을 것만 같다 테오야 이 여자에게 어떤 색깔을 입혀야 하나
창녀들 심장이 토해내는 듯한 홍등가의 색깔과 헤이그 노동자들 헤어진 작업복 군청색… 어떤 영혼들은 자신들 색깔을 튕겨내는 것만 같아
테오야 이제 막 그녀 손가락을 그렸다 길게 뻗은 팔목은 이 여자를 새처럼 날아가게 만들 것 같구나 저 팔목, 어떤 색으로도 다가갈 수 없는 내 영혼의 빛깔이란다
내 심장이 그녀 가슴에 닿는 순간 색칠하지 못한 이 그림의 여백은 그녀 심장 속에서나 꿈틀대겠지 귓속에서 웅성거리는 소용돌이 테오야, 그릴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우리는 무어라 불러야 하나
[그림]Gogh, Vincent van ◈ Young Scheveningen Woman Knitting (1881)
1881년 12월 21일
다른 누가 아니라 오직 그녀만을 원한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다른 여자에게 가고 싶어하는 건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이지 않느냐고 혼자 따져보기도 한다.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겠지. 뭐가 중요하지? 논리인가, 나 자신인가? 논리가 나를 위해 존재하는가, 내가 논리를 위해 존재하는가? 비합리적인고 분별 없는 내 성격에 어떤 이유도, 의미도 없는 것일까?
옳든 그르든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 빌어먹을 벽은 나에게는 너무 차갑고, 나는 여자가 필요하다.
나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고, 살지 않을 것이고, 살아서도 안 된다. 나는 열정을 가진 남자에 불과하고, 그래서 여자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얼어붙든가 돌로 변할 것이다.
[그림]Gogh, Vincent van ◈ Woman Miners Carrying (1882)
1882년 5월 3일~12일
글쎄, 예절과 교양을 숭배하는 너희 신사들에게 물어보고 싶구나. 한 여자를 저버리는 일과 버림받은 여자를 돌보는 일중 어떤 쪽이 더 교양 있고, 더 자상하고, 더 남자다운 자세냐? 지난 겨울, 임신한 한 여자를 알게 되었다. 남자한테서 버림받은 여자지. 나는 지금보다 더 나은 때에 그녀와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그녀를 계속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녀는 다시 과거의 길, 그녀를 구렁텅이로 내몰 것이 분명한 그 길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녀는 돈이 없지만, 내가 그림을 그려 돈을 벌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른 여자가 내 가슴을 뛰게 한적이 있다. 그러나 그녀는 멀리 떠나버렸고, 나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여자, 병들고 임신한 데다 배고픈 여자가 한 겨울에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나는 정말이지 달리 행동할 수 없었다.
[그림]Gogh, Vincent van ◈ Sketch of a Seated Woman (front view) (1888)
1882년 5월 3일~12일
겨울에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임신한 여자. 하루치 모델료를 다 지불하지는 못했지만, 집세를 내주고 내 빵을 나누어줌으로써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배고픔과 추위에서 구할 수 있었다. 그녀는 포즈를 취하는게 힘들었지만 조금씩 배우게 되었고, 나는 좋은 모델을 가진 덕분에 데생에 진전이 있었다.
[그림]Gogh, Vincent van ◈ Portrait der Mademoiselle Ravoux (1890)
1885년 12월 28일
모델은 카페에서 일하는 여자인데, 내가 그리고 싶었던 것은 '면류관을 쓴 그리스도' 같은 모습이다. 그녀는 밤새 꽤 바쁘게 일했음이 분명한 모습을 하고 찾아왔다. 인상적이게도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샴페인은 나를 즐겁게 해주지 않아요. 오히려 아주 슬프게 해요."
그 순간 나는 어떻게 그려야 할지 알 것 같았고, 관능적이면서도 동시에 마음을 쥐어뜯을 것 같은 그림을 그리려고 했다. 같은 모델을 놓고 옆모습으로 두 번째 습작을 시작했다.
요즘은 온통 렘브란트와 프란스 할스 생각뿐이다. 그들의 그림을 많이 봤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대를 생각하게 하는 사람을 이곳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삶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면서도 평온함을 유지한다면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은 양홍색과 코발트색에 푹 빠져 있다. 코발트는 아주 신비로운 색으로, 사물 주변의 분위기를 만들 때 이보다 더 적합한 색은 없지 싶다. 카르민은 포도주의 붉은색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며 포도주처럼 강렬하다. 에메랄드 그린도 마찬가지다. 이런 색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절약이다. 카드뮴색(노란색 계열)도 마찬가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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