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명화갤러리[명화·신화이야기]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 기형도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다. 여섯 개의 줄이모두 끊어져 나는 오래 전부터 그 기타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때 나의 슬픔과 격정들을 오선지 위로 데리고 가 부드러운 음자리로 배열해주던'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가끔씩 어둡고 텅 빈 방에 홀로 있을때 그 기타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나는 경악한다. 그러나 나의 감각들은 힘센 기억들을 품고 있다. 기타소리가 멎으면 더듬더듬 나는 양초를 찾는다. 그렇다.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가끔씩 어둡고 텅 빈희망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이상한 연주를 들으면서 어떨 때는 내 몸의 전부가 어둠 속에서 가볍게 튕겨지는 때도 있다.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는 푸른색이다. 어떤 먼지도 그것의 색깔을 바꾸지 못한다. 피카소는 젊은시절 절친한친구의 죽음, 등 생의 어두운 면을 운명으로 맞이하면서 보헤미안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사랑과 죽음, 모성애, 실명이라는 테마를 획득해 블루색조로 이들의 슬픔과 아픔같은 인간들의 고통들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이 시대를 피카소의 청색시대라 사람들은 말한다. [늙은 기타리스트]라는 이 작품은 바로 이 시기에 그린 피카소의 작품이다. 이 시기에 그린 그림으로는 [늙은 기타리스트]만이 아닌 La Vie <인생>,The Tragedy <비극>,The Embrace <포옹>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여러 가지 있다. 파블로의 청색시대는색조가 청색이고, 분위기가 우울하다. [그림]Pablo Picasso ◈ La Vie (1903) 강한 상징성을 지닌 La Vie <인생>을 보면 한쪽에는 한쌍의 나체 인물, 또 한쪽에는 초췌한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는 이들 부부에게 사랑과 해산 등 인생의 황금같은 순간들이 실은 고통에 지나지 않음을 말해주려 하고 있다 이들 사이의 웅크신 나신은 창조가 현존하고 있음을 이야기 하는데 창조 = 예술 즉 피카소에게 예술은 죽음에서의 구원인 삶을 의미한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La Vie(Life)의 스케치에는 남자의 얼굴이 피카소 자신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완성된 <인생>에는 피카소의 얼굴이 없어지고 친구인 카사헤마스의 얼굴로 변했다. 카사헤마스는 바르셀로나시대의 동료 화가이며, 1900 년 가을 피카소와 함께 파리의 땅을 최초로 밟은 사이인데, 실연한 나머지 자살 미수 소동을 벌인 장본인이다. 이 사건 때문에 피카소는 카사헤마스를 데리고 급히 파리를 떠나야만 했고, 피카소는 이 쓰라린경험을 잊을 수 없어 La Vie(Life)를 그린 것으로 추측된다. 배경 위의 그림은 고갱풍이고, 아래쪽 웅크린 여인은 고호풍으로 그려졌다. [그림]Pablo Picasso ◈ The Embrace (1903) 그의 청색 시대의 중요한 모티브인 부성애와 청춘의 격렬한 사랑의 표시를 표출시켜 '인생 축도'의 한 단면을 보인 또 하나의 걸작이다 [그림]Pablo Picasso ◈ The Tragedy(1903) 그리고 피카소의 청색시대에 그림의 대상은 걸인, 부랑인,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 등으로 나는 피카소의 당시 심리에 적합한 대상들이라고 본다.절망적인 사람들이 어깨가 쳐지고 힘없이 머리를 땅으로 떨어뜨리는 것처럼 [늙은 기타리스트]의 노인 역시 머리를 땅으로 떨어뜨림으로서 절망감이 더한 것 같다. [그림]Pablo Picasso ◈ 장님의 식사(1903) 장님의 식사는 당시 피카소를 사로잡고 있던 주제였다 피카소는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해 눈 먼 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깊은 두려움과 절망에 빠져 있었고 게다가 심한 성병까지 앓고 있었다. 장님은 볼 수 없지만 만질 수 있다 피카소는 자신의 손에 지대한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화가에게 있어 모든 작업은 시각에 의존한다 모든 권능이 눈에서 나오는 것이다 시각을 잃는다는 것은 그 어떤 불구보다도 치명적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장님이라는 주제를 통해 피카소는 진정한 시각, 즉 내면의 시각을 말하고자 했다 그것은 외부세계가 단지 가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을 때 화가가 보고 느끼게 되는 시각을 의미했다 낭만적 파리 생활과는 또 다른 얼굴인 궁핍한 삶의 잔인한 고통과 밑바닥 삶의 근원적 외로움과 소위 민중적 삶의 비참함을 누구보다 몸소 체험하며 그 고통을 짙푸른 청색으로 표현했다. [그림]Pablo Picasso ◈ La Soupe(1903) [늙은 기타리스트]는 다른사람들에게서 소외받고, 많은 슬픔.아픔.상처를 받아 지칠대로 지쳐있으며, 굶주림으로 인한 메마름이 노인이 아닌 피카소의 심리를 잘 나타내어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노인은 기타를 들고 있지만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손가락으로는 더 이상 기타를 칠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듯하게 무기력해 보이고, 노인이 꼭 껴안고 있는 기타는 노인의 몸의 한 부분처럼 달라붙어 있어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림]Pablo Picasso ◈ Woman Ironing(1904) 구멍난 옷을 통해 드러나 절망감을 살려내고 있는 구부러진 어깨는 [늙은 기타리스트]만이 아니라 <다림질하는 여인>등 피카소의 <청색시대> 작품에서 역시 많이 찾아볼수 있다. Woman Ironing에서는 슬프고 피로한 표정을 한 젊은 여인이 다리미를 힘겹게 누르고 있다. 이작품은 청색시대와 장밋빛시대의 중간단계를 보여준다 이 그림의 주제는 청색시대의 그것(빈곤, 가난, 고역)이지만 색채는 분홍색과 회색을 향해 밝게 변하고 있다 [그림]Pablo Picasso ◈ Woman with a Crow (1904) 이 시기의 피카소는 그레코에 심취하고 있어서 가난하고 학대받는 사람들을 그린 그의 그림에서는 성자의 면모를 전혀 찾아볼 수 가 없다. [그림]Pablo Picasso ◈ Autoportrait (1901) 청색시대 (The Blue Period, 1901-1904) 청색시대의 피카소는 사실, 그때까지는 두드러지게 평가 받던 화가가 아니었대. 피카소는 19세때 바르셀로나를 떠나 낯선 파리에서 생활하게 되지만, 거처할 곳이 없어 몽마르트 언덕에 사는 친구 막스자콥의 방에 함께 살게 된다. 당시 세기말의 영향으로 피카소는 이 시기에 페시미즘적이고 고뇌주의적인 분위기에 휩싸여서 그의 그림의 주조가 짙은 푸른색으로 나타나는 청색시대(1901-1904)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난한 사람들의 슬픔과 그들의 억압되고 내성적인 분위기 절친한 친구의 자살... 낭만적 파리 생활과는 또 다른 얼굴인 궁핍한 삶의 잔인한 고통... 밑바닥 삶의 근원적 외로움과 소위 민중적 삶의 비참함... 궁핍한 주위 환경에 대한 영향... 이 모든 요인으로 인해 그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이며, 딱딱하고 직선적으로 누구보다 몸소 체험하며 그 고통을 짙푸른 청색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몽마르트에서의 '청색시대' 동안 피카소는 청색을 주조로 그림을 그리며, 모든 것을 푸르게 느끼면서 밤을 지새우는 생활을 계속하고... 그가 좋아하는 색깔로서의 청색, 이 시기 그가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서의 청색, 게다가 그가 입고 다녔던 옷들의 색깔까지도 청색이었다고 하며, 그는 청색이야말로 '모든 색들을 다 담고 있는 색깔'이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했다
200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