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Edgar Degas(彿,1834-1917)◈In a Cafe/The Absinthe Drinker(1875-76)
![](http://files.thinkpool.com/pds/C_ODD/C_ODD83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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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의 "압생트"
1876년 파리의 어느 카페,
술잔을 앞에 두고 앉은 여자와 남자.
두개의 테이블 사이에 어정쩡하게 걸터앉은
여자는무척 피곤해 보입니다. 머리 위에 얹혀진
최신 유행의 모자가 앞으로 쓰러질 듯 위태롭습니다.
모자의 무게도 감당하지 못할 만지 탈진한 여자를 옆에 앉은
(아마도그녀의 남편이나 친구일)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지요.
남자도 지쳤는지 맥없이 파이프를 물고 있네요.
습관처럼 입에 물린 파이프와 함께
남자의 몸도 그림의 틀에 의해 잘려 나갔지요.
그 역시 중요한 사람은 아니지요. 언제 어디서 '잘릴지' 모르는
우연한 존재에 불과합니다.
오늘 내가 앉은 자리에 내일 당신이 앉을지도 모르지요.
인물만 아니라 식탁들도 완전한 형태가 하나도 없어요.
화가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가고 한 사람의 인생이란 우연의 연속일 뿐이라고.
탁자 위에 술이 가득한 술잔이 두 개나 있고
옆 자리에 술병이 마셔 달라고 기다리는데
그녀는 손을 내린 채 상념에 잠겨 있습니다.
바싹 몸 가까이 당겨진 술잔을 잡을 기운조차 없는
여자의 몸을 가려 줘야 할 식탁에 이상하게도 다리가 없네요.
그래서 우리는 구두를 신은 여자의 방심한 듯
아무렇게나 벌린 발을 볼 수 있지요.
탁자의 뾰족한 모서리가 여자를 찌를 듯 날을 세우고 있지요.
맨 앞에 위치한 제 3의 탁자 위에는 재떨이 나부랭이가 널려 있습니다.
화면에 보이지는 앉지만 드가는 아마 그 왼쪽 모퉁이에 앉아
두 남녀를 지켜보았을 겁니다.
드가가 즐겨 사용한 비스듬한 원근투시로
우리는 그의 위치를 추축할 수 있지요.
그 역시 어쩌다 마주친 이 여인처럼 술 한 잔을 앞에 놓고 시간을
죽이고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테이불보가 깔리지 않은 거리의
싸구려 술집을 무대로 드가는 한 편의 비정한 드라마를 연출했지요.
벽에 비친 그림자도 두 사람 사이만큼이나 멀고,
압생트만큼 멀고 압생트처럼 독한 술로도 달랠 수 없는
마음의 그늘이 유령처럼 새겨져 있지요.
부드러운 인상파적 분할터치로 윤곽선이 뭉개진 인간은
언제든 손만 까딱해도 지워질 것 같은데......
지그재그로 이어진 예리한 대각선들이 인물들을
좁은 공간에 몰아 가두어 그들은 영원히
밤의 카페를 빠져 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인간과 인간을 위협하는 환경을 대비시키는 구성은
단골로 차용되지의 그는 형태들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드러내고 싶어 했지요.
화가의 우연한 시선 /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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