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명화갤러리[명화·신화이야기]

(신화) 바우키스와 필레몬

인생멘토장인규 2008. 11. 3. 11:54

[조각]Orazio Marinali(伊,1643-1720)◈ Jupiter and Antiope  (1690)  





그림을 클릭하면 큰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프르기아의 어느 언덕 위에 낮은 벽으로 둘러싸여 보리수와 참나무가 한 그루씩 서 있다.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늪이 하나 있는데,
    이곳은 전에는 좋은 주택지였으나,
    지금은 웅덩이가 곳곳에 있고 늪새와 가마우지들이 잘 모여 들었다.



[조각]Jean-Baptiste Pigalle(佛,1714-85)◈Mercury Attaching his Wings (1744)  





    언젠가 제우스(Jupiter)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이 땅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의 아들인 헤르메스(Mercury)도-그 지팡이만은 가지고 있었으나-
    날개를 떼어 놓고 동행했다. 그들은 피로한 나그네처럼
    이 집 저 집의 문전에 서서 하룻저녁 쉴 곳을 찾았으나,
    문이 모두 닫혀 있었다. 왜냐하면 이미 밤이 늦었으며,
    주민들은 몰인정하여 일어나 문을 열고
    그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림]Rembrandt(獨,1606-1669)◈ Philemon and Baucis (1658)  







    마침내 한 보잘것없는 오막살이집이 그들을 맞아 주었다.
    그 집에는 경건한 노파 바우키스와 그의 남편 필레몬이
    젊었을 때 결혼하여 늘그막까지 같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가난을 부끄러이 여기지 않고 과욕과
    친절한 마음으로 그 가난을 견디어 왔다.
    그래서 그 집에서는 주인과 하인을 구별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 두 사람이 가족의 전부였고, 주인이며 동시에 하인이었다.

    천상에서 방문한 두 사람의 나그네가 초라한 집에 들어와
    머리를 숙이고 얕은 대문을 들어섰을 때, 그 노인은 자리를 만들었고,
    노파는 무엇을 찾는 듯이 서성거리더니 자리 위에
    클로드를 갖다 펴고 그들에게 앉기를 권하였다.




[그림]Adam Elsheimer(獨,1578-1610)◈Jupiter and Mercury at Philemon and Baucis (1609-10)  





    그리고 잿더미 속에서 불기를 찾아내어 마른 나뭇잎과 마른 나무껍질을
    모아놓고 입으로 부니 불이 피어올랐다.
    노파는 방 한구석에서 장작과 마른 나뭇가지를 가지고 와서
    잘게 쪼개어 작은 가마 밑에 넣었다. 노인이 정원에서 채소를 뜯어오니
    노파는 잎을 줄기에서 따서 잘게 썰어 냄비에 넣었다.

    노인은 갈라진 막대기로 굴뚝에 걸어 놓았던 베이컨 덩어리를 끄집어 내렸다.
    그리고 그것을 한 조각 베어 채소와 함께 끓이기 위해 냄비 속에 넣고
    나머지는 다음에 쓰기 위해서 남겨 놓았다.



[그림]Jacob Jordaens (Flemish,1593-1678)◈Jupiter et Mercure
en visite chez Philemon et Baucis(1650)
 




    너도밤나무로 만든 그릇에는 손님들을 위해 더운 세수물을 떠놓았다.
    노인 내외는 이런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서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건네며 손님들이 지루한 시간을 잊게 했다.

    손님을 위해 준비된 낡은 침대 위에는 해초를 넣은 쿠션이 깔렸다.
    그리고 그 위에는 좀체로 사용하지 않는,
    그러나 매우 낡은 한 장의 시트가 덮여졌다.

    노파는 한쪽이 기우러진 밥상을 날라오자 향기 높은 약초로 식탁을 닦아냈다.
    그런 다음 그 위에 순결의 처녀신 다이아나의 성목인 올리브 열매와
    초에 담근 열매를 놓고, 무와 치이즈, 그리고 잿속에서 살짝 데친 계란을
    올려놓았다.


[그림]Johann Carl Loth (獨,1632-98)◈ Jupiter and Mercury at Philemon and Baucis(1659)  






    그 곁에는 흙으로 만든 주전자가 나무컵과 나란히 놓여졌다.
    이렇게 준비가 완전히 갖추어지자 술이 나왔고,
    디저트로 사과와 벌꿀이 준비되었다.

    눈 앞에 있는 술이 그것을 아무리 따라도 여전히
    술병에 고여지는 사실이었다.

    혼비백산한 바우키스와 필레몬은 자기네의 길손이 신이라는 사실을 알자,
    무릎을 꿇고 자기들의 빈약한 접대를 용서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림]Jacob van Oost the Elder (Flemish,1601-71)◈Mercury and Jupiter in the
House of Philemon and Baucis  






    이 집에는 한 마리의 거위가 있었으며,
    노부부는 그것을 집의 수호신처럼 기르고 있었다.
    그래서 노부부는 이 새를 잡아 손님에게 대접하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위는 노인들에게서 도망쳐 하필이면 손님 앞에 숨었다.
    그러자 길손은 이 거위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타이르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하늘의 신이다.
    우리는 이제 이 꽤씸한 마을에 신에 대한 불경의 벌을 주겠다.
    그러나 너희들만은 그 벌을 면하게 해주마.
    이 집을 나서서 우리와 함께 저 산 위로 오도록 하라"



[그림]Peter Paul Rubens(Flemish,1577-1640) ◈ Stormy Landscape
with Philemon and Baucis (1620)





    늙은 부부는 이 명령에 따라 지팡이를 짚고 험한 산길을 기어올라갔다.
    그리고 산마루 못미쳐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마을은 이미 호수가 되어 있고,
    다만 자기들의 집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들이 이 광경에 놀라 이웃사람들의 운명을 슬퍼하고 있는 사이에도
    그들이 살던 낡은 집은 신전으로 변해갔다.
    커다란 원주가 헐어빠진 기둥 대신으로 서고 지붕은 황금빛으로 되었으며,
    바닥은 대리석이 되었고 허리를 굽혀야 간신히 드나들 수 있던 허술한 대문은
    황금장식으로 아름답게 빛났다.


[그림]Louis Gustave Taraval (佛,1739-94)◈ A Classical Temple (1780)  





    이윽고 쥬피터는 자비로운 말투로 말했다.

    "드물게 보는 덕 높은 노인아!
    또한 그 남편에 맞는 노파야!
    자아! 무엇이건 소원을 말해 보라.
    어떤 혜택이 필요한지 말해 보라"


    피레몬은 잠시 바우키스와 상의를 하고나더니
    이윽고 그들 공동의 소원을 신에게 말했다.

    "저희는 제사가 되어 당신의 이 신전을 지키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제까지 이 세상에서 줄곧 사이 좋게
    지내왔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을 떠날 때도 둘이
    동시에 떠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살아남아 아내의 무덤을 볼 필요도 없아옵고,
    또 아내에게 제 무덤을 파는 슬픈 일을 안 시켜도 됩니다."

    그들의 소원은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들 부부는 남부럽지 않게 살면서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이 신전을 지켰다.



[그림]Stephanie Law ◈ Baucis & Philemon




    그리고 두 사람이 완전히 늙은 어느날 신전 계단 앞에 서서
    옛날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니 바우키스는 피레몬의
    몸에서 나뭇잎이 돋아나는 것을 보았다.
    또한 피레몬도 바우키스의 몸이 마찬가지로
    변해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나뭇잎이 그들의 머리 위에 무성했다.

    그들은 말을 할 수 있는 동안 언제까지나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잘 가오, 그리운 사람아"
    "잘 가오. 천국에서 또 만납시다"
    두 사람은 똑 같이 말했다.

    그러자 그 순간 동시에 나무 줄기가 그들의 입까지 가리워져
    두 사람의 모습을 감추어 버리고 말았으며,
    대신 두 그루의 나무가 그 자리에 남게 되었다.

    바우키스와 필레몬은 살아있는 동안 신전을 지켰으며,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보리수와 참나무로 변하여 삶을 마감하였다.



[그림]Peter Paul Rubens(Flemish,1577-1640) ◈ ◈ Landscape with a Watering Place



    튀니아 지방의 양치기는, 지금도 우리들을 이 선량한 노부부가
    변신하여 가지런히 서 있는 그 두 그루의 나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준다.


"끝"

 

200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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