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Diego Velazquez (Spanish,1599-1660)◈Christ on the Cross
十字架의 노래
조 지훈
눈물 머금은 듯 내려앉은 잿빛 하늘에
오늘따라 소슬한 바람이 이는데
오랜 괴로움에 아픈 가슴을 누르고
말없이 걸어가는 이 사람을 보라.
뜨겁고 아름다운 눈물이 흩어지는 곳마다
향기로운 꽃나무 새싹이 움트고
멀리 푸른 바다가 솨하고 울어 오건만
만백성의 괴로움을 홀로 짊어지고
죄없이 十字架에 오르는
이 사람을 보라.
弔鐘은 잠자고
沈默의 空間에 거미는 줄을 치는데
머리에 피맺힌 荊冠을 이고
풀어진 사슬 앞 새로 세운 十字架에
못박히는 受難者 이 사람을 보라.
칼과 몽치를 들고 온 무리에게 나를 팔고자
내 뜨거운 가슴에 입맞추던 유다여
스스로의 뉘우침에 목을 매고 울어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닭 울기 전 세 번이나 배반한 베드로여
내려뜨린 검은 머리 蒼白한 뺨에
불타는 듯 비춰 오는
이 골고다의 저녁 노을을 보라.
이미 정해진 運命 앞에 내가 섰노라
겹겹이 싸여 오는 원수 속에서
이제 다시 죽음도 새로울 리 없노니
亡滅할진저 亡滅할진저 十字架를 세운 者는 亡滅할진저
내 復活하는 날 온 몸의 못자욱을 너는 보리라.
언제나 비최는 저 맑은 빛과
어데서나 피는 꽃 내 보람이여!
죽지 않으리 죽지 않으리
천번을 못박아도 죽지 않으리.
이 絶望 같은 언덕에 들려오는 것
바위를 물어뜩고 왈칵 넘치는
海溢이여 마지막 물결 소리여!
아아 이 사람을 보라
죄없이 十字架에 오를 나를 보라
이는 東方의 아들 平和의 王
눈물과 양심 속에 촛불을 켜고
나를 부르다 다시 오리니
하늘이여 열리라 이 사람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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