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명화갤러리[명화·신화이야기]
세상에 넘쳐라! 장미향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에게 아름다움이 물었다. "오, 신이여 나는 왜 그토록 빨리 사라져야 할 운명을 타고 났나요?" 그러자 제우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그렇게 했도다. 덧없이 사라지는 것만이 아름답기에." 꽃과 봄,청춘에 사람들이 그토록 애착을 갖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중 유독 꽃을 사랑하는 것은 찰나요, 순간에 불과한 아름다움에 대한 진한 안타까움 때문이리라. 달콤한 꽃향기에 취해 사람도 꽃처럼 아름다워지는 계절이 6월이다. 위대한 예술가인 자연은 인간에게 꽃을 선물해 생명의 신비와 경이로움에 눈을 뜨게 했다. 꽃이 만발한 6월에는 감성에 굳은 살이 박힌 사람도 마음의 커튼을 걷어올리고 황금 햇살의 샤워를 즐기며 새처럼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6월은 또한 야성의 꽃인 넝쿨장미의 계절이다. 예로부터 장미는 연인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을 상징하는 동시에 연정을 고백하는 꽃으로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유혹의 천재 클레오파트라는 로마의 영웅 안토니우스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해 장미꽃이 수북이 뿌려진 방으로 연인을 초대했으며, 로마에서는 기녀들이 매년 4월 23일 비너스에게 장미처럼 매혹적인 여인이 되기를 기원하는 장미를 바쳤고, 중세에는 연인들만이 장미를 독차지할 특권을 지녔다. 19세기 영국화가인 워터하우스의 그림을 보면 왜 장미가 사랑의 꽃인가를 실감할 수 있다. 아름다운 여인이 마치 연인을 애무하듯 담장에 핀 넝쿨장미에 입을 맞추며 그 향기를 흡입한다. 꽃의 영혼인 향기가 잠든 감각을 깨워 사랑의 추억을 불러 일으켰던가? 여인은 지긋이 눈을 감은 채 황홀경에 빠져 애인의 체취인양 장미향을 탐한다. 그리움이 지나쳐 여인의 목은 길어졌으며 발그레한 빰과 얼굴색도 장미빛과 닮은 꼴이 되었다. 그리움에 타는 입술은 아예 장미꽃잎이다. 사랑에 흠뻑 도취한 여인의 가녀린 손이 장미넝쿨을 더듬는다. 여인이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는 고통마저 기꺼이 행복으로 여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천연 마취제인 그리움이 핏속에 황홀한 기쁨을 수혈한 덕분이리라. 사랑은 우리의 영혼을 찬란하게 꽃피우게한 다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고통의 낙인을 찍는다. 오직 고통의 낙인이 찍힌 것만을 영원은 기억하기에.... 이사랑의 희열과 아픔을 시성 괴테는 들장미에 비유했다. '소년이 말했네. 난 너를 꺾을 테야, 들에 핀 장미여 장미가 말했네. 난 너를 찌를테야, 네가 날 영원히 기억하도록...' 6월이 아름다운 것은 사랑에 빠진 영혼들이 도처에 넝쿨장미처럼 피어나기 때문이다. 이 연인들의 그리움을 채취하면서 천국의 향기 같은 장미향이 제조 되겠지. 거리는 향수를 뿌린 듯 사랑의 냄새로 가득 차리.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ㆍ국민대 겸임교수> ♠ 이 노래는 괴테의「들장미」로서, 우리 모두 친숙하게 잘 알고 있는 노래이다. "웬아이가 보았네, 들에 핀 장미화..."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괴테가 젊은 시절 쉬트라스부르크에서 대학에 다닐 때, 프리데리케라는 아가씨를 사랑하던 시절에 쓴 시로 만들어진 노래이다. 이 시는 슈베르트를 비롯한 여러 작곡가에 의해 작곡이 되었는데, 베르너 Heinrich Werner가 작곡한 이 노래가 오늘날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