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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엠마오의 저녁식사

인생멘토장인규 2009. 7. 13. 08:46
[그림] Michelangelo da Caravaggio(伊 1571-1610)
◈ Supper at Emmaus(1601-2) ◈



그림을 클릭하면 큰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빛의 대가인 카라바조의 재능이 발휘된 한점의 종교화가 있습니다.
    제목은 <엠마오의 저녁식사>입니다. 제자들이 저녁식사를 하던 중 부활하신 예수를 만나 깜짝 놀라는 순간을 그린 것입니다.

    예수가 식탁 한 가운데 앉아 왼손은 빵이 얹고 오른손은 들어
    일용할 양식을 주신 신께 감사의 기도를 올립니다.
    예수의 오른쪽 손바닥에 뚫린 못자국을 본 제자들은 기겁을 합니다. 예수가 부활하신 결정적인 증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도 그들은 차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화면 오른쪽 제자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두 팔을 양옆으로 한껏 벌립니다.초록색 저고리를 입은 제자는 의자 팔걸이에 양손을 걸치고 벌떡 일어설 참입니다.
    여관 주인 또한 말문이 막혀 '당신이 진짜 예수요?'라고 캐묻듯 예수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휘둥그래진 세 사람의 눈과 놀란 순간 본능적으로 취하는 행동들은 기적의 순간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그림은 상징으로 가득차 있어요.

    예수의 등뒤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는 예수가 곧 빛 그 자체임을 말해줍니다.
    식탁 위의 과일 바구니에 담긴 석류는 부활을,
    사과와 무화과는 원죄를, 포도는 성찬식의 기적을 말합니다.

    카라바조는 현재는 '바로크의 대가'로 칭송을 받고 있지만,
    생전에는 그의 작품을 헐뜯고 비웃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신성모독을 저지른 불경한 화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가 신성한 예수와 성자들을 삶에 찌든
    거친 노동자의 모습으로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너무 못생기고 품위없는 성자를 그렸다는 이유로
    완성된 작품들을 퇴짜맞는 수모를 겪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가 성서를 미화하지 않고 솔직하게 묘사한 것은
    진실을 전달하고 싶은 바람때문이었어요.

    - 이명옥, <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들> 중에서



[그림]Rembrandt van Rijn(Dutch,1606-1669)
◈ Supper at Emmaus (1648) ◈


    "전 원래 '엄숙, 딱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중세이래 천 년간 서양미술의 주류를 이루던 공식적인 기독교 미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서양미술사를 도배하다시피한 그 허다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수태고지>들은 제게 별 다른 감동을 주지 않았답니다.

    사실 좀 지루했지요. 하지만 카라바조와 렘브란트의 작품들은 예외였습니다. 이것들은 좀 다르지요. 부활한 뒤에 제자들에게 나타난 예수를 그린 그림은 제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종교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중략)

    카라바조의 <엠마우스에서의 만찬>에서 우리는 우리와 같은 밥상에서 똑같은 빵을 먹고 우리처럼 평범한 옷을 걸친 예수님을 만날 수 있지요.
    "내가 예수다"를 증명하는 황금빛 후광도 없고 엄격한 신의 권위도 찾아볼 수 없지요.
    그는 무섭지 않고 친근합니다. 젊고 혈기왕성한, 통통히 살이 오른 얼굴을 보세요. 정말 귀엽지 않습니까?

    이제까지 서양미술사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예수상입니다.
    후광은 없지만 화면 중앙에 앉아 설교하듯 앞으로 내민 손과
    흘러내리는 긴 머리타래에서 우리는 간신히 그가 그리스도라는 걸 압니다.
    더러운 옷(왼쪽에 등을 보인 제자의 어깻죽지는 찢어져 있지요), 이마의 주름살, 불쑥 테이블 밖으로 튀어나와 떨어질 것같은 과일 접시....
    화가는 성경속의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그럴듯하게 표현했지요.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제자들은 말쑥한 신사가 아니었고,
    게다가 엠마오로 가는 길에 30리를 걸었으니 행색이 남루한 게 당연하지요.
    말하자면 그는 성스러운 주제를 풍속화처럼 그린 것입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혁명적인 발상이었지요.


    (중략)

    그림이 그려진 해는 1590~1600년경. 유럽전역에서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들간의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양 진영이
    서로 경쟁적으로 자기 세력을 과시하던 때였지요.
    카라바조의 박진감 넘치는 성경그림은 성인이나 기적 이야기 못지않게 대중을 교화시킬수 있었을 텐데, 보통사람의 시각에서 신약을 해석한 회화예술이 교황청의 막강한 힘을 발휘하던 이탈리아에서 싹텄다는 건 역사의 역설이지요


    - 최영미, <화가의 우연한 시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