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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삼손과 데릴라 - 두번째

인생멘토장인규 2009. 4. 13. 08:44

 




[그림]Lovis Corinth (獨,1858-1925) ◈ Samson Blinded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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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눈 먼 삼손, 돈에 눈 먼 델릴라



    위 그림은 독일 분리파의 창시자이자 표현주의의 선구자 로비스 코린트의 <눈 먼 삼손>이다.
    이 작품은  삼손이 원수들에게 복수를 가하는 극적인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힘을 잃고 장님이 된 삼손은 어두운 감옥에서 맷돌을 가는 수모를 당하는 동안
    그의 머리카락이 자라난다. 다시 옛 힘을 되찾은 삼손은 블레셋인들이 축제 날,
    신전을 지탱하는 두 기둥을 흔들어 건물을 파괴하고 적들과 함께 최후를 맞이한다.

    지금 이 장면은 초인적인 힘이 되살아난 삼손이 온 몸을 비틀어 무쇠같은 두 팔로
    기둥을 밀어내는 긴박한 순간을 표현했다. 복수의 화신이 된 그의 얼굴에서
    소름끼칠 만큼 강한 분노와 울분이 뿜어져 나오는 듯하다.



[그림]Mantegna (伊,1431-1506) ◈ Samson and Delilah (1500)





    사랑과 배신의 드라마는 예술가들의 창작욕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그 중에서도 주제를 가장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알려진 르네상스의 거장
    만테냐의 <삼손과 데릴라>이다. 데릴라는 세상 모르고 곯아떨어진
    삼손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고 있다.

    포도 줄기와 탐스런 포도송이는 술의 위험을 상징한다.
    삼손이 정신없이 잠에 취한 것도 여인의 농간에 빠져
    과도하게 술을 마신 탓이고 절단된 고목의 가지는 삼손의 거세를 암시한다.

    정신 분석학에서 머리카락은 남성의 생식기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넘쳐흐르는 물은 무절제한 정욕의 분출을 의미하며 고목 밑둥에는 명문이
    새겨져 있는데 '사악한 여자는 악마보다 세 배나 더 나쁘다'는 뜻이다.
    그림은 삼손의 성욕을 억제하지 못해 비극을 자초한 사실을 준엄하게 경고하고 있다.



[그림]Peter Paul Rubens(Flemish,1577-1640) ◈ Samson and Delilah(1609)




    풍요로운 삶을 위해 반드시 돈이 필요하지만 사람들은 항상 가진 것보다
    또는 가질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원하는 데서 비극이 시작된다.
    그렇기에 돈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돈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해 사랑도 팔아버렸던 여인, 돈에 매수된 데릴라를
    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의
    ‘삼손과 데릴라’다. 이 작품은 종교화지만 종교적 의미보다
    관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는 빛과 어둠을 이용해
    사랑과 배신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데릴라의 침실에서 삼손은
    사랑이 끝난 후 그녀의 배 위에 잠들어 있다.
    데릴라가 넋이 빠진 얼굴로 자신의 무릎에 파묻혀
    단잠에 빠진 삼손을 내려다본다.
    여인의 몸이 지옥으로 이끄는 지름길인 줄도 모르고
    삼손은 잠결에도 사랑하는 여인의 아랫배를 더듬고 있다.

    방금 전까지 쾌락을 나눴던 잠든 연인의 모습을 지켜보는
    데릴라의 미묘한 표정에는 연민이 드러나 있고,
    그녀의 어루만지는 손길은 삼손의 어깨에 닿아 있다.
    이런 데릴라의 감상과 미련을 밀쳐내듯 이발사가
    잠든 삼손의 머리카락에 서둘러 가위를 밀어 넣는다.
    이발사 머리 뒤에 있는 조각 장식품은 비너스와 큐피드로,
    고개를 약간 비스듬히 숙이고 있는 비너스와 델릴라의 자
    세가 같은 것은 사랑에 빠진 삼손을 암시한다.

    잠든 삼손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는 남자의 옆에 서 있는 노파는
    그 장면을 놓칠세라 촛불을 밝히며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사창가 포주인 노파는 악을 상징하고 있지만 성서에서는 나오지 않는 인물로
    루벤스가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그려넣었다.

    화면 오른쪽에는 횃불로 얼굴을 밝히고 있는 팔레스타인 병사들이
    문밖에서 몰래 숨어 지켜보고 있다.

    이 작품에서 데릴라의 붉은색 옷은 사랑의 열정과 앞으로 일어날
    피의 비극을 암시한다. 루벤스는 이 작품에서 화려한 내부 장식을
    그려넣어 고급 사창가의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28세 때 그린 이 작품으로 루벤스는 당대 최고의 명성을 누리는 화가가 된다.



[그림]Rembrandt van Rijn(Dutch,1606-1669) ◈ The Blinding of Samson(1636)




    17세기 유럽 최대의 화가인 렘브란트의 작품이다.
    렘브란트는 삼손의 생애와 관련한 작품을 다섯 점의 연작으로 남겼는데,
    모두 1628년부터 1641년까지의 작품으로 이 작품은 그 가운데 한 편이다.

    화면에는 삼손과, 삼손의 머리털을 가지고 도망치는 데릴라와,
    삼손을 붙들고 그를 위협하며 눈을 찌르고 있는 불레셋 병사 다섯 명이 등장하고 있다.
    삼손은 누워 있는데, 그의 자세는 대천사 미가엘의 창에 제압당한 마귀가
    지옥불에 등을 지지며 몸부림치는 자세에서 따온 것이다.

    다섯 병사들은  각각 삼손의 목을 잡고 있는 병사,
    팔을 사슬로 묶고 있는 병사,
    삼손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있는 병사,
    미늘창을 겨누며 경계하고 있는 병사,
    그리고 또 한 명의 병사로 이루어져 있다.
    불레셋 병사들이 낡은 부르고뉴 투구를 쓰고 있으며,
    미늘창을 겨누고 있는 병사는 터키식의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픔을 이기지 못해 몸부림치는 삼손  얼마나 끔찍한 고통이었으면
    저토록 발버둥치며 발가락을 오그리는 것일까?
    빛은 뱀처럼 혓바닥으로 삼손의 고통을 훑어 내린다.
    빛이 왼쪽에서 들어오는 사이 한 손에는 가위를,
    다른 한 손에는 삼손의 머리털을 움켜 쥐고 달아나는
    데릴라의 표정에 죄책감과 연민이 교차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