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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램시 - 화가의 부인

인생멘토장인규 2008. 11. 17. 14:30


[그림]Allan Ramsay(英,1755-1842) ◈ The Artist's Wife: Margaret Lindsay of Evelick(1758)







그림을 클릭하면 큰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종종 역사에서 간과되기도 한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다. 스코틀랜드의 천재적인 초상화가였던
    앨런 램시는 완전히 잊혀졌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특히 그의 고향인 에딘버러에서 그러하다), 온당한 대접을 받지는 못했다.

    그의 최고의 작품은 자신의 두 번째 아내였던 마가렛 린제이를 모델로
    그린 초상화이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망쳤던 이들은
    많은 고생을 겪어야만 했다. 그는 아내를 끔찍히 아꼈는데
    바로 여기에 있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 아낌의 정도가 어땠는가를 알 수 있다.

    그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붓놀림을 한번 보라.
    강직해 보이면서도 아름다운 그녀는 꾸멈없는 애정이 담긴 얼굴을
    남편을 항해 살짝 돌리고 있다. 화가는 그녀의 튼튼한 골격에서
    느껴지는 힘과 그녀를 감싸고 있는 리본이나 레이스의 부드러움 사이의
    대조를 섬세하게 포칙해내고 있다. 부드러운 비단결 같은 머리는
    뒤로 묶어 내렸는데, 그는 그 머리결 하나까지 조심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그녀의 표정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그 표정에서 남편과 함께 있을 때의 평온함을 떠올리고,
    다른 이들은 거기서 일종의 근심을 읽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그녀는 남편과 함께 아주 행복하게 오랫동안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자식들도 모두 건강하게 자랐는데, 이는 당시에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은 변힘없이 뜨거웠다.
    그래도 그녀의 표정에서 어떤 근심이 지워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도 램시 자신의 근심이 투사된 결과일 것이다.

    그녀가 들고 있는 아름다운 꽃은 언젠가는 시들 것이다.
    아름다움은 그리 오래지속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꽃같이 아름다운 여인도 언젠가는 시들 것이다.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비록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였지만 그 사랑으로 죽음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이 초상화에 심오한의미를 더해주는 이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인식의 뿌리는
    램시의 개인사를 살펴보면 밝혀진다.

[그림]Allan Ramsay(英,1755-1842) ◈ Anne Bayne, Mrs Allan Ramsay(1739)




    그는 사랑했던 첫 번째 아내 앤과 사별한 경험이 있었다.
    결혼한지 겨우 4년 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뿐 아니라 그녀와의 사이에 있었던 세 명의 아이들도 모두 죽어버렸다고 한다.
    그런 경험 때문에 램시는 소중한 사람의 초상화를 그리면서도 결코 안정감을
    느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두 초상화 사이에 차이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앤의 초상화에서는 강하고 빈틈 없는 지적인 여인에 대한 확신에 찬 긍정이 느껴진다.
    남편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에서는 행복한 마음에서 기인하는
    짓굿은 건방짐까지 보인다. 자신이 받은 만큼의 사랑을 그녀 또한
    남편에게 주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표정이다.

    비록 이 그림이 앤이라는 인물의 특징을 집중적으로 그린 것이기는 하지만,
    마가렛의 초상에서 강렬하게 느껴지는 감정의 부드러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앤이 그저 파트너였던 반면,마가렛은 아내였던 것이다.

    1743년 앤의 죽음이 있은 후 그저 솜씨 좋은 화가였던 램시는 위대한 화가가 되었다.
    그의 후기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말년에 그는 삶의 긍정적인 면에 대한
    순진한 믿음을 더 이상 지니지 않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행복이란 매우 놓치기 쉬운 것이며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임을 알아버린 것이다.


    <웬디 수녀의 나를 사로잡은 그림들 中>






 

2006-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