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ELSHEIMER, Adam(獨,15778-1610)◈Ceres and Stellio(1600)
아이의 말에 화가 몹시 났던 케레스 여신은 물과 보리알이 섞인 이 마실 것을 아이의 얼굴에다 확 끼얹어버렸다 그 순간 아이의 얼굴에는 거뭇거뭇한 반점이 나타나면서 팔 있던 자리에서는 다리가 돋아났고, 엉덩이에는 꼬리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 건방진 아이, 여신을 비웃었다가 도마뱀으로 둔갑한 것이었다.
[조각]Michel Anguier(佛,1612-86)◈Ceres Searching for Persephone(1652)
케레스는 딸을 찾아 끊임없이 이 땅에서 저 땅으로 또 바다와 강을 건너 헤매다가, 마침내 그녀가 출발한 시켈리아 섬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키아네 강 둑에 서 있었다. 이곳은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데리고 자기의 영토로 달아나는 길을 연 곳이었다.
그 강의 님페는 여신에게 자기가 목격한 사실을 들려 주고 싶었으나 하데스를 두려워한 나머지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림]Joseph Mallord William Turner(英,1775-1851)◈The Rape of Proserpine(1839)
오직 페르세포네가 도망칠 때 떨어뜨린 허리띠를 들고서 그것을 바람에 나부끼게 하여 어머니의 발 밑으로 가게 했다. 케레스는 그것을 보고 이제는 그녀의 딸이 죽었다고 확신했으나, 아직 그 이유를 몰랐으므로 죄도 없는 대지에게 누명을 씌웠다. 그녀는 말했다.
"배은 망덕한 땅아, 나는 너를 비옥하게 하고 풀과 자양분이 많은 곡식으로 덮어 주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러한 은총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자 가축은 죽어 버렸고, 쟁기는 밭고랑에서 파손되고, 종자는 싹이 트지 않았다. 가뭄이 들든지 장마가 지든지 하였다. 새는 종자를 쪼았고-자라는 것은 엉겅퀴와 가시덤불뿐이었다.
[그림]Arthur Bowen Davies (美,1862-1928)◈ Arethusa (1901)
이 광경을 본 샘의 님페 아레투사가 땅을 위해 조정자로 나서서 말했다.
"위대하신 대지의 여신, 곡물의 여신이시여, 따님을 찾아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셨으니, 여신의 믿음을 배신한 땅을 원망하실 만도 하지만요, 땅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만일에 땅이 입을 벌려, 따님을 납치한 자를 숨겼다면 그야 어쩔수 없어서 그랬을 테지요. 저는 제가 고여 있는 이 땅을 용서하시라고 이러는 게 아닙니다.
저는 이 고장 요정이 아니고 엘리스의 요정입니다. 제가 태어난 곳은 피사입니다. 여신이시여, 이 땅이 저에게는 타관입니다만 저는 어느 누구보다 이 땅을 사랑합니다. 지금은 이 아레투사의 고향, 이 아레투사의 고국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자비로우신 여신이시여, 원하옵건대 이 땅을 은혜롭게 하소서. 제가 고향을 떠나 저 넓은 바다를 건너 이곳 오르튀기아까지 온 내력은, 여신의 분노와 근심이 다소 가라앉은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이 말씀만은 먼저 여쭙겠습니다.
저는, 대지가 저를 위해 열어준 길을 따라 이곳까지 도망쳐왔습니다. 대지 속 깊은 굴을 지난 저는 고개를 들고 낯선 별들을 보고서야 비로소 이곳에 이른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 두 눈으로 페르세포네님을 똑똑히 뵌 것은 대지 저 깊은 곳에 있는 스틱스의 심연을 흐를 때였습니다. 따님께서는 슬픈 얼굴을 하고 계시었습니다. 표정에 공포의 그림자가 함께 어려 있었고요. 하지만 그분은, 저승 세계의 귀하신 왕비, 지하 세계 지배자의 배우자가 되어 계시더이다"
[그림]Patinir, Joachim (Flemish, 1480-1525)◈Charon Crossing the Styx(1515-24)
케레스는 이 말을 들었을 때 한동안 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더니, 이륜차를 하늘로 돌리고 제우스의 옥좌 앞에 나아가려고 길을 재촉하였다. 케레스는 자기의 불행한 처지를 말하고 딸을 도로 찾아오는 데 협력해 달라고 제우스에게 애원하였다.
"제우스 대신이시여, 내 딸이자 그대의 딸인 페르세포네 문제로 청원할 일이 있어서 이렇게 왔으니, 내 말을 들으세요. 딸의 어미가 그 아비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고 해서 딸이 그 아비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 아이 어미가 나라고 해서 그 아이를 업신여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가 그토록 오래 찾아다니던 그 아이 행방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대신께서 보시기에는, 내가 그 아이를 잃은 것이나, 이제 그 행방을 알아낸 것이나 마찬가지겠지요? 행방을 알았으니 찾아오면 되지 않느냐고 하실 테지요? 하지만 나는 대신이 아닙니다.
내 딸을 돌려주게만 하신다면, 내 딸을 도둑해질 간 자의 허물을 잊겠습니다. 도둑맞았으니 이제는 내 딸이 아니라고 하시겠습니까? 그렇다면 대신의딸도 아닙니까? 만일에 그 아이가 대신의 딸임에 분명하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약탈자를 지아비로 섬기라고는 않으시겠지요?"
[그림]GOLTZIUS, Hendrick(獨,1558-1617)◈Mercury(1611)
목동·나그네·상인·도둑·도박·거짓말· 웅변·외교·체육·의술·평화의 수호신이자 신들의 전령. 뜻은 "기둥, 남근(男根)이다.
제우스는 페르세포네가 명부에 머무는 동안에 식사를 한번도 한 일이 없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승낙했다.
"페르세포네가 그대에게 귀한 딸이라면 내게도 귀한 딸이오. 따라서 나 역시 그대 못지않게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이오. 그러나 그대는 사상에 이름을 붙이되 온당한 이름을 붙여야 하오.
우리 딸을 데려간 자의 행위는 약탈행위가 아니라 조금 도를 넘은 사랑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 것이오. 그대가 동의한다면 이 사위 되는 자도 우리를 그리 불명예스럽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 비록 그에게 자랑할 것이 없다고는 하나, 아무도 이 제우스의 형제일 수 있는 것은 아니오. 그러나 그에게 자랑할 만한 것이 없는 것도 아니오. 그는 이 세상을 상속받을 때 제비를 잘못 뽑아 이 천궁을 나에게 양보하고 저승 왕이 된 것뿐이오.
그대가 이렇게 우기니 페르세포네를 마땅히 천궁으로 데려와야 할 일이기는 하오만,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소. 페르세포네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야 하오. 나를 야속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이것은 모이라이가 정한 법이니까"
헤르메스가 사자(사자)로서 봄의 여신을 대동하고 파견되어, 하데스에게 페르세포네의 반환을 요구하였다. 교활한 명계의 국왕은 승낙하였다.
[그림]Rossetti, Dante Gabriel (英,1828-82)◈Proserpine(1877)
그러나 애통하게도 페르세포네는 이미 하데스가 준 석류를 받고, 그 씨에 붙은 맛있는 과육을 먹었던 것이다. 이로써 완전한 구출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한 타협책으로서 반년은 어머니와 지내고 반년은 남편과 지내기로 합의했다.
이렇게 해서 페르세포네가 명계에 있는 동안 곡식이 자라지 않고 초목도 잎새가 모두 떨어지고 페르세포네가 돌아오면 여신은 다시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고 은총을 베풀었다.
[그림]Frederic, Lord Leighton (英,1830-1896)◈The Return of Persephone (1891)
지하세계로부터 돌아온 딸 페르세포네를 반기는 케레스. 은은한 색채와 함께 어머니의 강한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케레스는 딸 문제가 거의 마무리되자, 켈레오스와 그 가족 및 어린 아들 트리프톨레모스에게 했던 약속을 상기했다. 그 소년이 성장하자 테메테르는 쟁기 사용법과 씨뿌리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또한 날개 달린 용이 끄는 자기의 이륜차에 그를 태우고 지상의 모든 나라를 돌아보며 인류에게 유용한 곡식과 농업에 대한 지식을 전수했다.
[그림]Hendrick van Balen(Flemish,1575-1632)◈Landscape with Ceres (Allegory of Earth)(1630)
이 여행에서 돌아온 트리프톨레모스는 케레스를 위해 엘레우시스 지방에 훌륭한 신전을 건립하고, '엘레우시스의 비의'라고 이름 붙인 케레스 여신 숭배교를 창시했다. 이 의식은 그 신전의 훌륭함과 장엄함에 있어서 그리스인들의 다른 모든 종교적 의식을 능가했다.
[그림]Peter Paul Rubens (Flemish,1577-1640)◈Statue of Ceres (1615)
이 케레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가 우화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페르세포네란 곡물의 종자를 뜻한다. 종자는 땅 속에 묻으면 그곳에서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 즉, 지하의 신에게 납치되어 있다가 거기서 다시 모습을 나타낸다. 페르세포네는 그 어머니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봄의 여신이 그녀를 일광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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