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온글]
(잠깐 멈춘 시간 1부)
우리는 가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장미꽃 향기를 맡아 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러나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과연 얼마나 자주 시간을 내어 우리 주위를 돌아보는가?
너무나 바쁜 일정과 다음 약속들에 대한 생각. 그리고 교통
체증과 일상에 묶여서 살아가느라 우리는 가까이 있는 다른 사람
들조차 제대로 바라볼 겨를이 없다.
세상을 이런 곳으로 만든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자신도 일말의 죄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복잡한 도로에서 차를 운전하고 갈 때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얼마전 나는 내 자신이 주위의 더 큰 세상을 자각하지 못
하고 나만의 작은 세계속에 갇혀서 살아왔음을 일깨워 주는 한 사건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 나는 사업상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차를 몰고 약속 장소로 가고 있던 중이었다.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마음속으로 내가 해야 할 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내 차가 매우 복잡한 교차로 지점에 이르렀을 때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나는 정지선에 차를 세우며 중얼거렸다.'좋아. 다음 신호가 바뀌는 순간 다른 차들보다 먼저 출발해서 재빨리 추월해 나가야지' 내 마음과 차는 원격조종 자동차처럼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잊지 못할 하나의 광경이 시야 속으로 들어와 내 집중력을 흔들어 놓았다.
둘다 장님인 젊은 부부 가족이 손에 손을 잡고서 교차로 속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사방에서 붕붕거리고 있는 이 복잡한 교차로속을 아무것도 모른 채 더듬거리며 걸어 들어왔다.
남자 장님은 어린 사내아이의 손을 붙잡고 있었고, 여자 장님은 멜빵에 맨 갓난아기를 꽉 붙들고 있었다. 둘 다 흰색 알루미늄 지팡이를 손에 들고서 교차로를 가로지를 어떤 기준을 찾아 열심히 더듬거리고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나는 약간 감동을 받았다. 그들은 누구나 가장 두려워하는 앞이 안 보이는 상태를 잘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했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앞이 안 보인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하고 생각했다.
그 순간 그런 내 생각은 순식간에 공포로 바뀌었다. 맹인 부부가 횡단보도를 벗어나 엉뚱한 대각선 방향으로 향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걸어가고 있는 방향은 정확히 교차로 한복판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위험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차들이 맹렬하게 달려오는 곳을 향해 똑바로 걸어가고 있었다. 다른 운전자들이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을 거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겁에 질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신호에 정지해 있는 차량들의 맨 앞줄에서 지켜보고 있었기 �문에,그날 일어난 기적을 나는 누구보다도 가장 잘 목격할 수 있었다. 모든 방향에서 달려오던 모든 차들이 일제히 멈추었다. 브레이크를 급제동하는 소리나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어서 저쪽으로 비켜!"하고 고함치는 사람도 없었다. 모두가 그 자리에서 완전히 정지해 버린 듯 했다.
***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2004-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