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우리 기업에게 있어서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이었을까?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기업의 관심이 집중된 한 해였다. 2005년을 관통했던 7가지 경영키워드를 통해 우리 기업에게 주는 의미와 시사점이 무엇인지 살펴 보기로 한다.
2005년은 그 어느 해보다도 정치, 사회적인 이슈가 많았던 해다. 줄기세포 연구와 윤리 문제, 옛 안기부 도청사건, 행정도시특별법의 위헌심판청구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 등 크고 작은 논란이 연일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2005년 한 해 우리 기업에게 있어서 가장 큰 이슈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2005년을 관통했던 7가지 경영키워드,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
1. 블루오션 신드롬…‘경쟁없는 경쟁전략’
올 한 해 우리 기업에게 있어서 최대 화두는 역시 ‘블루오션(Blue Ocean) 전략’이었다. 최근 몇 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4% 안팎에 머물면서, 그 동안 성장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었던 우리 기업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명쾌한 논리와 분명한 이미지의 ‘블루오션 전략’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블루오션 전략은, 경쟁자와 경쟁하지 않는 경쟁전략을 말한다. 즉, 경쟁이 치열한 기존의 레드오션(Red Ocean)에서 벗어나, 경쟁자가 없는 블루오션(Blue Ocean) 영역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전략이다. 기존의 경쟁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부분에 기업의 역량을 집중, 나머지는 과감하게 포기, 축소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만의 블루오션 영역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블루오션 전략의 사상과 방법론은 우리 기업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LG, 삼성, 한국전력, KT,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블루오션 전략의 사상과 방법을 차용, 기존 사업의 경쟁전략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 엔진을 발굴하는 데 적극 응용하였다. 이러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학계에도 영향을 미쳐 블루오션 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블루오션 전략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많은 기업 실무자들은 지적한다. 심지어는 또 다른 유행(Fashion)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블루오션 전략이 전하는 메시지와 가치는 분명하다.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기업이라면, 한번쯤 블루오션 전략의 사상과 방법론에 빠져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M&A…‘사서 성장한다’
유난히 M&A에 관련한 이야기가 시장에 떠들썩했던 한 해였다. 지난 연말 중국의 롄상기업이 IBM의 PC사업을 인수했다는 소식을 필두로, 중국과 인도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M&A 큰 손으로 급부상했다는 얘기가 2005년을 장식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국의 하이얼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기도 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올 상반기 금융권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이 각각 동원증권과 하나은행이라는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되었다. 또한 맥주업계의 1위 하이트(시장점유율 58%)가 소주시장의 1위 진로(시장점유율 55%)를 인수하면서, 주류 시장의 독과점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M&A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소위 초일류 기업으로 손꼽힐만한 기업들이 국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다. 과거 부실기업으로서 공적 자금이 투입되었거나, 해외 자본에 헐값에 매각되었던 기업들이 이제 다시 매물로 등장한 것이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쌍용건설, 대우증권, LG카드, 외환은행, 우리은행, 하이닉스, 대우정밀, 대한통운 등 각 분야의 선도업체들이 줄줄이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산업 합리화 차원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기업 성장 전략의 하나로 M&A가 주목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 M&A가 기업의 빠르고 효과적인 성장 전략의 하나로 주목을 받게 된 데는 두산그룹의 적극적인 M&A 행보가 크게 한몫을 했다. 한국중공업, 고려산업개발에 이어 2005년 대우종합기계까지 인수한 두산은 적극적인 M&A 전략을 통해, 맥주, 식료품 중심의 소비재 기업에서 기계, 중공업 중심의 글로벌 생산재 기업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M&A라는 카드가 산업 합리화와 성장 전략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기 자본의 Money Game 도구로 자주 이용된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하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3. 합종연횡…‘적과의 동침’
‘적과의 동침’이 본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자를 잡기 위해 다른 경쟁자와도 기꺼이 손을 잡고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득이 되느냐 아니냐가 관계를 설정하는 유일한 판단 기준이다. 자존심이나 국적은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누구든지 경쟁자가 되기도 하고,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인텔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합작하여 낸드플래시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IBM과 손을 잡고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로 하자, 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인텔이 낸드플래시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라는 삼성 안방을 공략하여, 자신의 안방인 비메모리반도체 분야를 적극 수성하겠다는 인텔의 의지와 위기감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게다가 고수익의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삼성, 하이닉스, 도시바의 독주를 견제하지 않고서는 향후 반도체 사업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인텔로 하여금 합작 투자를 서두르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대만 기업들의 약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2001년 기준으로 한국 40.7%, 대만 22.7%였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2005년 상반기에는 한국 44.9%, 대만 44.2%로 그 격차가 크게 줄었다. 대만 기업들이 이렇게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일본 기업들의 전략적 행보가 크게 한몫을 하고 있다. 대만의 1위 AUO와 일본 마쓰시타, 후지쓰의 제휴, 2위 CMO와 일본 히타치, 후지쓰의 기술 제휴, 3위 CPT와 일본 마쓰시타의 전략적 제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 기업을 견제하겠다는 일본 기업들의 숨가쁜 경쟁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업체간의 합종연횡은 국적을 불문한다. 지난 7월에 정식 출범한 삼성과 소니의 합작투자기업 S-LCD도, 강력한 경쟁자 LG필립스LCD, 샤프 등을 견제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이 비즈니스 세계의 정설로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다. 글로벌 경쟁에 있어서 이득이 된다면 경쟁자와도 적극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하고,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오랜 파트너하고도 당장 결별할 수 있는 전략적인 결단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최근 국내 이동통신사업자와 휴대폰생산업체 간의 합종연횡 움직임도 이러한 실용주의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4. 1000 포인트…‘자금 조달이 쉬워졌다’
올해 우리 주식시장은 1,000이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뚫고, 본격적인 네자릿수 시대를 열었다. KOSPI 기준으로 895(2004년 말 종가)에서 시작하여 1,297(2005년11월30일 종가)까지 올랐다. 상승률이 무려 50%에 육박한다. 이러한 대세 상승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우리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크게 좋아졌다는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중심축으로 자리잡으면서, 우리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진 것이다. 우리 기업들에 대한 재평가가 전체 시장의 대세 상승을 가져왔던 것이다.
나아가 우리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던 북핵 문제가, 향후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가 리스크 요인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는 데에도 한 원인이 있다. 이것이 대세 상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데에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중의 부동 자금이 은행과 부동산이 아닌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 온 것도, 대세 상승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고수익의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은 주식형 적립식 펀드에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소위 월말 효과와 풍부한 유동성이 대세 상승을 견인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본격적인 1,000포인트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 주식시장의 체질도 크게 변화하였다. 우선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은 크게 줄고, 각종 펀드와 교원공제회, 군인공제회 등의 기관 투자가들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이다. 국제 금리의 지속적 상승과 환율 하락이 외국 투자자들의 이익 실현을 부채질하면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이탈을 가속화하였다. 이와 같은 외국인의 순매도세에도 불구하고, 펀드 및 국내 기관 투자가들의 순매수세가 상승장을 견인하면서 주식시장의 주도 세력을 바꿔 놓았다. 주도 세력의 변화가 향후 우리 주식시장의 안정성과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는 안전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낙관하고 있다. 외국인이나 개인 투자자들에 비해, 기관 투자가들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 투자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주식시장의 대세 상승은 기업에게 있어서 자금 조달 여건이 좋아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에는 기업들의 상장 러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미 253개 기업이 증시 상장을 목적으로 감사인 지정을 신청한 상태다. 예년에 비해 3~4배 이상 많은 수치라고 한다. 롯데쇼핑, 우리홈쇼핑과 같은 우량 기업의 상장도 이미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名品… ‘그들만의 리그’
‘명품’은 원래 몇몇 특정 상표의 제품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일컫는 일반명사다. 하지만, 이제 ‘명품’이란 단어는 오히려 수식어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명품핸드폰, 명품TV, 명품아파트, 명품서비스 등. 최고, 최상이라는 의미로 주로 사용되면서, 희소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소위 하이엔드(High-end), 럭셔리(Luxury)라는 말과도 통하는 단어로 사람들은 인식한다.
올해는 유독 명품이라는 단어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가장 좋은 것, 매우 드문 것, 가장 비싼 것, 부자들만 쓸 수 있는 것에는 모두 명품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LG전자의 블랙라벨폰 앞에는 명품핸드폰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고, 프랑스 파리 상젤리제 거리에 있는 루이뷔통 매장의 71인치 LG PDP에도 ‘명품끼리의 만남’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국내 분양 사업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GS건설의 부띠크 모나코에도 명품 주거 공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삼성전자의 안나수이폰과 뱅앤올룹슨과 공동 디자인한 세린폰에도 여지없이 명품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은행들도 앞다퉈 이런 명품서비스에 만들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 자산이 10억 원이 넘고 전체 재산 규모가 30~40억 원 정도에 이르는 부자들을 상대로 프라이빗뱅킹(Private Banking) 서비스를 본격화하면서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유통업체도 비슷하다. 지난 3월 롯데쇼핑이 명품관 에비뉴엘을 개관하면서, 기존의 MVG(Most Valuable Guests) 고객과는 별도로 연간 구매금액이 5,000만원 이상 고객에게만 에비뉴엘 멤버십카드를 발급하고 이들을 특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의 2005년 마케팅 키워드는 바로 ‘명품 만들기’였다.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데 기업들이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소위 20:80의 파레토법칙, 즉 상위 20%의 고객이 수익의 80%를 가져다 준다는 원칙 하에, 소수의 고객에게 자원을 집중하고 그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소위 플래그십(Flagship) 효과를 거두면서 기존의 제품과 브랜드에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명품마케팅은 소위 전통적인 상류층, 신흥 부유층, 상류층 지향 소비자로 고객을 세분화하고, 그들이 원하는 프리미엄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들은 브랜드, 디자인, 희소성 등 무형의 가치에 돈을 지불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들이 더 이상 가격을 구매 기준으로 삼지 않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가격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객과 치열한 아이디어 경쟁이 필요하다. 그 아이디어에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하려고 할 것이다.
6. 트리플 악재…‘환율, 유가, 금리’
2004년을 기준으로 볼 때, 2005년 우리 기업들의 예상 실적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2005년, 이른바 3재(三災)가 발목을 붙잡았다. 환율 하락, 국제 유가 상승, 국제 금리 상승이 3가지 악재로 작용하면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보다도 환율 하락이었다. 환율은 한 국가의 경제력을 나타내주는 핵심 지표다. 따라서,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경제력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환율 하락은 기업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이다. 환율이 하락하는 만큼, 당장 기업의 해외 매출 금액은 준다. 동시에 환율이 하락하는 만큼 해외에서 비싼 값으로 팔아야 하기 때문에 매출 수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처럼 매출 금액과 수량이 모두 줄면서, 기업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해진다.
올해 달러당 원화 환율은 1,000원대 안팎을 오갔다. 한때 환율이 997원까지 급락하면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설까지 흘러 나오기도 했다. 지금은 1,000원대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으나, 향후 환율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2006년 하반기에 달러당 원화 환율이 본격적으로 세자리수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유가 폭등 속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를 기준으로, 지난 8월30일 한때 배럴당 70.85달러까지 유가가 치솟았다. 2004년 말 기준으로 43.32달러보다 무려 64%나 상승한 가격이었다. 이러한 국제 유가 상승은 기업의 생산 비용을 증가시키면서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켰다. 결국 환율 하락으로 인한 매출 감소와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는 우리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국제 금융 시장의 기준 금리(LIBOR)도 꾸준히 상승하였다. 2004년 말 기준 2.56%(3월물)에서, 2005년 11월30일 기준 4.41%로 1.85%나 상승하였다. 미국의 FRB 정책금리도 1%에서 4%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국내 콜금리도 3.25%를 바닥으로,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가 0.25% 상향 조정을 결정하였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시장 금리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기업에게는 그만큼 금융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국제 유가 및 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와 환율 하락에 따른 글로벌 매출 감소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력 약화 요인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가치 혁신을 통해 품질, 디자인, 브랜드와 같은 비가격적인 요소에서 차별적인 가치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7. 1조 클럽… ‘초일류 기업의 명함’
2005년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지난 3월에 발표된 우리 기업들의 2004년도 경영 성적표는 보는 이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라는 위상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기업 가치와 실적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이것은 자산과 매출과 같은 외형 가치뿐만 아니라, 기업의 내재 가치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수익 지표가 바로 글로벌 수준에 도달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순이익 1조’는 그래서 의미가 크다. 순이익 10억 달러, 원화로 1조 원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글로벌 초일류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우리나라도 12개로 늘었다. 삼성전자, 포스코, 한국전력, 하이닉스, 우리은행, 현대차, SK, LG전자, LG필립스LCD, SK텔레콤, 하나은행, KT 등 총 12개 업체가 2004년도에 순이익 1조원 이상을 벌어 들인 것이다. 소위 ‘1조 클럽’ 멤버가 전년 대비 5개나 더 늘어난 셈이다. 특히 하이닉스의 매출 대비 순이익률이 무려 33%를 넘어서고, 포스코도 거의 2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순이익의 절대 크기뿐만 아니라, 자본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우리 기업들의 실적을 반영한 듯, 시가 총액이 1조 원을 넘는 기업이 지난 11월 25일 기준으로 100개를 넘어 섰다. 이른바 ‘시가 총액 1조 클럽’도 이제 100개의 기업 회원을 가지게 되었다는 얘기다. 결국 기업의 가치는 실적과 주가로 말한다. 우리가 진정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2006년을 기대하며
이 밖에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 성과와 메디포스트의 성공적인 상장에 따른 이른바 ‘바이오 열풍’, 양대 노총과 삼성, 두산그룹의 비위 사실로 불거진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 문제가 2005년을 떠들썩하게 했던 중요 이슈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2005년은 우리 기업과 우리 경제가 체질을 개선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지한 모습으로, 새롭게 변신을 꾀했던 한 해로 기억된다. 아무쪼록 우리 경제와 우리 기업의 체질 개선 노력이 2006년에도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끝-
2005.12.07 | 주간경제 8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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