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우리 경제는 완만한 내수회복과 세계경제의 성장세 지속에 따른 수출 증가에 힘입어 4.6%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고유가, 부동산 경기 위축 등 불안요인들이 산재해 있어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은 최근의 경기회복 움직임을 확고히 정착시키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 경제는 회복기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년간 감소세를 보인 민간소비가 올해 상반기중 2.1%의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서는 등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소폭의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3/4분기 들어서도 각종 소비지표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저성장의 주요 원인이 되었던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부진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으나, 수출은 기술적 반등효과에 힘입어 3/4분기 들어 다시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 중심의 회복세 보이나 강도는 미약
이로써 지난해 2/4분기 이후 위축되기 시작한 우리 경제는 올해 2/4분기에 저점을 통과하고 3/4분기부터 회복기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4개월 연속 상승하며 경기 저점 통과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생산과 수출액, 도소매판매액 등이 동행지수를 이끌고 있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중인 종합주가지수와 자본재 수입액 등이 선행지수의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재고 및 출하증가율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경기회복세는 지난해 상반기의 일시적인 회복세보다도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다. <그림 1>에 나타나듯이 출하증가율은 아직 지난해 2/4분기 수준에 비해 4%p 이상 낮은 수준이다. 체감경기도 여전히 부진하다. 유가가 크게 오른 반면 우리나라의 주요수출품인 IT제품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되었다. 그 결과, 상반기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0.2%에 그쳐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3.0%에 훨씬 못 미쳤다. 최근 수년간 지속된 경기 및 소득 양극화로 인해 소득 중하위 계층까지 경기회복의 기운이 확산되지 못해 경제주체들의 체감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측면도 있다.
세계경제전망
체감 세계경기는 소폭 둔화
2006년 세계경제는 2005년과 비슷한 4.1%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체감 세계경기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유럽 등 여타 선진권 경제의 회복이 세계경제 성장세 유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대상국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내년에도 상승세를 지속하나 상승률은 올해의 39%보다 낮은 17% 수준을 기록, WTI 기준 연평균 배럴당 67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제유가가 지정학적 불안 등의 원인으로 연평균 80달러에 달할 경우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5%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는 과거 10년 간의 평균치인 3.8%를 밑도는 수준이다.
2003년 하반기부터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해 온 미국경제는 고유가의 부담이 점차 가중되는 가운데 주택경기가 둔화되고 소비 활력이 약화되면서 2006년 성장률이 3%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중반까지 조정을 겪은 일본경제는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전환되었으며, 고용사정 개선에 힘입어 내년까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유로화 강세 여부가 불안요인이 되고 있으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경제 연착륙, 위안화는 소폭 절상
중국경제는 소비와 수출이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설비투자가 둔화되면서 연착륙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년간 30%대의 높은 증가세를 지속해 온 수출은 미국의 경기둔화와 위안화 절상으로 2006년에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이나 20% 수준의 증가세는 유지할 전망이다. 인도 경제는 제조업, 서비스업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7% 전후의 건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 경제 역시 고유가에 힘입어 2006년에도 6%대의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국제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힘입어 2005년 하반기까지 강보합세를 유지한 후 2006년 들어서는 서서히 약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하순 약 2% 절상된 중국 위안화는 새로 실시되는 통화바스켓제도 하에서 내년까지 3% 내외의 추가 절상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 정도의 위안화 절상으로는 중국의 대폭적인 무역흑자가 시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위안화의 추가절상에 대한 압력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전망
내년 경제성장률 4.6% 전망
올해 연간 4.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의 성장세 지속에 따른 수출 증가와 완만한 내수회복에 힘입어 2006년 중 4.6%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내수가 회복됨에 따라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올해 1.7%p 에서 내년에는 2.5%p로 높아지고 교역조건 악화 정도가 완화되면서 GNI 증가율이 4%에 육박함에 따라 실질구매력이 다소간 개선될 전망이다. 원화표시 수출증가율이 올해 0.4%에서 내년에는 9% 수준으로 높아지는 것도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간의 괴리 축소에 기여할 전망이다.
고유가와 8.31 부동산 대책의 영향이 변수
그러나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소비 등 지출부문의 증가세가 매우 완만해 과거 경기회복 초기와 같은 정도의 높은 경제성장세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4.6%는 외환위기 이후 최근 6년간(2000~2005년) 평균성장률 5.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나마 고유가와 부동산경기 위축, 조류독감 확산 등의 불안요인이 현실화될 경우 경기 회복세가 다시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국제유가가 연평균 8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경우 우리경제의 2006년 성장률은 3%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비내구재와 서비스 소비 서서히 증가 예상
수요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올해 하반기에 가계의 구매력 회복에 힘입어 상반기보다 1.2%p 높은 3.5%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소비의 회복세는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연간 3.6%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2/4분기부터 나타나고 있는 고용증가세와 주가상승에 따른 자산효과가 민간소비의 증가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부진했던 생필품 위주의 비내구재와 서비스 부문의 소비가 서서히 증가하면서 전체 소비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고유가와 8.31 부동산안정대책에 따른 역의 자산효과, 소비심리 위축, 이사 관련 파생수요 위축 등 불안요인들은 소비회복의 강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설비투자 증가세는 올해보다 소폭 상승
2006년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올해보다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대내외의 수요회복 추세가 유지되는 반면, 최근 몇 년간 지속된 투자부진으로 기업의 생산능력 확충이 부진했다. 이에 따라 최근 제조업의 가동률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 1∼8월중 가동률 79.5%는 1990년대 이후 15년간 평균 가동률보다 1%p 이상 높을뿐 아니라 과거 경기호황기의 가동률 수준이다.
설비투자 압력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이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으로 투자할 만 한 뚜렷한 신성장 사업이 많지 않고 기업들이 생산능력 확대보다는 합리화 및 연구개발 등 경쟁력 개선을 위한 투자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설비투자는 올해보다 높은 연간 6%대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건설투자 부진 지속될 듯
내년 건설투자의 가장 큰 변수는 8.31 부동산안정대책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연간 1.3% 정도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투자는 내년에도 주택시장 위축 등으로 인해 1.1%의 부진한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토목건설 등 공공부문의 건설투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민간의 신규 주택건설이 위축되면서 전체 건설투자는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급등과 환율 절상 등의 불리한 대외여건 속에서도 건실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수출은 올해 12% 증가에 이어 2006년에도 11% 전후의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IT경기의 가시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우리나라의 1, 2위 수출대상국인 중국과 미국의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는 점 등이 수출 확대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2006년 경상수지는 서비스와 소득, 이전 수지 악화에도 불구하고 수출 호조와 투자부진의 영향으로 200억달러 대 초반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보다 다소 높은 3.3%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가가 지속되는데다 올해 대외부문을 통한 물가상승압력을 상당 부분 상쇄시켜 온 원화 절상 추세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중금리 0.7%p 상승하고 원화는 완만한 강세
2006년 금융시장의 특징은 금리상승과 완만한 원화강세로 요약된다.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물가상승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리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호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말 또는 내년 초까지 한 차례 정도 추가적인 콜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에는 경기회복 속도가 완만하여 추가적인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금리 역시 콜금리 인상, 시중자금의 채권시장 이탈,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국고채 발행 증가 등의 영향으로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 기준으로 올해에 비해 0.7%p 가량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에도 원화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정도는 2005년에 비해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들어 점차 달러화 약세 분위기가 재현되면서 올해 2/4분기 이후 약보합세를 보여 온 원화가 다시 강세를 띠게 되어 원/달러 환율은 연간 1,005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거시정책의 우선 목표는 경기회복기조 정착
내년도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의 초점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경기회복 움직임을 확고히 정착시키는 데 맞추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 과제는 무엇보다도 경기 활력 제고이다. 현재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등 아직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006년 우리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속도가 빠르지 않고 회복 기조를 흔들 수 있는 불안요인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는 재정이나 금융측면에서 경기진작적인 거시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높지 않고 부동산대책 이후 부동산가격도 안정되고 있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의 필요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재정 측면에서도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민간부문건설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공공주택사업이나 SOC투자, BTL 사업 등이 원활히 실행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간 협의와 민자유치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기업구조조정과 경쟁촉진도 중요한 과제
단기적인 경기활성화와 함께 추진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다. 기업구조조정과 경쟁촉진을 통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고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 완화,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제고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투자활성화와 고용창출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고령화 등으로 장기적인 재정수요가 급변함에 따라 재정적자가 급증하는 것을 방지하고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양극화 문제 완화 등을 위해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일회성 지원에 치우쳐 만성적인 재정적자 요인이 되지 않도록 정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끝-
[출처:2005.10.19 | 주간경제 8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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