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유/사색의 공간[감동·좋은글]

신들이 뿔났다.

인생멘토장인규 2008. 11. 19. 15:12

 

도리천(忉利天) 하늘에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33개의 국토가 있다.

동서남북 사방에 8개씩의 나라가 있으니,

‘사팔에 삼십이’에다가 중앙 센타에 제석천(帝釋天)이 다스리는 선견성(善見城)이 또 하나,

도합 33개의 성(城)이 있다.

이곳의 제석천을 비롯한 33의 성주(城主)들을

이름하여 천신(天神)들이라 하니,

천신은 우리말로 ‘하늘님’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그래서 33천은 우리들에게 신앙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민족의 믿음 속에는

이 중에서 제석천을 우리 민족의 근원으로 보기도 하니,

이른바 <삼국유사>에 보이는 단군할아버지의

또 할아버지 되시는 분이 환인하늘님 즉 제석환인님이시고,

그 중간에 아버지는 웅녀와 결혼해서 단군을 나으신 분 환웅님이시다.

 

남섬부주(南贍部洲)에서 가장 높은

수미산 꼭대기 위는 당연히 하늘이고,

그곳을 주재(主宰)하는 각각의 왕들은 정상(頂上)일 수밖에 없고,

소재한 위치가 까마득 높은 하늘에

계시는 신(神)이니까 하늘님들이 맞다.

보통은 제석천만을 하늘이라 생각하지만

미국 대통령도 대통령이고 한국 대통령도 대통령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아무튼 이 도리천의 33개국 수뇌들이 모여 심각한 고민을 하였다.

고민의 내용은 ‘이 남섬부주 중생들 중에서

그래도 가장 수승한 무리가 소위 인간이라는 작자들이라는데,

저 놈의 인간들은 도처에 널린 행복을 못 붙잡아 늘 좌불안석이니,

대체 이 일을 어찌할꼬?’라는 안건이었다.

 

이런저런 분석과 궁리 끝에 내린 결론은

‘저 인간들은 도대체 행복이 넘쳐 행복 귀한 줄을 모르니,

이번 기회에 아예 행복을 꼭꼭 숨겨서

행복 아쉬운 뜨거운 맛을 좀 봐야한다’는데 모두가 생각을 같이 했다.

기왕 작정한 바는 확실히 실행하기 위해

그 구체적 방법론까지 마련하자며 갖은 묘안이 나왔는데,

 

첫째 방안은 히말라야 설산의 높은 꼭대기 밑의 암반층에다가

행복을 블랙박스에 담아 묻어두자는 안과,

둘째는 지질학상으로 인도대륙 판축이 밀어붙여

지진위험이 있는 지반이 불안한 산보다는

아예 인간의 생체조건으로는 탐사가 도저히 불가능한

태평양 가운데의 마리아나 해구에 숨기자는 두 가지의 방법으로 압축되었다.

 

그러나 정상 중의 정상인 제석천은 역시 달랐다.

“좋은 방법이긴 한데 문제는,

미국이 인공위성을 동원해서도 빈라덴을 못 찾았으면 못 찾지,

한국 사람이라면 혹시라도 찾아낼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보지 않았던가?

러시아 로켓을 얻어 탄 이소연이란 아가씨가

잠도 자지 않고서 임무를 수행하는 그 지독한 한국인의 근성을?

그리고 그건 약과이고, 한국에서 그 숨겨놓은 ‘행복’이

만약 돈이 된다는 소문이라도 돌면,

대통령이 ‘경제대통령’에다가

내각이 돈 버는 귀재(귀신같은 재능)들로 포진하였고,

이하 ‘복부인’이란 희대의 명칭까지

창조한 한국 아줌마들까지 나설테고,

더구나 한국에는 ‘귀신 잡는 군대’도 있다니,

우리가 높다한들 결국 우리도 귀신 아니냐?”는 논리 반듯한 우려였다.

지당한 걱정에 잠시 휴회를 선포하고

그럼 어디다 숨길 것이냐를 각자 연구해서

내일 다시 회의를 소집키로 하고 모두들 헤어졌다.

 

다음날 아침부터 모여든 각국의 대표들은 이구동성으로

‘밤잠을 설치면서 궁리해 봐도,

도저히 한국인을 따돌릴 방안은 없다’고 난감해 하는데,

역시 왕 중 왕 제석은 달랐다.

 

“모두들 들어보소. 천하 없는 한국인도 어쩔 수 없는 방안이 있소!

그것은 행복을 인간들의 마음에 담아 두는 것이오.”

절묘한 해결책에 모두들 감탄하는 모드로 돌입하려는데,

제석은 덧붙여 이렇게 말하였다.

“그래도 행여 마음 바깥에 두면,

한국인이라면 혹시 그것도 짝퉁으로 만들어 속여 팔지도 모르니

마음 안쪽에 숨겨야만 더욱 확실할거요.”

 

그럴듯한 방책에 모두들 찬성으로 가결하려는 찰나에

가만히 듣고만 있던 옵서버 자격의 범천(梵天)이 불쑥 물었다.

“근데 말이죠... 그 마음이란 게 대체 어디에 있소?

있기는 있는 거요?” 이 돌발 질문에 제석은 우물쭈물

“글쎄, 그게 있기는 있다고 하던데...

내 마음 나도 모르니......

아! 내가 그걸 알면 여기 있겠소?

벌써 욕계(欲界)를 벗어나 색계(色界) 너머 무색계(無色界) 어디쯤 있고픈 마음인데...”

 

[daum에서 펀글]

 

2008-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