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身 言 書 判

내가 술 마시는 이유(펌)

인생멘토장인규 2008. 11. 13. 23:30

 

 

소주 / 최영철



나는 어느새 이슬처럼 차고 뜨거운 쟝르에 있다
소주는 차고 뜨거운 것만 아니다
격정의 시간을 건너온 고요한 이력이 있다
지금 웅덩이 안으로 조금씩 흘러들어가
차고 뜨거운 것을 감싼다
어디 불같은 바람만으로 되는 것이냐고
함부로 내지를 토악질로 여기까지 보려고
차가운 것을 버리고, 뜨거운 것을 버렸다
물방울 하나 남아 속살 환히 비친다
소주는 차고 뜨거운 것만은 아니다
불순의 시간을 견딘 폐허같은 주름이 있다
오래 곰삭아 쉽게 불그레진 청춘이
남은 저를 다 마셔달라고 기다린다

 

 

200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