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Elisabeth Vigee-Lebrun(佛,1755-1842)
◈ Portrait of Countess Golovine(1797-1800)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나는 예술에서 성별의 차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생각하고 있었다.
작품만 보고서 그것이 남성 작가의 작품인지
여성 작가의 작품인지를 분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있는 이 작품만은 예외였다.
또한작가의 이름을 먼저 인지하고 작품감상을하는 것이
얼마나큰 영향을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비제-르브룅의 자서전에도 언급되었듯이
그녀는 비바라 골로빈 백작부인을 무척 좋아했다.
그녀는 백작부인을 ‘재치와 재능을 겸비한
매력적인 여성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그런 칭찬은 비제-르브룅 자신이 듣고 싶어했던 말이기도 했다.
그녀 역시 똑똑하고 예쁜 여성으로 알려져 있었으므로,
자신의 자화상을 그렸더라도 이와 비슷한그림이 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아부를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다소 정치적인 성향을지녔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같이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과 사귀기 위해서는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비제-르브룅은
다른 유럽의 도시들을 떠돌아 다녔는데,
그러던 중 러시아에서 이 귀족 여성의 초상화를 그리게 되었다.
이전의 어느작품보다도 성공적인 작품을 말이다.
그림을보고 있으면, 화가와 모델 사이에 일종
의 공통점이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두사람 모두 지성과 사교적인 재치를 겸비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아름답다못해 에로틱하다는 느낌이 드는초상화이다.
길게 늘어진 검은 고수머리와 화려한 머리띠, 반짝 반짝 빛나는 큰 눈동자,
그리고 늘어진 옷을 애교 있게 목으로 끌어당기는 그녀의 몸짓을 한번 보라.
이런 면면은 남자 화가들도 표현해 낼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비제-르브룅은 그것들과는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데,
유심히 살펴보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솔직함과 강한 자신감에서 우러나는 백작부인의 남성적인 활력과 힘이다.
남자화가였다면 백작부인의 화려한용모에 매료돼 제대로 표현하기 힘든부분을
르브룅은 잘 포착해낸 것이다.
내가 이 작품을보면서 특별히 황흘감을 느꼈던 것은
이 초상화가 아프리카의 전설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즉 모든 사람은쌍동이로 태어나는데, 잃어버린 쌍동이
형제 한쪽은 항상 다른 성性을 가진다라는 전설 말이다.
화가는 육체적인 쌍둥이와그것을 움직이는 정신적인 쌍둥이 둘 다를 보여주고 있다.
아름다운 백작부인은 천상에 있는자신의 (남성) 쌍둥이 형제에 대한
권위를 가지고 그를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르브룅이 보여주려는 것도 바로 그 남성적인 여성성이다.
<웬디 수녀의 나를 사로잡은 그림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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