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잃어버린 여행가방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만일 누가 그 가방을 연다면 더러운 속옷과 양말이
꾸역꾸역, 마치 죽은 짐승의 내장처럼 냄새를 풍기며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 육신이란
여행가방 안에 깃들였던 내 영혼을,
절대로 기만 할 수 없는 엄정한 시선,
숨을 곳 없는 밝음 앞에 드러내는 순간이 아닐까.
- 박완서의 '잃어버린 여행가방'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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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미지의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며
가슴으로 물건으로 우리의 여행가방은 채워지고
비워지고 하면서 쌓여 갑니다.
그러나 훗날에는 결국 두고 가야 할 여행가방,
언제 잃어버려도 두렵지 않은,
작지만 따스한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 싶습니다.
오늘이라는 하루치의 여행에서 그대는
무엇을 담고 무엇을 버렸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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