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어법反語法으로 가자
그대, 우리 사랑은 반어법으로 가자.
직유直喩나 은유隱喩는 노골적이라 스멀거리는 간지럼을 참기 어렵고, 의인擬人과 활유活喩로 붕 띄워봐야 고무풍선 바람 빠지듯 허망한 울림 뿐, 그렇다고 풍유諷諭로 새끼줄 꼬듯 배배 꼴 필요까지야 있겠느냐. 제유提喩며 환유換喩로 자르고 잇대어도 그 속성을 다 밝힐 수 없고, 중의重義로 의뭉스럽게 꿍쳐본들 바알간 속내를 숨길 수 없으니,
우린 그냥 멍 자국 퍼어런 반어법으로 가자.
사랑이 무엇인지 있기나 하는 건지 독백같은 문답問答은 너무 외롭고 , 늘이고 늘여도 끝이 보이지 않는 대구對句는 미련이 너무 많아 숨이 막히고 , 존재조차 불분명한 널 부르다 부르다 목이 잠길 것같은 돈호頓呼야 어찌 막겠느냐. 때로는 악다구니같은 역설逆說로 어깃장부리듯 뒤집어도 보고 , 도치倒置로 물구나무 서서 용트림치듯 가랑이 사이로 웩웩 게우기도 하다가, 설의說疑로 참았던 설움이나 꺽꺽거리며 마무리해도 괜찮기야 하겠지만,
우린 그냥 뒷통수 때리듯 오라진 반어법으로 가자.
사랑을 풍선껌 불듯 볼이 터져라 부풀리는 과장誇張도 쓸데없는 짓거리, 구질구질 반복反復이니, 점층漸層은 무엇이며 점강漸降은 또 무엇에 소용되리. 앞뒤 바꿔가며 억양抑揚을 아무리 오르내려도 허공 속의 메아리, 올가미 씌우듯 사슬고리같은 연쇄連鎖를 들이밀고 또 그것을 주루룩 열거列擧하고, 대조對照며 미화美化며 제 아무리 찧고 까불어도, 영탄詠歎으로 느낌표 수십 개를 박아본들, 마알간 얼굴로 손 흔드는 사랑을 어찌 되돌릴 수 있겠느냐.
그러니 우린, 피울음같은 반어법이나 물고 가자.
200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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