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Working together

까르푸 철수가 남긴 교훈

인생멘토장인규 2008. 10. 19. 08:55

세계 2위 소매 유통 업체 까르푸가 최근 일본, 멕시코에 이어 한국 시장 철수를 공식 선언했다. 까르푸가 한국 시장 진출을 통해 잃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이고, 나아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무엇인지 살펴 본다. 
  
지난 4월 28일, 이랜드그룹이 한국까르푸의 최종 인수자로 공식 발표되었다. 1996년 부천 중동점을 시작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던 까르푸가 마침내 한국 시장에서 손을 털고 떠나게 된 것이다. 세계 2위 소매 유통 업체라는 명성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채. 더구나 철수 과정에서 보여준 까르푸의 비상식적인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당분간 한국 사회에서 까르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난 여론 속에서도 일각에서는 까르푸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것이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의 결과였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철수 과정에서 그들이 매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매우 효과적인 철수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도 있다. 특히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 보면 이것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비즈니스적인 결정이었는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들 말한다. 
 
따라서 까르푸의 한국 시장 철수를 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 보고, 까르푸 철수가 남긴 교훈을 통해 사업 철수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포인트가 무엇인지 살펴 보기로 한다.  
  
한국까르푸의 실패 

영업이익률 1.48%, 매출 1조 6,680억 원, 국내 시장점유율 8%, 업계 4위. 세계 2위 소매 유통업체 까르푸가 한국 시장에서 보여준 2005년 성적표다. 국내 시장 1위인 이마트가 영업이익률 8%, 매출 6조 6,130억 원, 시장 점유율 34.5%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까르푸의 실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효율성 측면에서도 이마트가 매장당 840억 원, 홈플러스가 850억 원, 롯데마트가 68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반해, 한국까르푸는 총32개 매장에서 매장당 52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다. 
  
● 현지화 노력 미흡 
 
이러한 한국까르푸의 초라한 실적을 두고 전문가들은 까르푸의 현지화 전략 부재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획일적으로 고집하려는 까르푸의 글로벌 경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매장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유럽인들에게 맞는 2.2미터 높이의 매장 진열대를 한국 시장에 그대로 적용했다는 점이다. 사실 국내 고객의 경우, 신체 조건상 약 1.5~1.8미터 정도의 진열대 높이가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소비자들은 까르푸에서 쇼핑하는 것을 불편해했다.  
 
이러한 한국 시장에서의 뼈아픈 경험에도 불구하고 2000년 뒤늦게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 까르푸는 똑 같은 문제로 고전을 면치 못하였다. 결국 일본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서 까르푸는 시장 점유율 0.1%라는 형편없는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마침내 2004년, 까르푸는 일본 유통업체 이온(AEON)그룹에게 1,000억 원이라는 헐값에 매각되고 말았다. 일본 시장 진출 4년만의 일이었다. 
 
제품 구성에 있어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한국 소비자의 경우 대형 할인점에서 신선식품을 구입하는 비중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까르푸는 유럽 소비자의 구매 패턴에 적합한 공산품 위주의 제품 구성으로 한국 소비자를 대했다. 신선식품 비중이 이마트가 40%인데 반해, 한국까르푸는 30% 수준에 머물렀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최근 제품 구성을 일부 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미 한국의 소비자들이 까르푸를 떠난 뒤의 일이었다. 
  
● 현지 파트너와의 마찰 
 
한국까르푸의 또 다른 실패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파트너 관리 문제였다.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현지 파트너 관리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한국까르푸는 납품업체(Vendor) 관리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매출 부진의 책임을 납품업체에게 전가하기에 급급했고, 매입 단가 인하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래서 납품업체와의 마찰이 끊이질 않았다. 유럽식의 납품 관행을 한국 시장에서 그대로 적용한 결과라고들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업계보다 낮은 임금 수준, 일방적인 노사관리 정책 등으로 노조와의 갈등도 계속 되었다. 까르푸의 파업 소식이 심심치 않게 전해진 것도 모두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사회적 책임 의식 부족 
 
이러한 상황에서 2006년 한국 시장 철수 결정을 공식화하고 매각 절차를 밟으면서, 한국까르푸가 보여준 행태는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까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랜드그룹 등 4개 업체 모두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는 해프닝을 낳았고, 각 업체가 제시한 인수 금액 정보를 시장에 공공연히 흘림으로써 인위적으로 가격 경쟁을 부추기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정 과정에 있어서도 예정 일자를 지키지 않아 경쟁업체들의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사업 실패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책임에 대한 문제는 외면한 채, 외국 자본으로서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해하는 까르푸가 더 이상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명성과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한국 소비자들의 눈에는 이제 까르푸가 탐욕스러운 외국 자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대외적인 신인도, 명성, 브랜드 가치를 버리고 한국을 떠나는 까르푸의 뒷모습이 씁쓸하기만 하다. 
  
까르푸의 성공 
 
그렇다면 한국 시장에서 까르푸의 투자 성적은 과연 어떠했을까? 까르푸는 지난 10년 동안 약 9,000억 원(산업자원부 추정)의 돈을 한국 시장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4월 이랜드그룹에게 1조 7,500억 원에 한국까르푸를 매각하면서 약 8,500억 원의 매각 차익을 거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9,000억 원의 자금을 투자한 시점에는 달러당 평균 1,300원의 환율이 적용된 반면, 1조 7,500억 원에 매각이 이루어진 시점에는 달러당 환율이 약 950원 수준에 머물면서 매각 차익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달러화를 기준으로 까르푸의 한국 시장 투자 수익률을 따져 보면, 약 6.9억 달러를 투자하여 18.4억 달러를 회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0년 간의 투자 수익률이 무려 166%에 육박한다. 실제 사업을 통해 한국까르푸가 1.48%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인 반면, 까르푸 본사는 10년 동안 매년 약 10% 이상의 투자 수익을 거둔 셈이다. 까르푸의 한국 시장 투자와 철수 결정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처럼 사업 실패에도 불구하고 까르푸가 한국 시장에서 높은 투자 수익을 거둬간 비결은 무엇일까? 까르푸 철수 전략(Exit Strategy)의 성공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 철수 의사 결정의 적정성 
 
우선 철수 의사 결정의 적정성을 꼽을 수 있다. 까르푸는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라는 전략 목표 아래, 2위권 내에 진입하지 못한 시장에서는 과감하게 ‘철수’라는 의사 결정을 내렸다. 일본, 멕시코,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가 그 대표적인 예였다. 반면 시장 지배력과 성장성을 갖춘 중국, 인도 등에는 계속해서 자원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지역에 20개 매장을 추가로 개설하겠다는 목표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게다가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지속 가치를 고려할 때도, 이미 한국까르푸는 사업 가치가 기업의 시장 가치를 훼손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업 가치가 기업의 자산 가치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한국까르푸의 매각이 서둘러 결정되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따라서 한국까르푸의 매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맞춰 한국 시장 철수가 공식화된 것으로 보인다. 
  
● 철수 타이밍(Timing)의 적정성 
 
까르푸의 한국 시장 철수와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데는 타이밍의 적정성이 크게 한몫을 했다. 최근 롯데쇼핑이 주식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 확보에 나서면서, 국내 할인점 업계가 커다란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었다. 상위 5개 업체의 공격적인 출점 경쟁 속에서 전국에는 이미 212개의 대형 할인점이 들어섰고, 업체들은 제각기 매장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작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한국까르푸의 보유 부동산 및 자산 가치가 크게 빛을 발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 79개 매장을 가진 이마트의 독주가 계속되었고, 시장은 ‘1强 2中’ 체제로 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2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이마트 6.6조 원, 홈플러스 3.6조 원, 롯데마트 2.9조 원으로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점포수에 있어서는 이마트 79개, 롯데마트 43개, 홈플러스 42개로 2, 3위의 순서가 바뀌어 있었다. 그만큼 롯데마트의 공격적인 출점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1强 2中’ 체제가 고착화되면서 4, 5위를 차지하고 있는 까르푸와 월마트는 그저 사업상의 명맥을 유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2005년 기준으로 까르푸는 간신히 적자를 면한 반면, 월마트는 99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까르푸의 매각은 국내 할인점 시장에서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었다. 한국까르푸의 매각 가치를 크게 높여주는 대목이었다. 만일 이마트가 한국까르푸를 인수하는 경우, 2위권 업체인 홈플러스, 롯데마트와의 시장 격차는 더 크게 벌어져 ‘1强 2中’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반면 홈플러스나 롯데마트가 한국까르푸를 인수하는 경우에는 1위 이마트와의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2强 1中’ 체제로 경쟁 구도가 크게 바뀌게 된다. 치열한 1, 2위 간의 경쟁이 벌어지면서 3위로 밀려난 업체는 경쟁에서 소외되어 점차 시장 지배력을 잃어갈 것이고, 동시에 이마트는 1위를 지키기 위한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마트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어떻게든 2, 3위 업체의 한국까르푸 인수를 막을 필요가 있었다. 그 대안은 이마트가 직접 인수하거나, 아니면 2, 3위 업체를 제외한 다른 제3의 업체가 한국까르푸를 인수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이 바로 이랜드그룹이었다.  
 
이처럼 모든 경쟁업체가 한국까르푸 인수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한국까르푸는 매각 절차의 정당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철수 방법의 적정성 
 
까르푸는 한국까르푸의 보유 지분을 제3자에게 일괄 매각하는 방식을 통해 철수를 결정하였다. 이미 한국까르푸의 사업 가치는 크게 훼손된 상태였고, 다만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장부가액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를 적극 활용, 자산의 매각 가치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었다. 만일 청산 방식을 통해 자산을 분할 매각하는 경우, 매각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자칫 협상력 약화로 매각 자산이 장부가액 이하로 거래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자산의 분할 매각을 통해 더 큰 매각 차익을 거둘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까르푸는 일괄 매각 방식을 통해 철수의 안정성을 보다 우선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 인수 대상의 적정성 
 
이랜드그룹을 한국까르푸의 최종 인수자로 선택함으로써, 까르푸는 매각 과정과 결과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만일 현재의 1~3위 업체 중 하나가 한국까르푸를 인수하게 되었다면,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쳐 자칫 절차적 정당성이 커다란 문제로 부각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는 경우 예정된 매각 절차가 지연되거나, 탈락업체의 강력한 반발과 저항으로 매각 자체가 무효화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경쟁업체들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카드로서 이랜드그룹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이마트가 가장 원하는 결론이기도 했다. 1조 8,000억 원이라는 최고가를 제시하고도 롯데마트가 최종 인수자로 선택받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공적인 철수 전략을 위해 
 
까르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이 실패한 사업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철수 전략의 성공 여부가 투자의 적정성과 수익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업을 철수하는 데 있어서 유의해야 할 포인트가 무엇인지 점검해 보기로 한다. 
  
● 사업 지속 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 수용 
 
앞으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작용하여 사람들은 쉽사리 실패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개는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사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합리적인 철수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이 그래서 쉬운 일이 아니다. 사업의 실패 여부를 보다 적극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지속 가치와 철수 가치를 냉정하게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사업의 지속 가치란, 기업의 자산 가치를 넘어서는 기업 가치를 말한다. 이것은 현재와 미래의 사업 성과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서, 사업의 지속 가치가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 기업의 가치는 자산 가치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기업 가치가 자산 가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기업은 신속하게 사업 철수를 고려해야 한다. 물론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 가치가 사업 가치와 자산 가치를 모두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시장은 늘 균형을 찾아 간다’는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시장 가치보다 자산 가치가 더 커지는 경우에는 사업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극적인 철수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으로 받아 들일 필요가 있다. 
  
● 기존 조직의 역할 갈등 극복 
 
기업이 본격적으로 사업 철수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조직 체제가 필요하다. 원래 기업의 조직은 기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기존 조직에게 사업 철수를 검토하게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역할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존 조직 체제로는 객관적인 시각과 합리적인 판단으로 철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어렵다.  
 
더구나 기업의 사업 철수 결정이 구성원들의 생계 수단과 직결되는 문제라면,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노조의 거센 저항은 결국 사업 철수 자체를 실패하게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기존 조직이 역할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내부 구성원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철수 사업의 문제를 시장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외부 조직이나 별도의 Task Force Team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철수 전략의 적정성 확보 
 
우선 사업 철수 결정의 적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사업을 철수하는 이유가 타당하고 명확해야 한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사업의 지속 가치와 철수 가치가 보다 냉정하게 평가되어, 사업 철수에 따른 기회 비용을 과대 계상하는 오류를 피해야 한다.  
 
둘째, 타이밍(Timing)의 적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기업의 시장 가치는 사업 가치와 자산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기업의 시장 가치, 즉 매각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는 시점에 철수가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사업 가치보다는 기업의 자산 가치가 시장에서 얼마나 평가 받을 수 있느냐가 철수 타이밍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철수 방식의 적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철수 비용과 기대 수익을 비교하여 청산 방식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제3자 매각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청산 방식을 통해 보유 자산을 시장에서 그대로 분할 매각하는 경우, 오직 보유 자산 가치로서만 평가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업 청산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구성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경우, 자산 매각 과정에서 협상력이 약화되고 시간이 지체되어 자산의 매각 가치를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지분 매각으로 청산 가치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라면, 제3자 매각 방식을 선택하는 것도 유효하다. 제3자에게 일괄적으로 지분과 경영권을 이양함으로써 사업 가치와 자산 가치를 동시에 매각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인수 주체가 매각 대상 기업의 가치를 자산 가치 이상으로 평가할 때만 가능하다.  
 
넷째, 인수 주체의 적정성 확보가 중요하다. 인수 주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기업의 철수 비용은 크게 달라진다. 인수 대금에만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매각 과정에서 치러야 할 잠재적인 비용에 대해서도 반드시 손익 계산이 따라야 한다. 인수 대상자를 선정하는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한국까르푸가 사업에 실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까르푸 본사는 커다란 투자 수익을 거둬들임으로써 성공적인 철수 전략의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끝> 

[출처:2006.05.26 | 주간경제 88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