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Working together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배우는 경영 포인트

인생멘토장인규 2008. 10. 19. 08:57

축구 경기는 서로 다른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두 조직이 펼치는 한 편의 경영 게임이다. 90분 축구 경기 안에는 기업 경영과 관련된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다. 기업 경영자들이 축구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06 독일 월드컵의 키워드를 짚어보고 기업 경영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본다. 
  
전세계를 하나로 만들었던 독일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개최국으로 4강에 오르면서 전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국. 이번 대회에서도 16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했었지만, 아쉽게도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반면에 2002 한일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에 패했던 이탈리아가 우승컵을 안았으며, 역시 한국에 패해 예선 탈락했던 포루투갈은 4강에 올랐다. 2002년에 이어 또 한번 예선 탈락의 위기에 몰렸던 프랑스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불과 4년만에 이들의 경기력이 몰라보게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4년 전에도 분명 강팀이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브라질은 금세기 최고의 팀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결과는 8강 탈락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러한 성과 차이를 가져왔을까?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나타났던 새로운 변화는 무엇일까?  
  
월드컵에서 배우는 경영 포인트 
 
축구는 모든 스포츠 종목 중에서 가장 글로벌한 종목이며 고도의 조직력이 요구되는 종목이다. 어떤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느냐, 상대에 따라 어떤 전략과 전술을 가져가느냐가 승부를 좌우한다. 따라서,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나고, 객관적인 전력 상 우위에 있는 팀들도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다른 종목과 달리 축구 경기에서 이변이 많이 일어나는 것은 축구가 단체 종목 중에서도 특히 ‘운영의 묘’, 다시 말해 경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축구와 기업 경영은 유사한 측면이 많다. 축구 감독은 기업 경영자에 비유할 수 있다. 전략과 전술을 개발하고, 개발된 전략과 전술을 가장 잘 이행할 수 있는 선수들로 팀을 구성한다. 그리고, 선수들은 주어진 포지션에서 감독의 지시와 전술에 따라 팀 플레이를 펼치게 된다. 즉, 축구 경기는 서로 다른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두 조직이 펼치는 한 편의 경영 게임이다. 따라서, 90분 축구 경기 안에는 기업 경영과 관련된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 경영자들이 축구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새로운 경영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나타난 특징들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2006 독일 월드컵의 키워드를 짚어보고 기업 경영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자.  
  
● ‘스타플레이어’ 보다 조직력: 조직 역량을 극대화하라 
 
많은 사람들은 유로2004에서 우승했던 그리스의 돌풍을 기억할 것이다. 유럽 축구계의 변방이었던 그리스는 강력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강호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조직력이 강한 팀들이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한국과 한 조에 속했던 스위스는 강한 조직력 덕분에 조1위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비록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우크라이나 대표팀에 패하긴 했지만 스위스 대표팀의 선전은 이번 대회의 몇 안 되는 이변으로 꼽힌다. 다른 유럽팀과 달리 변변한 스타플레이어도 없는 스위스가 이처럼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많은 전문가들은 스위스 대표팀의 장점으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과 강한 체력을 꼽는다. 스위스의 퇴비 쿤 감독은 90년대 중반부터 스위스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었고, 2001년부터 현 대표팀을 지도해 왔다. 따라서,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며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스위스 대표팀은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 온 선수들로 구성되었다. 또한, 신장과 체력이 좋은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여 강력한 수비라인을 구축하였고,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90분 경기 내내 상대를 압박할 수 있었다. 즉, 스위스 대표팀은 선수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보다는 팀 전체의 조화와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라이벌 도요타와 닛산.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두 회사는 인력 구성이 다르다. 지방에 본거지를 둔 도요타는 임원들 대부분이 지방대 출신이다. 도쿄를 본사로 하는 닛산은 임원들 대부분이 도쿄대 등 소위 명문대 출신이다. 평범한 인재들로 구성된 도요타와 엘리트로 구성된 닛산의 싸움. 승부는 뻔해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인재 용병술에서 앞선 도요타의 승리였다. 닛산은 똑똑한 인재를 뽑아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부도 위기까지 몰리면서 프랑스 회사 르노에 합병되고 말았다. 반면에 도요타는 평범한 인재들로도 조직 역량을 극대화하여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으로 우뚝 섰다. 개개인의 역량 보다는 조직 역량 강화에 집중하면서 JIT(Just In Time), TPS(Toyota Production System) 등 수많은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어냈다. 도요타와 닛산의 사례는 좋은 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유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보다 중요한 경영의 본질임을 잘 보여준다.  
  
● 新舊의 조화: 기존 사업과 신사업의 균형을 추구하라 
 
이번 월드컵에서는 신인들과 더불어 노장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독일의 람과 포돌스키, 포루투갈의 호나우두 등 신인들이 눈부신 활약을 보였지만 지단, 피구 등 노장들의 활약도 이에 못지 않았다. 이번 대회 4강 팀들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新舊의 조화였다.노장과 신인들을 고루 기용하며 조화를 잘 이룬 팀들이 좋은 성적을 올렸다.  
 
이탈리아는 플레이메이커 토티, 골키퍼 부폰 등 노장들과 함께 오랜 기간 골게터 자리를 차지했던 비에리, 델 피에로 대신 자국리그 득점왕 출신 루카 토니와 질라르디노 등의 신예를 기용하여 완벽한 新舊의 조화를 보여 주었다. 프랑스 역시 리베리라는 걸출한 신인의 맹활약과 함께 퇴물 취급을 받았던 지단의 전성기 못지 않은 경기 조율 능력 덕택에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포루투갈도 예외가 아니다. 호나우두의 스피드와 피구의 관록이 시너지를 내며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개최국 독일 역시 2002년 대회 때 좋은 활약을 보였던 미드필더 발락, 골게터 클로제와 함께 포돌스키와 람 등 신예들이 가세하면서 한층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 주었다.  
 
독일 월드컵에서 新舊의 조화를 잘 이룬 팀들이 좋은 성적을 올렸듯이 기업 경영에서도 기존 사업과 신사업의 균형이 중요하다. 신사업 추진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가 모든 기업의 화두가 되고 있지만 강력한 핵심 사업 없이는 신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 본업의 중요성을 망각한 채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다가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다. 한 때 포춘 500대 기업 중 7위까지 올랐던 에너지 기업 엔론은 본업을 망각한 채 무리하게 온라인 사업 등 신사업을 추진하다 분식회계 파문까지 일으키면서 파산에 이르고 말았다. 브라비아TV로 최근 부활에 성공한 소니 역시 본업이었던 가전 사업을 뒤로 한 채 게임 등 신사업으로 성급하게 중심을 옮기면서 가전 사업과 엔터테인먼트 사업 모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반면 가전 사업에서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사업으로 포트폴리오의 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는 LG전자 사례를 보자. LG전자의 성장은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던 가전 사업이 10%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면서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즉, 본업인 가전 사업의 경쟁력이 없었다면 과감하게 디스플레이 및 휴대폰 사업에 투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들어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사업이 경쟁 격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전 사업의 확고한 경쟁력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본업의 경쟁력이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 승부는 미드필더 싸움: 중간관리자를 육성하라  
현대 축구에서의 승부는 미드필더 싸움, 즉 허리 싸움에서 판가름 난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축구를 ‘박지성이 있는 축구’와 ‘박지성이 없는 축구’로 구분하는 것도 그만큼 공수를 조율하는 허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강팀들은 모두 뛰어난 미드필더들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의 지단, 이탈리아의 토티, 독일의 발락, 포르투갈의 피구 등 많은 스타들이 중원을 지휘하는 미드필더들이다. 미드필더들은 감독의 전략과 전술을 실행하는 핵심이다. 때문에 미드필더들이 팀 전술을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면 감독의 의도대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없다. 또한 미드필더 싸움에서 밀리는 팀은 경기 전체의 주도권을 뺏겨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기업에서도 허리에 해당하는 중간관리자(Middle Manager)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최고 경영자가 아무리 변화와 혁신을 강조해도 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중간관리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변화와 혁신은 실패로 끝나기 쉽다. 즉, 최고경영자가 조직의 변화를 원한다면 우선 중간관리자들을 설득시켜 내편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관리자들은 경영진이 놓치기 쉬운 현장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며 Top과 직원들을 연결시켜주는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직원들은 직속상사, 다시 말해 중간관리자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 즉, 중간관리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직원들의 의식이 달라질 수 있다.  
 
선진 기업들은 유능하고 충성도 높은 중간관리자들을 육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HP는 중간관리자 육성을 위해 멘토링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멘티 선정은 입사한지 5년이 넘은 인재들 중에서 상사의 추천으로 이루어진다. 선발된 멘티들은 리더십 교육을 받게 되며 프로그램 수료 후 개선이 필요한 2~3개 항목에 대해 지정된 멘토들로부터 집중적인 멘토링을 받게 된다. 이렇게 멘토링 프로그램을 거친 중간관리자들은 HP의 우수 인재로서 체계적으로 육성된다.  
  
● 빠른 공수 전환과 압박 축구: 경영의 속도를 높여라 
 
2006 독일 월드컵을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가 압박 축구를 바탕으로 한 빠른 공수 전환이다. 세계 축구는 빨라지고 있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바탕으로 쉴새 없이 상대를 괴롭히는 팀들만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 강팀들은 하나같이 최후방에서 최전방까지 촘촘하게 공간을 좁혀 상대를 빠르고 강하게 압박하는 팀들이었다. 미드필더에서 짧은 패스를 주고 받다 측면이나 중앙 쪽으로 연결되는 빠른 ‘스루패스(Through Pass)’ 하나에 수비진이 무너지면서 득점을 허용하는 장면들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패스를 기다리거나 줄 곳을 찾는 순간 여지없이 2~3명이 수비수들이 달려들어 공을 뺐어 낸다. 하지만, 공을 뺏은 후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어느새 상대팀은 견고한 수비 진영을 구축한다. 공수전환이 느려서는 득점 기회를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 축구는 빠른 스피드로 상대를 압박하며 수비의 빈 공간을 찾아내고, 논스톱으로 패스를 연결하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 경영에서도 스피드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는 급박한 경쟁 환경 속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에 따른 스피드 경영은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글로벌 유통 업계의 거인 월마트와 까르푸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의사결정의 속도에서 이마트 등 한국 기업들을 따라가지 못한 데 있다. 세부적인 사항까지 미국 및 프랑스 본사의 결재를 받아야 했던 월마트와 까르푸가 시시각각 변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기호를 맞추지 못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현대자동차는 발빠른 시장 공략으로 중국 시장에서만큼은 도요타를 앞서고 있다. 출발은 도요타가 빨랐다. 1998년 중국 이치기차와 합작으로 천진에 거점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도요타가 중국에 진출한 지 4년 후인 2002년 베이징차와 합작으로 중국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는 무서운 속도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정부를 상대로 인/허가 작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공장 설립에 돌입해 1년이 채 되지 않아 소나타를 양산해내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현대자동차는 빠른 제품 출시 및 A/S 망 구축 덕분에 2006년도 1분기 기준으로 7만대에 육박하는 판매 실적을 올리며 도요타를 제치고 중국 시장 판매 실적 4위에 올랐다.  
  
● 조커 활용: 위기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라 
 
2002년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던 히딩크는 뛰어난 용병술로 팬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후반에 조커로 기용한 선수들이 경기 흐름을 바꾸며 팀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도 아드보카트 감독의 용병술이 높게 평가 받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토고전과

프랑스전에서 초반 실점을 통해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지만 경기 후반 안정환과 설기현 등을 기용하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상황에 따라 ‘쓰리백’과 ‘포백’ 수비 형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전술 변화를 통해 경기 흐름을 바꾸기도 하였다.   
 
기업 경영에서도 축구 경기에서의 조커 기용이나 전술 변화와 같은 Contingency Plan이 중요하다. 미래 발생 가능한 변수들에 대해 시나리오 별로 Contingency Plan을 수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위기경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선진 기업들은 사전적으로 위기 요인들을 관리한다. GE는 전세계의 주요 비즈니스 활동을 매 15분마다 모니터링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각 프로젝트의 상태를 검토하고 위험 신호가 뜨면 각 사업 부문장 및 담당자에게 E-mail 등으로 자동 통보한다. 이러한 노력 덕택에 GE는 위기 관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시장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BASF도 BASIKS(BASF Information & Communication System)라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통해 주요 리스크 지표들을 관리한다. 해당 지표가 위험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리스크 관리 담당자에게 즉시 통보되고, 리스크 담당자는 선행 관리를 수행한다. 또한, 전사 차원의 주요 리스크에 대해서는 분기별로 평가를 하며 감사팀에서 사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주간경제833호, ‘ERM의 성공적 정착 비결’ 참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본질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은 아시아 팀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며 선전했으나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며 16강 진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을 떠나면서 2002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선수들을 보며 놀랐다라는 뼈 아픈 충고를 남겼다.  
 
많은 축구 전문가들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2번이나 감독을 교체하는 시련을 겪었고, 월드컵을 몇 달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 아드보카드 감독을 긴급 수혈했다. 또한 2002 한일 월드컵이 끝나고 국내 리그인 K-리그와 유소년 축구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한국 팀에게 중요한 것은 월드컵 16강이라는 단기적인 성과였다. 하지만 열악한 국내 축구 풍토 하에 주요 선수 몇 명이 해외 리그에서 활동한다고 한국 축구의 수준이 드라마틱하게 올라갈 리 없었다. 본질적인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국내 축구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고 꿈나무들을 육성하는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 기업들의 모습도 축구 대표팀과 크게 다르지 않다. LG전자,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기업들은 내수 시장 및 기존 사업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5년, 10년 후에 먹고 살 것을 고민하지 않고서는 당장 2~3년 후의 성과도 장담할 수 없다.

 

영원한 1등은 없다 
 
지금까지 2006 독일 월드컵의 경영 포인트들을 살펴보았다. 혹자는 이번 대회를 이변이 없었던 대회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FIFA 랭킹 1위 브라질의 8강 탈락, FIFA 랭킹 2위 체코의 예선 탈락을 비롯하여 네덜란드, 멕시코, 미국, 스페인까지 FIFA 랭킹 5위 이내의 팀들 중 단 한 팀도 4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것은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존재하지 않는 축구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결과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1955년에 포춘 500대 기업에 들었던 미국 기업들 중 1994년까지 생존한 기업은 160개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에도 1965년 매출액 100위에 들었던 기업 중 2004년까지 존속한 기업은 겨우 12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축구도 기업 경영도 영원한 1등은 없다. 경영에 왕도는 없다. 언제든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끝> 

2006.07.14 | 주간경제 89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