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Working together

역전기업의 일등 비결

인생멘토장인규 2008. 10. 19. 08:53

끝없는 전쟁이 펼쳐지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후발 기업의 역전 신화는 많은 감동과 교훈을 준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1등 기업을 추월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했을까?  
지난 10여 년간 1등을 추월한 국내외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에서 공통점을 찾아보자.
 
  
지난 3월 14일 한국 야구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만들어졌다. 제 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8강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미국 대표팀에 완승을 거둔 것이다.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승후보 0순위 팀이다. 팀 전원이 세계 최고의 무대라는 메이저리그 출신이고 프로야구 역사만 130년에 이른다. 팀 연봉은 한국의 6배, 알렉스 로드리게스 선수 한 명의 연봉만 한국 선발 라인업 연봉의 5.5배에 달한다. 이런 객관적인 열세를 딛고 이룬 한국 대표팀의 승리는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렇듯 역전 신화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한번 1등이 영원히 1등이라면 세상이 얼마나 재미없겠는가? 비즈니스 세계 역시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선두 기업은 1등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후발 기업들은 그 자리를 뺏기 위해 사력을 다해 힘쓰고 있다. 그러면서 일부 기업들이 역전에 성공하며 신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 후발 기업에게 역전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 
 
예전부터 많은 기업이 1등 기업을 추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공한 기업은 많지 않다. 쉽게 바뀌지 않는 선두 기업에 대한 고객의 선호, 1등 기업의 유통 지배력 우위 및 우수 협력 업체의 선점 등…한번 후발 기업으로 인식되면 이런 장애물들을 극복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는 인터넷의 발달로 과거보다 후발 기업들에게 역전의 기회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사고 싶은 제품이 있으면 인터넷 클릭 몇 번 만으로 가장 싸게 판매하는 곳을 알 수 있다. 전문가 못지 않은 ‘준 전문가’ 고객이 제품의 장단점을 세세히 분석하여 인터넷에 올리고, 잠재 고객들은 이를 읽어보고 제품을 구매한다. 과거에 비해 기업과 고객간 정보 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이런 정보 격차의 해소는 고객의 소비 행태를 보다 합리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는 2등 기업에게 가격, 품질 등 본질적인 경쟁력만 갖춰진다면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인터넷의 발달은 고객간 정보 확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정보 확산이 빨라짐에 따라 고객의 ‘쏠림 현상’도 늘어났다. 오랜 기간 A제품에 열광하던 고객들도 B제품이 더 낫다고 판단되면 우르르 B제품으로 몰려가는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물론 정보의 빠른 확산은 1등 기업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공든 탑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촉매제 역할도 하고 있다. 
  
국내외 대표적인 역전 기업들의 공통점 
 
흔히 사람들은 현재 1등 기업은 아주 오래 전부터 1등 기업이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1등 기업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기업들이 후발 기업들에게 1등 자리를 내준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 10여년간만 보아도 국내외에서 1등 기업을 추월한 후발기업들의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들 기업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 몸집이 둔한 골리앗의 약점을 공략한다  
 
대기업과 중소 기업, 1등 기업과 후발 기업의 싸움을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교한다. 외형적인 조건에서는 1등 기업이 유리하지만, 분명 1등 기업에게도 약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1등 기업은 매출이 늘어나면서 필연적으로 조직이 커지게 되고 이는 빠른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사업 규모에 맞는 큰 시장을 겨냥하여 제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세분화된 고객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관성에 사로잡혀 기존의 사업전략, 유통체계를 고수하느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에 대응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1등 기업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한다면 후발 기업들에게도 역전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전 세계 PDA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기업은 팜(Palm)과 RIM(Research in Motion)이다. 이들 기업은 PDA시장의 선발 주자가 아니다. 최초의 PDA제품은 93년에 애플사가 출시한 ‘뉴튼’ 모델이다. 이후 IBM, 소니, 모토롤라 등 많은 기업이 PDA 제품을 출시하였지만 그다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들 기업이 실패한 원인은 PC와의 호환성 부족, 미약한 통신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너무 큰 시장을 공략하려 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의 니즈를 수용하려 하다보니 기능은 많으나 휴대성이 떨어지게 되었다. 
 
반면 후발주자였던 RIM과 팜은 철저하게 비즈니스맨을 타겟으로 삼았다. 비즈니스맨을 위한 간단한 문자 메시징과 이메일, 그리고 세일즈맨을 위한 고객 정보의 효율적 검색기능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면서 휴대성은 대폭 강화하여 기존 제품에 비해 20%~30% 가벼우면서 셔츠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제품을 출시하였다. 두 기업의 제품은 크게 히트하며 PDA시장 성장을 촉진하였고, 2005년 말 기준으로 40% 정도의 PDA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2005년 4월에는 40여 년간 국내 드링크 시장 1위를 고수하던 동아제약의 ‘박카스’를 광동제약의 ‘비타500’이 월 매출 기준으로 추월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웰빙 열풍, 마시는 비타민 컨셉 등 비타500의 여러 성공 요인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유통 채널의 다변화이다. 박카스는 이미 수십 년간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약국을 통해서만 유통되고 있었다. 이런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 비타500은 약품 성분을 쓰지 않고 슈퍼마켓, 할인점, 편의점 등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하였다. 이에 동아제약은 성분을 일부 바꾼 ‘박카스에스’를 식품으로 허가받아 슈퍼마켓 등에 유통시키려 했지만 기존 약국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1등 기업으로서 장기간 협력관계를 유지한 유통 채널(약국)에 오히려 발목을 잡힌 모습이다. 
  
● 매니아를 확보하고 구전시킨다  
 
후발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더라도 이를 고객에게 알리기는 매우 어렵다. 현대 고객은 광고에 매우 무뎌져 있다. 자신이 직접 체험하거나 혹은 주위 사람이 추천하는 정보만 믿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입소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후발 기업들에게 구전 마케팅은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품질은 우수하나 유통, 브랜드에 뒤쳐져 고객에게 이름을 알리기 어려웠던 기업들에게 기회가 생긴 것이다.  
 
2002년 삼성전자의 ‘옙’이 주도하던 국내 MP3 플레이어 시장에 뛰어든 레인콤의 ‘아이리버’는 뛰어난 디자인으로 순식간에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레인콤은 브랜드 절대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구전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였다. 레인콤은 10~20대가 자주 찾는 포털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이리버의 장점을 홍보하기 시작하였다. 2002년 6월엔 ‘아이리버 마니아 클럽’을 만들어 500명의 구전단을 선발해 적극적으로 아이리버 알리기에 나섰다.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아이리버는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였고 지금도 아이팟의 국내 시장 공략에 대항하여 토종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구글은 알타비스타, 라이코스 등 기존 검색엔진들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게 하며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으로 떠올랐다. 탄탄한 수익모델, 빠르고 정확한 검색 결과 등 구글의 성장을 이끈 요인은 많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구글의 홍보 전략이다. 2000년대 초반 많은 닷컴 기업들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막대한 광고 투자를 한 반면, 구글은 광고 투자를 오히려 자제하였다. 대신 자사의 뛰어난 기술력을 다룬 언론 홍보와 매니아의 구전을 적극 활용하였다. 요란스럽게 우수성을 알리는 광고 대신 은근히 자사의 위상을 과시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구글의 우수성은 구글 매니아를 자처하는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전파되었고 현재 구글은 매일 2억 5천만 건을 검색하는 세계 최대의 검색 엔진이 되었다. 
  
● 시장 변곡점에서 승부를 건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기술은 항상 진화하고, 고객 니즈도 시시각각 변하며 새로운 유통채널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시장 변곡점은 후발 기업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준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 시장에 뛰어들어서는 경쟁구도를 바꾸기 어렵다. 선두 기업을 추월하려는 기업들은 이런 시장 변곡점을 예견하고 치밀하게 준비하여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 필요하다. 
 
캐논은 현재 소니와 함께 세계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캐논도 90년대 말에는 5~6위권의 업체에 불과하였다. 올림푸스와 같은 경쟁자들이 먼저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 캐논은 ‘Powershot A5’와 같은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였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경쟁사 제품에 비해 별다른 강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논은 포기하지 않고 제품 개발의 컨셉을 재정비 하였다. 2000년대 초반은 일반 소비자용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새로 열리는 시기였다. 캐논은 결국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지금 경쟁사에게 뒤쳐지더라도 소형, 간편, 고품격이라는 컨셉을 가져가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런 컨셉을 고수한 캐논은 ‘IXY DIGITAL’을 출시하면서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대 히트를 기록하였고 이후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1인자로 부상하였다. 
 
국내에서는 이마트가 2005년 매출 기준으로 유통업계의 절대 강자였던 롯데백화점을 앞설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할인점 1등 기업이 백화점 1등 기업을 추월한 것이다. 93년 서울 창동 1호점으로 시작한 이마트는 미국 등 선진국의 소매 패턴이 할인점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간파하고 외환위기 직후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기 시작하였다. 2000년 28개의 점포수가 2005년에는 83개로 3배 가량 증가하였고, 롯데백화점과의 매출 격차도 빠르게 좁혀졌다. 한국 유통 시장이 할인점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공격적으로 투자한 것이 주효한 것이다. 
  
● 연이은 후속타로 2등 이미지를 벗는다 
 
후발 기업은 한 번 히트한 상품을 내놓더라도 힘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히트는 강물에 작은 파문은 일으킬 수 있으나 큰 물줄기는 바꾸지 못한다. 따라서 후발 기업이 1등 기업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한 번의 히트로는 부족하다. 연이은 후속타를 날림으로써 경쟁 기업에 타격을 주는 동시에 고객의 머리 속에 박힌 2등 기업, 후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지우는 것이 필요하다. 
 
90년대 중반 당시 조선맥주(현 하이트맥주)는 ‘150미터 천연암반수로 만든 맥주’라는 컨셉으로 ‘하이트’ 맥주를 출시하여 맥주 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그리고 10여 년째 줄곧 맥주 시장점유율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성공의 이면에는 하이트의 끊임없는 업그레이드가 한 몫을 하였다. 하이트는 최초 제품의 성공 이후에 온도계 마크가 달린 맥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표시 캔, 입구를 넓힌 하마캔 등 끊임없이 후속타를 날렸다. 최근에는 페트 맥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낸 하이트 피처를 출시하면서 맥주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이렇듯 한번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타를 날리면서 2등 기업의 이미지를 벗어 던진 것이다(주간경제 871호, “꾸준히 안타치는 기업으로 성장하라” 참조). 
 
세계 콜라업계도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만년 2등이라고 여겨지던 펩시가 2004년 매출규모를 역전시킨 데 이어 2005년에는 시가총액과 순이익에서도 콜라의 대명사인 코카콜라를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펩시는 탄산음료가 비만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과일주스(트로피카나), 생수, 스포츠음료(게토레이) 등으로 연이어 다각화를 실시하였다. 이렇게 후속 제품들이 연이어 시장에서 히트하며 탄산음료의 비중을 20% 내외로 줄일 수 있었다. 언제나 ‘2등 콜라 회사’로 인식되던 펩시가 ‘다양한 음료와 스낵을 판매하는 최고 식품 회사’로 변모한 순간이다. 
  
● 연관 사업의 강점을 지렛대로 활용한다 
 
기업이 새로운 시장에 뛰어든다면 기존 사업에서 거둔 성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기존 시장에서 쌓은 브랜드 이미지, 유통 경쟁력, R&D 역량을 관련 사업으로 확장하여 새로운 사업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이다. 특히 IT업계에서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기존 사업의 고객 기반을 새로운 사업으로 이전하여 순식간에 신흥 강자로 떠오른 경우가 많다. 전통 산업의 다각화에서는 브랜드와 같은 무형 자산을 이전한다. 하지만, 네트워크로 연결된 인터넷 관련 산업에서는 고객이 통째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더욱 크다. 
 
국내 메신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MSN메신저는 2005년 5월 처음으로 네이트온에 추월당한 이후 여전히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메신저는 나홀로 사용할 수 없다는 특성을 가진다. 내가 메신저를 바꾸려면 기존 메신저에 연결된 상대가 같이 옮겨야 한다. 그런 이유로 시장 선점에 성공한 MSN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런 시장에 네이트온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폭발적인 성공을 등에 업고 미니홈피와 메신저를 연결하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하였다. MSN메신저만큼 대중화된 미니홈피는 분명 강력한 유인책이었다. 손쉽게 미니홈피와 메신저를 넘나드는 장점은 결국 네이트온의 MSN 추월을 가능하게 하였다. 
 
애플 아이팟(iPod)은 소니 워크맨의 아성을 무너뜨린 제품이다. 심플한 디자인으로 사랑받는 아이팟의 성공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인 아이튠즈(iTunes)의 성공이다. 아이튠즈는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사용 용이성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애플은 자사의 아이팟을 통해서만 아이튠즈에서 내려받은 음악을 재생할 수 있게 하여 아이팟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아이튠즈 서비스에 연결된 고객들대부분이 아이팟의 고객으로 전이된 것이다.  
  
긴 호흡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 
 
비즈니스 세계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매년 시장점유율에 변동이 없는 산업이라고 해서 평온한 산업이 아니다. 그 기업들도 매일 고객 1명을 더 데려오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전쟁터에서 1등을 역전하기 위해서는 한 제품, 한 모델의 성과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경영의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히 미래 시장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기업에게 기회는 온다. 그리고 그 기회에 온 역량을 집중하여 도약하는 기업에게 1등의 찬사가 쏟아짐을 명심해야 한다. <끝> 

2006.03.17 | 주간경제 87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