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트렌드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 전 산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기술 트렌드를 살펴보고, 개별 트렌드에서 파생되는 유망 기술을 도출해 본다.
최근 경영 패러다임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컨버전스가 IT 산업을 넘어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 고객들은 융합 그 자체에 만족했으나, 컨버전스의 확산 및 심화에 따라 니즈가 보다 구체화되고 명확해지면서 융합 제품의 기술적 완성도를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경쟁 패러다임이 과거 ‘아이디어’ 중심에서 ‘아이디어+기술’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선진기업들의 기술 보호주의가 확산되고 있고, 미래 기술을 둘러싼 표준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기업 입장에서 향후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미래 핵심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향후 10∼20년 간 전 산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기술 트렌드를 살펴보고 개별 트렌드에서 나타나는 유망 기술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고객 니즈를 반영한 기술 트렌드 분석
지금까지 기술 발전 방향 분석은 기존 기술 패러다임 내에서 성능이나 품질 등을 향상시키는 존속성 기술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기술 성숙으로 존속성 기술 개발을 통해서는 차별성 확보에 한계가 있어 기존 시장 공간의 레드 오션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구나 선발자들의 기술 블랙박스화 전략으로 후발주자들의 기술력 확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기존 기술과는 단절적이고 차별적인 효용 제공으로 일시에 경쟁 판도 변화가 가능한 와해성 기술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와해성 기술을 중심으로 유망 기술을 탐색해야만 블루 오션 창출의 가능성이 높고 후발 주자도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이러한 와해성 기술 중심의 접근에 있어 그 첫 걸음은 고객이 추구하는 효용 가치를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대 고객 효용을 적절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인간 생활상 조망과 달라진 미래상 예측 등을 통한 고객 니즈 분석을 우선시해야 한다. 즉 미래 수요 트렌드 분석을 통해 순수 고객 니즈를 밝혀내고, 이를 바탕으로 유망 기술을 발굴하는 것이 의미있는 방법인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미래 사회의 수요 트렌드는 ▼고령화 사회 진입, ▼핵가족의 재분화, ▼신모계제 사회의 도래, ▼삶의 질 향상 추구, ▼경험/감성 중시, ▼유비티즌의 보편화, ▼개인주의 만연, ▼Glocalization (글로벌화와 지역화의 동시 진행), ▼환경/자원의 지배 등 9가지로 파악된다(주간경제 2005.8.24, 846호 참조).
이러한 수요 트렌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미래의 핵심적인 기술 트렌드로는 ▼시공간을 초월한 상호 연결성 확보, ▼인간을 닮아가는 사물/기기, ▼질병으로부터의 해방, ▼지구의 건강 관리/자원 개발 ▼마이크로/모바일 세계의 구현, ▼지능화되는 생활 공간, ▼세상 밖으로 나오는 비트 등 7가지가 도출되었다. 이하 개별 기술 트렌드별로 주요 특징과 이슈를 규명함으로써 어떤 세부 요소 기술이 향후 유망 기술 아이템으로 부상할 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시공을 초월한 상호 연결성의 확보
첫째, 시공간을 초월한 상호 연결성 확보가 주요 기술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즉 글로벌화의 가속과 더불어 유비티즌의 보편화, 삶의 질 향상 추구 등의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포괄하는 유비쿼터스 라이프의 실현을 갈구하게 되고, 인간, 정보, 사물 간에 끊임없는 접촉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인간 자신이 자유로운 이동을 추구함에 따라 교통 수단의 초고속화, 편리성 강조 및 개인화 등이 심화되면서 자동항법 에어택시, 무인비행기, 위그선(수면 위를 날으는 배) 등이 유망 기술/제품으로 부상할 것이다. 또한 사물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글로벌 단위의 지능형 물류 네트워크 구축이 진전되면서 스마트 RFID 등이 유망 기술로 부각될 전망이다.
정보의 상호 연결성 확보를 위해 이음새없는 통신 네트워크의 구축이 필요해질 것이며, 이에 따라 기지국 없이 이용자 편의에 맞춰 자유로운 이동통신망 구성이 가능한 메쉬 네트워크 기술, 유무선 통합을 실현하는 4G 통신 기술, 기기간 연결(M2M)을 지원하는 커뮤니케이션 모듈 등이 유망 기술/제품으로 떠오를 것이다. 정보 측면의 상호 연결성을 지원하기 위한 또 하나의 혁신적 기술로 그리드 컴퓨팅을 빼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현재의인터넷 환경(WWW)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것으로, 서로 다른 종류의 컴퓨터를 통신망으로 연결시켜 단일 시스템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리드 컴퓨팅이 이상적으로 구현될 경우 컴퓨터 뿐만 아니라 대용량 데이터 저장장치, 각종 모바일 기기, 최신 실험 장비 등 보다 다양한 기기들의 기능을 자신의 컴퓨터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그 파급효과는 지대할 것이다.
인간을 닮아가는 사물/기기
둘째, 미래 기술 발전은 사물/기기가 인간을 닮아가는 방향으로 진전될 것으로 예측된다. 편리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 욕구의 궁극적인 종착점은 무엇일까? 바로 인간과 꼭 닮은 개체를 만들어 자신의 노동을 대체시키고 여러 가지 즐거움을 제공 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즉 사물/기기의 인간화 기술이 지향하는 것은 인간의 사고, 인간의 감각 및 인간의 섬세한 육체 등을 그대로 구현한 휴머노이드 타입의 로봇이 될 것이다. 이러한 로봇은 인간이 하기 싫거나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수행함으로써 인간이 보다 중요한 일에 몰두하거나 더 많은 여가를 즐길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러나 이상적인 형태의 로봇이 출현하는 데는 적어도 20∼30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그 중간 단계에서는 인간의 사고, 감각, 육체 등에 보다 가깝게 가기 위한 세부 요소 기술 개발이 꾸준히 시도될 것이다. 즉 먼저 인간의 사고를 닮고자 하는 측면에서 자율 제어, 인지/판단, 학습, 감성 재현 등을 포함하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급진전될 것으로 보이며, 시각, 후각, 미각, 촉각, 청각 등 인간의 감각을 느끼고 표현하는 오감 인식 기술도 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다. 또한 인간의 육체를 닮기 위해 인간의 근육처럼 다양하고 섬세한 움직임을 지원하는 나노 액추에이터 기술, 인간의 피부처럼 예민한 지능형 소재 등이 핵심 기술로 부각될 것이다.
질병으로부터의 해방
셋째, 의학, 생체공학, 바이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바탕으로 인간 본래의 불로장수 욕구를 실현하고자 하는 니즈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보다 오랜 기간 생존하고, 살아있는 동안 건강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것은 과거에도 있었던 인간의 본원적인 욕구이다. 그러나 미래에는 기술 발전과 더불어 고령화 현상과 삶의 질 향상 등의트렌드와 맞물리면서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는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향으로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질병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기술 발전은 대략 3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우선 그 동안 불치 또는 난치 병으로 알려진 암, 백혈병, AIDS, 당뇨 등을 깨끗이 치료하는 기술로 줄기세포, 스마트필 등과 더불어 생체공학(Bionics)을 이용한 인공 장기, 인공 수족, 인공 눈/귀 등이 그것이다. 노화를 자연현상이 아닌 질병으로 인식하는 샹그릴라 신드롬이 확산됨에 따라 노화, 비만, 아토피 등을 예방/치료하는 QoL 의약 기술도 크게 발전할 것이다. 또한 개인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를 위한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담은 스마트 카드와 유전자 정보를 읽고 분석해 내는 판독기 등이 유망 기술로 부상할 것이다.
지구의 건강 관리, 자원 개발
넷째, 질병으로부터의 해방, 즉 신체의 건강 관리 못지 않게 중요한 분야가 지구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다. 앞으로는 지구 온난화 문제, 자원 고갈 가속, 고유가 기조 지속 등으로 환경규제와 자원 문제가 기술 및 비즈니스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해질 전망이다. 이상 기후에 따른 재난/재해 발생이 빈번해지면서 이에 대한 대비가 중요한 기술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BRICS와 같은 신흥 지역의 성장으로 자원 고갈이 가속되면서, 자원/에너지 문제는 그 수입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 경제에도 심각한 문제로 작용할 것이다.
지구 환경 문제와 관련된 세부 유망 기술로는 먼저 사전 예방 차원에서 재해/재난 감시 시스템, 오염 물질 배출 자체를 억제하는 순환형 시스템, 온실 가스 격리/고정 시스템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싸고 깨끗한 대체 에너지 개발 분야가 유망 기술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이는데, 많이 알려진 연료전지, 태양전지 등과 더불어 콩, 유채 등의 식물을 화학적으로 재처리해 만든 바이오 디젤, 심해에 매장된 얼음 상태의 천연가스인 하이드레이트 등이 그 후보가 될 것이다. 또한 친환경 부품/소재의 채용이 확산되면서 차세대 생분해성 플라스틱도 유망 기술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마이크로/모바일 세계의 구현
다섯째, 미래 기술 발전은 기기의 마이크로화 및 모바일화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의 건강 문제, 환경/에너지 문제, 편리한 삶의 추구 등의 이슈를 총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는 무엇이 있을까? 기기를 보다 작게 만드는 것이 그 해결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즉 기기 또는 부품의 소형화/미세화를 통해 우선 보다 정밀하고 정확하게 인간/사물과 현상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또한 고밀도/고집적을 통해 고속/대용량과 저전력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의 향상은 물론 에너지와 자원을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 세계를 구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기술들의 바탕에는 나노 기술이 있다. 나노는 원자나 분자 등 미세한 단위에서 물질들을 조작하고 만들어서 완전히 새로운 성질과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나노 기술을 활용한 DNA 컴퓨터, 나노 로봇 등이 마이크로 세계의 구현이라는 트렌드에서 부각될 혁신적 와해성 기술의 사례이다. DNA 컴퓨터는 유전 분자에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으로, 에너지 효율이 기존 컴퓨터의 10억배, 저장용량은 1조배, 프로세서 성능은 1,000조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노 로봇은 인간의 조작없이도, 자발적/지능적으로 행동하는 미세한 크기의 로봇으로 인체의 혈액 순환계로 들어가 병원체나 퇴화한 세포, 바이러스 등을 공격하여 치료할 수 있다.
한편 단순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경향 심화, 위치에 관계없는 연속적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접근 선호, 서비스 속도의 증대 및 리얼타임 서비스에 대한 요구 증대 등으로 전자기기의 모바일화가 향후에도 지속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러한 모바일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부품 및 기기의 소형화/미세화가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서 고밀도 3차원 실장 기술, 압전효과 응용부품, SDR (Software Defined Radio) 등이 핵심 유망기술로 부각될 전망이다.
지능화되는 생활 공간
여섯째, 편리한 삶,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추구하는 니즈는 현실 세계의 주요 생활 공간이 자동화되고 지능화되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인간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정의 지능화로 스마트홈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두드러질 것이다.스마트홈은 인터넷 등의 정보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홈 오토메이션 시스템 환경을 구비하여 주거의 편리성, 쾌적성, 안전성, 오락성, 정보화 등을 증진시킨 주택이다. 이러한 스마트홈을 구현하기 위해 ▼가스 누출 감지, 외부 출입 감지, 화재 인식, 스마트 키 등의 시큐리티 시스템, ▼냉난방/조명/습도의 자동 조절 등 환경 제어시스템, ▼취사기기 작동, 요리 지원, 자동청소 등의 가사지원 시스템, ▼화상 전화, 디지털 기기 공유 및 리모트 컨트롤 등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컨디션 및 건강상태 인식 침대 및 욕조, 응급 비상콜 등 U-헬스케어 시스템 등이 유망 기술로 대두될 것이다. 사무실이나 공공장소가 지능화되면서 인텔리전트 빌딩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 발전도 가속될 것으로 보이나, 특별한 와해성 기술은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또 하나의 생활공간으로 자동차를 빼 놓을 수 없다. 자동차가 지능화되면서 편의성, 안전성 등이 크게 제고되는 가운데 자동 항법 및 무인 운전 기술 등이 와해성 기술로 부각될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되면 거미처럼 빌딩 벽을 오르내리고, 도로 위에서는 서로 닿을 듯 말 듯 아주 좁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질주해도 사고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 SF 영화의 한 장면이 그대로 실현될 수 있다.
세상 밖으로 나오는 비트
일곱째, 유비티즌의 보편화, 삶의 질 향상 추구, 경험/감성 추구 경향, 개인주의 만연 등의 수요 트렌드를 고려할 때, 미래에는 보다 고차원적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가상/간접 체험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다. 기술 발전도 이러한 체험을 보다 실제 상황에 가깝게 구현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전될 것이다. 즉 비트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이 아톰(오프라인 현실)의 세계로 뛰쳐나와 아톰의 영역으로 구분되던 사물 대부분에 비트를 기본으로 하는 컴퓨팅 기능이 심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의 핵심 기술로는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을 들 수 있다. 이는 인간이 컴퓨터가 창조한 가상 공간 안에 들어가 다양한 상황들을 현실 세계에서 구현되는 것과 똑같이 입체감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3차원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촉각, 청각 등의 버추얼 감각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컴퓨터 등이 유망 기술로 부각될 전망이다.
당분간 기업 경영을 둘러싼 기술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수많은 신 기술이 새로이 탄생하고 또 사라지는 극심한 변동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미래 신 기술 세계의 모습도 점차 그 윤곽을 드러낼 것이므로, 현재 진행되는 기술 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이상의 7가지 기술 트렌드와 관련된 많은 세부 요소 기술들을 모두 확보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자사가 속한 사업 분야나 핵심 역량과의 관련성을 고려하여 이 중 몇 가지 기술은 미래를 위해 꼭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끝-
2005.11.23 | 주간경제 8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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