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Working together

아디다스가 리복을 선택한 이유

인생멘토장인규 2008. 10. 19. 08:02

스포츠용품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아디다스가 리복을 인수한 가운데 나이키와 푸마의 합병설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스포츠용품업계에 몰아닥친 M&A 바람의 원인이 무엇인지 짚어보기로 한다.  
 
최근 세계 스포츠용품업계 2위 아디다스(Adidas)가 3위 리복(Reebok)을 전격 합병, 글로벌 넘버1인 나이키(Nike)에 도전장을 냈다. 현재의 리복 주가에 34%의 프리미엄을 얹어 무려 38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조원에 달하는 돈을 주고 아디다스가 리복 브랜드를 사들인 것이다.  
  
왜 리복인가 
 
Australian Financial Review(AFR)에 따르면, 호주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1,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3위 리복의 시장점유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점차 양강 체제로 굳어져 가는 세계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글로벌 넘버2 아디다스가 넘버3 리복을 선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 보기로 한다. 
  
● 넘버3는 없다 
 
세계 스포츠용품 시장은 점유율 33%의 나이키, 14%의 아디다스, 12%의 리복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1强 2中의 경쟁 체제로서 7%의 푸마(Puma), 5%의 뉴밸런스(NewBalance)가 그 뒤를 바짝 좇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인도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제치고 리복이 시장점유율 1위 자리에 올라 섰다. 게다가 리복은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겨냥하여, 중국 출신의 NBA 농구스타 야오밍을 전속 모델로 영입,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 공식 후원업체 아디다스를 위협하면서 중국 시장 공략에도 발벗고 나섰다. 넘버3 리복이 그야말로 글로벌 넘버2를 향한 거센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아디다스와 리복이 넘버2를 향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동안 넘버1 나이키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1등과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3등과의 경쟁에 지쳐 2등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1등의 공격, 3등의 추격을 피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아디다스는 고민해야 했다. 그것이 바로 3등 리복과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넘버2를 위한 2, 3등 간의 경쟁을 피하고 오직 1등과의 경쟁에 집중하기 위해서 아디다스에게는 리복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이다(<LG주간경제> 제824호 ‘넘버3는 없다’ 참조). 세계 스포츠용품 시장은 결국 넘버3가 사라지고 거대한 넘버2가 등장하면서, 넘버1과의 일전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2등이 1등과의 경쟁을 위해서 3등을 재물로 삼는 일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비일비재하다. 2등이 3등과의 전투에 매달리다 보면, 정작 1등과는 싸워 보지도 못하고 1등의 시장 독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등과의 전투를 피하고 1등과의 전투에 집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도 바로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 상대방 텃밭 공략 
 
나이키 농구화를 신고 코트를 누비던 전설의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 그는 나이키가 글로벌 넘버1으로 성장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으로 꼽힌다. 나이키의 전도사임을 자처했던 마이클 조던이 농구와 야구를 넘나드는 동안 세계 스포츠용품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은 나이키를 최고의 스포츠용품 브랜드로 만들어 주었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은 컸다. 그야말로 스타 마케팅의 결정체였다. 스타 마케팅을 통한 나이키의 성공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디다스는 1984년에 스키용품 브랜드 살로몬(Salomon)과 함께 골프용품 브랜드 테일러메이드(TaylorMade)를 인수하면서, 골프용품 시장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였다. 그러나 나이키가 타이거 우즈라는 걸출한 골프 스타를 통해 아디다스-테일러메이드가 오랫동안 쌓아온 골프 시장에서의 위상을 단번에 뒤흔들어 놓았다. 나이키의 스타 마케팅 전략이 아디다스의 골프용품 시장에서도 먹혀 들어갔던 것이다. 이러한 나이키의 움직임에 위협을 느낀 아디다스는 결국 골프용품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타이거 우즈가 PGA 우승을 따낸 1997년, 스키용품 브랜드 살로몬을 매각하기로 전격 결정하였다.  
 
한편, 지금까지 축구용품 시장에서 아디다스의 위상은 대단했다. 독일 기업 아디다스가 유럽 최고의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축구분야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면서 1등의 지위를 다져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세계 4위의 독일 기업 푸마(Puma)가 축구용품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아디다스의 안방에 나이키가 또다시 축구 스타를 내세워 세몰이를 하고 있다. 축구 천재 브라질의 호나우드, 그라운드의 표범 포르투갈의 피구 등 유럽 축구 무대에서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을 전속 모델로 기용하여 유럽 축구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수십 년 동안 아디다스와 푸마가 양분하던 유럽의 축구용품 시장에 나이키가 새로운 맹주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처럼 나이키는 계속해서 아디다스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에 침투하여 그 지배력을 넓혀 가고 있었다. 이러한 나이키의 과감한 안방 침투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아디다스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디다스가 자신의 시장을 모두 내주고 중위권 업체로 내려 앉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디다스는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안방까지 쳐들어온 나이키와 맞서 싸우기 위해서 유럽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것은 아디다스에게 결코 득이 될 것으로 보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바로 미국 시장의 넘버2 리복을 인수, 합병하는 것이었다. 나이키가 유럽 시장에서 아디다스를 위협하듯이, 아디다스도 미국 시장에서 나이키를 위협할 필요가 있었다. 더구나 미국 시장 2위, 세계 시장 4위였던 리복은 미국 최고의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농구 시장에서 나이키와 계속해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사이였다. 마이클 조던을 내세웠던 나이키와는 달리, 코트의 공룡 샤킬 오닐과 코트의 악동 찰스 바클리 등이 리복의 전속 모델이었다. 이처럼 미국 농구 시장에서 나이키와 리복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농구용품 부문에서 3위에 있던 컨버스(Converse)라는 브랜드도 최근 나이키에게 흡수 합병되기도 했다.  
 
따라서 유럽 축구 시장에는 나이키가, 미국 농구 시장에는 아디다스가 서로 목숨 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 양상은 과거 타이어업계에서도 나타났다. 북미 지역의 굿이어(GoodYear)와 유럽 지역의 미쉐린(Michelin) 타이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상대 텃밭 시장에 침투하여 상대방에게 커다란 손해를 입혔던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서로에게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가급적 상호 텃밭 공격을 피하려고 하는 일종의 암묵적 담합 관계가 형성되었다. 이처럼 상대가 자신의 텃밭을 공격해 오는 경우 자신의 텃밭을 지키기 위해 상대 텃밭을 공격하는 것을 Cross Parry(서로 찌르기) 전략이라고 한다. 지금 스포츠용품 시장에서는 서로 찌르기 전략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Cross Parry 전략이 아니고서는 상대의 전면 공격을 막아내기 어렵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 글로벌 마켓 포트폴리오 구축 
 
2008년 북경 올림픽의 공식 후원업체로 선정된 아디다스는 중국 시장에서의 확고한 지위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함께 인도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미 인도 시장에서는 리복이 시장을 선점, 점유율 1위의 자리를 공고히 하며 시장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따라서 아디다스의 입장에서는 리복의 인도 시장에서의 선전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리복이 중국 출신의 NBA 농구 스타 야오밍을 전속 모델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리복을 인수하는 경우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따라서 아디다스가 리복을 인수하는 경우, 유럽 아디다스, 미국 리복, 중국 아디다스, 인도 리복, 축구 아디다스, 농구 리복, 골프 아디다스, 에어로빅 리복 등 그야말로 리복과의 연합 전선 구축은 환상적인 비즈니스 조합을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러한 기대 속에서 아디다스가 넘버3 리복을 인수함에 따라, 4위 업체였던 푸마가 넘버3 자리에 올라서게 되었다. 하지만 푸마는 이러한 상황을 몹시 걱정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1위 나이키가 4위 푸마를 인수 합병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디다스의 리복 인수가 그만큼 나이키에게는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리복을 통해 아디다스의 미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면, 나이키도 유럽 시장 공략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아디다스의 아성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 시장과 축구용품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독일 스포츠용품업체 푸마가 인수 대상으로서는 가장 적격이라는 것이다. 결국 1, 2위 간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존의 3, 4위 업체들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최근 미국의 월마트가 프랑스의 까르푸를 인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것도 바로 이러한 글로벌 마켓 포트폴리오 차원에서였다. 월마트가 유럽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까르푸를 인수하는 경우, 월마트의 유럽 시장 공략은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 역량의 시너지 효과 
 
전문가들은 리복의 패션 지향적인 강점을 아디다스가 잘 활용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독일 브랜드 아디다스가 가진 디자인의 투박함을 리복의 섬세한 디자인이 잘 메워줄 것이라는 평가다. 전통적으로 아디다스는 기능성에 강점을 지닌 반면, 리복은 패션 중심의 트렌디하고 감성적인 디자인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나이키에 견주어 아디다스는 투박한 디자인이, 리복은 기능성 결여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었다. 따라서 아디다스와 리복이 서로 기술과 디자인 역량을 공유하게 된다면, 오히려 나이키를 능가하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구나 글로벌 생산 소싱 측면에서도 자원의 효율성을 보다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디다스와 리복이 현재와 같은 브랜드 차별성을 유지하는 경우 유통 채널에 대한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 
 
나이키는 최근 컨버스(Converse)와 스타터(Starter)를 인수하면서, 캐주얼 신발 브랜드 콜한(Cole Haan)을 자사의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새로이 추가했다. 적극적인 브랜드 인수를 통해 브랜드 다변화, 즉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은 소비자의 기호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제품 실패에 따른 브랜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 가치가 있다. 게다가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유통 채널과 지리적인 위치, 가격, 제품 범주 등을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에게 마케팅 전략의 유연성을 가져다 준다.  
 
아디다스가 리복을 인수한 배경에도 이러한 전략적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디다스의 CEO 허버트 하이너(Herbert Heiner)는 아디다스와 리복을 복수의 브랜드로 유지하여 스포츠용품 전문점에서의 점포내 점유율(ISS; In Store Share)을 높이고 이를 통해 유통 채널에 대한 협상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동시에소비자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른 제품 범주, 다른 브랜드, 다른 가격 체계를 갖춘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 즉 생활용품 시장에서 P&G나 유니레버가 견지하고 있는 복수 브랜드 전략이 향후 스포츠용품 시장의 커다란 흐름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함께 한 바 있다.  
  
Win-win 가능성 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디다스는 다각적인 목적에서 리복을 선택하였다. 넘버1 나이키와의 경쟁에 집중하기 위해, 나이키의 안방 공략을 피하기 위해, 글로벌 마켓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브랜드 다변화 차원에서 리복은 아디다스에게 매력적인 상대였다. 비싼 가격에 리복을 인수한 아디다스나, 아디다스에게 인수 당한 리복이나 상호 Win-win의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끝- 

 

[자료:2005.08.26 | 주간경제 84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