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 이른바 ‘프리틴’이 새로운 소비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프리틴의 특성을 알아보고,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 방안을 살펴보았다.
‘대한민국 초딩 이야기’. 얼마 전 국내 모 방송사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생활과 문화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을 조명하는 기획 프로그램을 방영한 바 있다. 유명 의류 매장에 들어가 패션잡지 모델을 가리키며 이런 옷 없느냐고 묻는 초등학교 5학년 여자 아이의 당당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어린이도 청소년도 아닌 중간 세대의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 이른바 13세 이하의 ‘프리틴(preteen)’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조숙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한 프리틴이 새로운 소비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업들도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본고에서는 국내외에서 부각되고 있는 프리틴 마케팅의 현황과 성공전략을 살펴보았다.
1012세대 프리틴, 강력한 소비집단으로 부상
프리틴은 10세를 막 넘어선 초등학교 4~6학년 정도 아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처럼 프리틴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져 유행하는 이유는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이 과거와는 달리 매우 주체적인 소비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에 태어난 프리틴은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자랐다. 게다가 한 자녀 가구와 부모의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집안에서도 어엿한 소비 주체가 될 수 있었다. 얼마 전 국내 조사업체가 발표한 프리틴의 구매 영향력 지수(부모의 최종 구입에 프리틴이 관여하는 정도)에 의하면 게임 CD 95%, 패션 60%, 컴퓨터 50%, 이동통신 40% 등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지갑을 열게 하는 프리틴의 입김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음을 알 수 있다.
프리틴 시장은 패션, 미용, 유통, IT, 인터넷 포털, 게임, 출판 등과 같은 다양한 산업에서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섬유산업연합회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2004년 전체 의류시장은 전년 대비 0.5% 증가한 11조 1천억 원이었으나, 프리틴 시장은 20.7% 증가한 1조 4,000억 원을 기록하였다고 한다. 성장세만큼이나 규모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프리틴의 부상은 화장품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예컨대, 미스몰리, 마크윈 등과 같은 프리틴 색조화장품이 놀이 수단과 어른을 모방하고 싶은 프리틴의 심리에 부합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프리틴 마케팅은 해외에서 더욱 적극적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프리틴 시장을 단순히 어린이 시장에서 파생된 틈새시장으로 보지 않고, 적극적인 소비주체로서 프리틴을 이해하고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트렌드를 반영한 별도의 브랜드와 유통전략을 수립하는 추세이다.
예컨대, 리복은 프리틴 소녀를 대상으로 한 리복 스위츠(Sweets)를 출시한 후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성공을 거두었다. 리복은 보니 벨이라는 프리틴 화장품 업체와 제휴해 온오프라인 프로모션 활동을 전개하였으며, 이것은 성인 취향을 반영한 트렌디한 디자인과 함께 스위츠의 큰 인기를 가져온 요인이 되었다. 현재 스위츠는 리복 전체 매출액의 약 20%를 차지하고 연 50% 성장률을 달성할 정도로 급성장 하고 있다.
카멜레온 소비자, 프리틴
초등학교 6학년인 박모군은 요즘 한창 온라인 캐주얼 게임인 ‘카트라이더’에 빠져 있다. 방과 후에 집으로 오면 어김없이 프리틴 그룹인 7공주의 ‘러브송’을 들으며 귀여운 캐릭터 자동차로 레이싱을 한다. 하지만 문득 싫증이 난다. 인터넷 유머사이트 ‘웃긴 대학’에 들어가 성인 방문자들을 웃기기 위해 글을 남긴다. ‘디시인사이드’에 들어가 볼까.. 갖고 싶은 캐논 디카의 품평을 꼼꼼히 읽어 본다.
사실 프리틴의 특성은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어린이와 청소년기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세대로,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정립하고 있지 못하다. 어린이로서의 속성뿐만 아니라 어른으로서의 속성도 가지고 있고, 부모에게 의존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독립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프리틴 마케팅의 전문가인 미시간 대학의 베키오 교수는 ‘프리틴은 전형적인 카멜레온 소비자’라고 말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그들의 기호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미국 프리틴 연구기관 브랜드차일드 조사에 의하면 프리틴은 성인에 비해 40% 정도의 낮은 브랜드 충성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싫증을 자주 느끼게 때문에 브랜드 충성도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기업의마케팅 활동이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컨대, 미국 프리틴 전용 포털인 야후리건(yahooligans)은 인기있는 컨텐츠의 수명이 길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후, 프리틴 회원의 DB 분석 자료를 1일 단위로 체크하면서 회원 유지 및 다양한 컨텐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프리틴 마케팅의 성공 포인트
그렇다면 이와 같은 특성을 가진 프리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 방안은 무엇일까? 마케팅의 기본원리를 고려한 프리틴 마케팅의 성공적인 전략을 짚어보자.
● ‘무리’문화의 성향에 초점을 맞춰라
프리틴은 또래 친구들과의 유대관계를 위한 동조소비 성향이 강하며, 유행에도 매우 민감하다. 또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고 부러움을 받는 친구인, 소위 또래대장이라 불리는 빅 마우스의 영향력이 막강하게 작용한다. 자기 자신은 아디다스 스니커즈를 좋아하지만 친한 친구들이 나이키 조던을 신고 다닌다면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나이키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프리틴의 동조소비 성향은 종종 물고기 무리의 움직임을 일컫는 ‘Fish Streaming’과 비유된다. 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은 무리를 지어 함께 움직인다. 한 무리에 많게는 수백 마리의 물고기들이 있지만 그들은 하나의 물고기처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물고기들이 서로를 빨리 모방하기 때문에 동시에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물고기 무리 속에는 앞장서는 대장이 있으며 그 물고기가 방향을 결정한다. 대장이 방향을 바꾸면 일시에 서로를 모방하며 순식간에 방향을 돌리는 것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물고기 무리의 움직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상어의 출현 등과 같은 충격 요법을 통해 대장의 움직임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기업이 프리틴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프리틴의 집단주의 성향에 맞는 적절한 마케팅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 예컨대 구전 마케팅의 일부인 동료(Peer to Peer) 마케팅이 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프리틴의 커뮤니티를 파악하고 그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 후, 그들의 리더를 통해 구전을 유발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해야 한다. 예컨대 아이리버는 MP3 신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대도시 지역별 대표 초등학교를 선정하고학교 내 핵심리더를 선발한 후, 친구들과의 취미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제품의 구전을 유도하였다. 또한 온라인 게임 업체인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사용자를 대상으로 영화관람 이벤트를 벌인 것도 좋은 예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영화관람권의 경우 2매 정도가 경품으로 주어지는 데 반해, 넥슨은 4매를 한 묶음으로 지급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간다는 점에 착안한 이벤트인 것이다.
● ‘어린이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라
“초등학교 4학년 하면, 그때부터 뭔가 생각이 많아지고 어른스러워지는 나이 아닙니까?.. 저도 그맘때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사는 게 뭔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철수♡영희’에서 교사가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바라는 대사이다.
초등학생에 대해 생각할 때 막연히 ‘우리 때는 그랬지..’, ‘어린이는 어린이 아니야?’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프리틴은 어린이도 청소년도 아닌 중간지대의 나이로서 어른을 흉내 내고 동경하는 마음이 크다. 게다가 과거와는 달리 인터넷, TV, 광고 등 대중문화의 노출도가 커지면서 초등학교 4~5학년 정도에 사춘기 청소년과 같이 외모와 유행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단순히 예쁜 캐릭터, 애완동물 등과 같은 어린이 특유성만을 강조하는 상품과 컨텐츠를 제공해서는 그들을 제대로 공략할 수 없다. 국내 모 게임업체의 보고서에 의하면 초등학생 대부분이 귀엽고 깜찍한 스타일을 요구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프리틴은 빨리 커서 어른이 되고 싶은 욕구가 있어 조금은 거칠고 멋스러운 스타일이 가장 인기라는 것이다. 또한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그들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는 아이템 스타일이 선택의 핵심 기준이라고 한다.
미국 마텔사의 프리틴 브랜드인 바비스타일(Babystyle)은 성숙하게 보이고 싶어하는 프리틴의 심리를 꿰뚫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바비스타일은 성인스타일을 동경하는 아이들의 모방심리에 초점을 맞추어 지방시의 수석디자이너 줄리앙을 디자인 작업에 참여시킴으로써 프리틴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매장에서는 어린이라는 용어를 자제하고 프리틴임을 어필하는 등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 부모를 지원군으로 확보하라
프리틴의 소비는 최종적으로 부모의 지갑을 통해 이루어진다. 최근 가구 소비가 자녀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부모의 신뢰와 관심을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은 프리틴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상당한 조언과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문지기 효과(Gate-keeper effect)를 완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프리틴에게는 흥미를 유발시켜 주의를 끌 수 있지만 부모들의 선택은 단순한 재미만으로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부모의 심리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우선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요소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무엇보다도 자녀의 교육적 측면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부모의 특성상 재미와 교육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에듀테인먼트는 비단 부모뿐만 아니라 프리틴에게도 매력적인 제공 가치이다. 작년 모 언론사가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프리틴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학습과 오락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성향을 반영하여 최근 IT기업들이 전자책 기능이 있는 MP3 플레이어, 전자사전 기능이 있는 PMP(휴대용 멀티미디어재생기)을 개발해 성인뿐만 아니라 프리틴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듀테인먼트는 교육과 재미의 적절한 황금분할이 요구된다. 자칫 교육적인 부분에 너무 치우치다 보면 재미의 요소가 줄어 호감도가 반감된다. 예컨대, 최근 베스트셀러인 마법천자문은 만화를 통해 흥미를 유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한자를 읽게 하여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둘째, 부모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필요하다. 기업은 상품개발이나 사용 과정상에 프리틴과 부모의 참여를 장려함으로써 상품과 관련된 개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으며, 부모와의 원활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예컨대, 매스티지로 유명한 아메리칸 걸(American girl)은 의류, 액세서리, 인형 등의 개발에 부모와 아이의 참여를 정례화 하고 이를 실제 상품화 과정에 반영하여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기발한 발상으로 감성적 가치를 제공하라
프리틴이 원하는 것은 기존의 것과는 다른,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프리틴은 싫증을 자주 느끼기 때문에 새롭지 않은 상품으로는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이러한 아이디어 상품은 타겟 집단인 또래 문화와 그들이 좋아하는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 최신 문화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출시 브랜드를 매개로 심리적인 유대관계를 맺는 판촉 및 유통 활동 등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이제 프리틴은 구체적인 상품을 사기보다는 테마나 메시지, 상징과 컬트, 체험 등과 같은 추상적인 가치를 구매하고자 한다.
미국 음료시장에서 독특한 프리틴 마케팅 기법으로 성공한 존스소다(Jones Soda)의 사례를 보자. 존스소다는 미국 프리틴 문화 및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여 성공한 회사로 꼽히고 있다. 존스소다가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단순히 과일주스의 맛 때문만은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음료수를 팔게 되면서 프리틴의 사진이나 글을 음료수 병에 붙여주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그들을 유혹했기 때문이다. 나만의 음료수를 만들고자 하는 프리틴은 자신이 원하는 음료수를 선택한 후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자신, 친구, 애견, 풍경 등 다양한 사진을 회사에 보내게 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존스소다는 오프라인 판매에 있어서는 타겟 프리틴이 가장 많이 밀집하는 스노보드, 스케이트보드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회사로 격려 편지를 보내주는 소비자에게 CEO가 직접 전화를 걸어 감사의 표시를 하는 세심한 배려도 빼놓지 않고 있다.
● 프리틴의 라이프사이클과 더불어 성장하라
프리틴은 미래시장의 잠재고객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한다면 기업은 매우 충성스러운 평생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사 브랜드에 대한 호의적인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및 고객관계 관리 활동이 필요하다. 예컨대, 맥도널드는 햄버거가 비만의 주요 원인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프리틴 고객의 이탈이 심해지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프리틴 클럽, 비만방지 건강교실 운영 등을 통해 웰빙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프리틴이 틴, 성인으로 성장하는 단계에 부합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상품을 출시함으로써 다양한 연령대를 포괄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 예컨대,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MGA사의 브랏츠(Bratz) 완구는 기존 프리틴 고객의 충성도를 기반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이다. 브랏츠는 초기에 브랏츠 프리틴으로 출발하여 프리틴에게 인기를 얻었는데, 그들이 성장함에 따라 브랏츠 성인 인형, 패션,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확장해 10대부터 20대 여성을 포괄하는 브랜드로 확장하였다.
프리틴의 마음을 꿰뚫는 새로운 시장 개척 필요
기업은 게임, 완구 등 기존 프리틴 시장뿐만 아니라 다른 연령대를 기반으로 한 시장에서도 프리틴을 겨냥한 신상품 개발, 신사업 개척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프리틴을 위한 3D 게임폰, 색조화장품 등은 기존 성인 영역으로 생각하였던 시장에서 비로소 독립된 소비주체로서 프리틴을 겨냥했던 참신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리틴 고유의 특성을 제대로 분석, 활용하지 않는 신상품 출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예컨대, 최근 국내 의류업체들이 프리틴을 잡기 위해 앞다투어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라인 확대에 머물고 있다는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크다. 프리틴의 문화 트렌드를 읽고 속마음까지 꿰뚫는 전문화된 마케팅 활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끝-
[자료:2005.07.15 | 주간경제 8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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