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초 지멘스는 독일 뿐 아니라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12년간 지멘스를 이끌어 왔던 하인리히 본 피에르(Heinrich V. Pierer)가 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사퇴한 자리에, 경영진의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47세의 젊은 CEO 클라우스 클라인펠트가 올랐기 때문이다. 클라인펠트에게는 최근 2년간 감소해 온 지멘스의 매출을 늘리고 수익을 내야 한다는 중요한 책임이 지워졌다. 이제 CEO에 오른지 불과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는 대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다 그동안 보여준 혁신에 대한 의지로 회사 내부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가 새로운 자리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했던 20대 초반 한 노인에게서 들은 조언 때문이었다.
클라인펠트는 20대 초반에 인생 최고의 조언을 얻었다. 조언자는 그의 가문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친구이자 대선배인 독일인 게오르그 브란들이었다. 브란들은 당시 80대 중반으로 세계에서 큰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건설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인생을 열정적으로 살았던 80대 노인은 이제 막 새로은 일을 시작하려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클라우스, 네가 새로운 위치에 처해졌을 때, 급하게 도약하려고 하지 말아라. 일단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아보렴. 그리고 네가 하려는 일에 구체적으로 빠져보는 거야. 네가 정말로 성공할 수 있을지, 또 앞으로 2년 동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하나씩 하나씩 떠올려봐라. 눈 앞에 명확한 비전이 떠오르면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렴.”
현명한 노인의 얘기에 클라인펠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브란들은 얘기를 계속했다.
“나는 많은 재건축 사업을 컨설팅했을 때, 늘 리더십의 중심에 있었다. 우리는 당장 눈 앞에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느라고, 그 다음을 알 수도 없었고 생각하기도 힘들었지. 그때마다 나는 ‘좋아, 머릿 속으로 고민만 할 게 아니라, 일단 종이에 그려보고 나서….’ 이렇게 생각했단다. 구체화가 된 문제는 더 해결하기 쉬운 법이거든.”
당시 그는 학교를 막 졸업하고 새로운 회사에 나가려던 참이었다. 어쩌면 그는 브란들의 얘기를 100%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 이리저리 부딪히며 문득문득 인생 최고의 조언이 떠올랐다. 브란들의 말처럼 자신이 그때그때 겪게되는 문제들을 하나씩 구체적으로만들어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승승 장구했고, 47세의 젊은 나이에 지멘스의 CEO에 올랐다.
일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때는 우선 차근차근 그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급한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충분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이를 종이에 직접 써보는 것은 문제를 구체화시키고 당신이 바라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리는데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뜻하지 않는 해결책을 떠오르게 하는데 있어서도 매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2005-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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