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Working together

유로2004에서 배우는 경영 포인트

인생멘토장인규 2008. 10. 19. 00:37

축구와 기업 경영은 많이 닮았다. 축구 경기는 각기 다른 전략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두 팀이 승부를 겨루는 한 편의 경영 게임이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을 열광시켰던 유로2004에서 배우는 경영 포인트 5 題 ! 
  
축구와 기업 경영. 어찌 보면 많이 달라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유사한 측면이 많다. 축구는 모든 스포츠 종목 중에서 조직력이 가장 크게 요구되고, 팀 구성에 따른 전략 및 전술 변화가 승부를 가르는 종목이다. 축구 감독은 기업 경영자에 비유할 수 있다. 감독은 이기기 위해 팀의 전략과 전술을 개발하고, 개발된 전략과 전술을 가장 잘 이행할 수 있는 선수들을 선발한다. 선수들은 자신의 포지션에서 감독의 지시를 충실히 실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축구 경기 90분은 각기 다른 전략과 자원을 가지고 두 기업이 벌이는 한 편의 경영 게임에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경영자들은 기업 경영과 관련된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는 축구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세계 축구를 지배하는 유럽 강호들의 격전장인 유로2004에서 새롭게 나타난 트렌드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유로2004의 트렌드가 기업 경영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자.  
  
  
1. 그리스의 우승 :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하라 
 
유럽 축구계의 변방이었던 그리스의 유로2004 우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이다. 유로 대회 두 번째 본선 진출만에 우승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올린 그리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다양한 이유들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그리스가 개최국 포르투갈과 세계 최강 프랑스를 격침하고 유로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조직 특성에 맞는 전략의 채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는 스타 플레이어가 없을 뿐더러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강력한 조직력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강호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리스는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프랑스, 체코, 포르투갈 등에 맞서 기본적으로 수비 축구를 추구하였다. 수비 축구는 조직력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공격 축구는 뛰어난 역량을 지닌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는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선 수비, 후 공격’이라는 기본 전략 하에 상대에 따라 4-4-2, 4-5-1, 5-4-1 등의 달라지는 전술 포메이션으로 조직 역량을 극대화시켰다. 이러한 조직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전략과 전술이 개인기 위주의 공격 일변도로 밀어붙인 다른 국가 팀들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포춘 500대 기업인 미국 슈퍼마켓 체인 회사 달러 제너럴(Dollar General)은 조직 역량에 맞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1990년에서 2000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32%라는 놀라운 이익 성장을 달성하였다. 사업 기반이 취약했던 달러 제너럴은 처음 상점을 열 당시부터 저소득층 고객을 타깃으로 한 시장에 집중하였다. 이러한 전략은 월마트와 같은 다른 대형 소매점들과 달리 모든 점포를 소규모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면 원하는 것을 바로 찾을 수 있고, 구매를 마친 후에는 바로 매장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달러 제너럴의 조직 역량에 맞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이처럼 전략의 성공적인 실행여부는 전략과 조직이 상호 정합성을 갖느냐에 달려 있다.  
 
경쟁전략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마이클 포터는 전략의 핵심을 독특한 기업 활동으로 정의한 바 있다. 부족한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을 차별화된 전략과 전술로 극복한 그리스 축구와 달러 제너럴의 성공은 포터가 지적한 전략의 핵심을 충실히 이행한 결과였다. 
  
  
2. 신인들의 대활약 : 신 성장 엔진을 발굴하라 
 
과거의 유로 대회나 월드컵에서도 새로운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번 유로2004는 신인들의 활약이 경기 결과를 가늠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영국의 루니는 역대 대회 최연소 득점 기록을 세웠으며 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던 팀을 8강에 올려놓았다. 포르투갈의 호나우두 역시 결정적인 득점과 어시스트로 팀을 결승에 올려 놓았다. 이들은 대회 전만 하더라도 차세대 유망주로 거론되는 수준이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팀의 에이스로 떠올라 팀 승리를 견인하였다. 축구 전문가들은 영국의 경우 베컴과 오웬, 포르투갈은 피구라는 확실한 카드가 있었지만, 루니와 호나우두와 같은 신인 발굴에 실패했더라면 이번 대회에서 예선 통과조차 어려웠을 것이라고 입을모은다.  
 
기업에 있어서도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는 일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현재 휴대전화 단말기 부문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노키아는 원래 제지회사로 출발했던 회사이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노키아의 주력 제품은 경공업 제품과 가전 제품이었다. 노키아는 1980년대 말 컴퓨터 및 컬러TV 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았고, 안정적인 수익원이던 경공업 제품의 수출이 침체에 빠지면서 적자에 허덕이게 되었다. 이렇게 지속되는 적자로 위기에 처했던 노키아가 회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선행 투자였다. 노키아는 일찌감치 정보통신을 장래성 있는 사업으로 판단하고 1970년대부터 이 분야의 신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휴대전화와 통신 장비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노키아는 전통적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통신 사업 부문의 전문기업으로 특화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노키아는 현재도 신기술 개발에 최대 역점을 두고 전 직원의 1/3을 R&D 인력으로 구성하고 있다. 
 
다른 성공적인 기업들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코카콜라와 질레트의 경우 기존 시장에 안주하는 사고를 경계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경우 청량음료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지만 사업 영역을 전체 음료수 시장으로 확대 정의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음료수 시장의 5%만을 점유하고 있다고 생각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신 성장 엔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질레트 역시 면도기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지만 남성용 미용 제품의 20%만 점유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계속적으로 제품 개발과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의 스타플레이어를 뒤이을 신예병기의 지속적 발굴이 비단 축구 뿐만 아니라 기업성공에도 매우 긴요한 조건인 것이다. 
  
  
3. 전통 강호들의 몰락 : 현재 지위에 안주하지 말라  
 
유로2004는 역대 최대의 이변의 장으로 평가 받고 있다. 유럽 축구를 지배해 온 전통의 강호인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태리 4개 팀 중 한 팀도 4강에 들지 못한 것은 유로 대회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한 결과는 그 동안의 지위에 안주한 나머지 구성원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기 스타일 및 새로운 전술 및 전략개발에 미진했던 데서 기인한다. 영원한 1등은 없다. 현재 지위에 안주하는 순간, 이미 그 지위는 과거의 추억이 되어버리고 만다.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던 제품이 새롭게 부상한 제품에 선두 자리를 위협 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40년 동안 1위 자리를 지켜온 동아제약의 박카스는 광동제약의 비타500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2001년 출시된 비타500은 ‘마시는 비타민C’라는 새로운 컨셉으로 지난해 29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였다. 올해의 경우 당초 5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웠으나 지난 5월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3배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해 초과 달성이 예상되고 있다. 비타500은 후속으로 출시된 비타1000과 함께, 최근 지속적인 매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박카스를 턱 밑까지 추격할 태세이다.  
 
시장 선도 기업이던 OB맥주가 시장 지위에 안주하다 하이트 맥주에게 선도자의 위치를 내 준 것도 좋은 사례이다. 하이트 맥주는 후발 주자로 1993년에 출시되었는데, 당시 OB 맥주는 부동의 업계 1위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하이트 맥주는 소비자 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하이트 맥주의 전신인 크라운 맥주의 쓴 맛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에 ‘하이트’라는 새로운 브랜드와 ‘지하 150m 천연 암반수로 만든 깨끗한 맥주’라는 제품 컨셉으로 시장에 진입하였다. 당시 OB맥주는 공해 유발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였고, 차별화된 브랜드와 제품으로 시장에 진입한 하이트 맥주는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OB 맥주의 시장 1위 자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4. 더 빨라진 경기 속도 : 스피드를 중시하라 
 
유로2004를 대표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스피드다. TV 중계를 본 시청자들은 무서울 정도로 빨라진 경기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단 2, 3번의 패스가 득점으로 연결되며 수비를 하고 있던 팀이 어느 새 상대 팀 골 에어리어 근처에서 반격을 펼쳐 동점골을 넣는 장면들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예선에서 탈락한 팀들 대부분은 상대팀의 스피드를 당해내지 못한 팀들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큰 점수 차로 패하거나 이렇다 할 반격 조차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이제는 스피드 경쟁에서 한번 뒤쳐지면 만회할 기회조차 없다는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스피드가 기업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 현상은 최근 국내 휴대폰 시장의 신제품 출시 경쟁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현재 시장 점유율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 애니콜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모토롤라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었다. 애니콜이 모토롤라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아닌 한 발 빠른 제품 출시였다. 모토롤라의 디자인보다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았으며 금방 플립형을 내놓았고, 금방 폴더형을 내놓았고, 금방 컬러폰을 내놓았고, 다시 카메라폰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LG 싸이언과 팬택앤큐리텔이 삼성 애니콜과 신제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모토롤라와의 경쟁에서 승리했던 비결이 빠른 제품 출시였음을 상기하며 앞 다투어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스피드가 시장을 잠식하는 최대 무기임을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00만 화소 카메라가 내장된 ‘디카폰’과 ‘MP3폰’을 국내 최초로 출시한 데 이어 이 달 중으로 300만 화소 카메라가 장착된 고화소 휴대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5. 외국인 감독의 성공 :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라 
 
축구만큼 글로벌하게 인력 이동이 이루어지는 스포츠도 드물다. 유로2004 결승에서 맞붙은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공통점은 두 팀 모두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여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리스의 오토 레하겔 감독은 독일 출신이고, 포르투갈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브라질 출신이다. 특히 그리스의 오토 레하겔 감독은 유로 대회 사상 최초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외국인 감독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이처럼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여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늘어나는 첫 번째 이유는 무엇보다 글로벌 프랙티스의 도입이다. 그리스의 레하겔 감독은 과거 개인기 위주의 단조로운 플레이로 일관하던 그리스 축구에다 ‘전차군단’으로 불렸던 독일 축구의 완벽한 조직력을 효과적으로 도입했다. 포르투갈의 스콜라리 감독 역시 브라질 팀을 이끌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였다. 두 번째 이유는 성과 중심의 운영에 있다. 외국인 감독들은 지역 연고가 없기 때문에 오직 승부의 결과만으로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된다. 자연스럽게 외국인 감독들은 자신들만의 색깔로 철저하게 이기기 위한 팀 운영 방식을 채택한다.기존의 스타 플레이어들도 이들에게는 한 명의 선수일 뿐이고 이기기 위한 팀 전술을 훌륭히 소화해 내는 선수들만이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렇게 세계 축구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인재 영입의 성공 사례는 우리 주변 기업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닛산의 부활을 일궈낸 카를로스 곤 사장은 2001년, 당시 파산 위기에 몰렸던 르노 계열의 일본 닛산자동차에 사장으로 취임하여 불과 2년 만인 2003년, 영업이익 82억 5000만엔을 달성하였다. 
  
이러한 닛산의 위기 탈출은 회사의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성과 중심으로 일관된 구조조정을 실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또 한가지 성공 비결은 바로 곤 사장의 글로벌한 경험에 있다. 곤 사장은 닛산 CEO로 부임하기 이전에 글로벌 타이어 회사인 미쉐린에서 근무한 바 있다. 곤 사장은 미쉐린 브라질의 사장으로 근무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미쉐린의 브라질 지사를 4년 만에 안정 궤도에 올려 놓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외부에서 영입되었기 때문에 기존의 실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닛산의 부활은 카롤로스 곤이라는 글로벌 경영자를 통해 글로벌 프랙티스의 도입과 성과 중심의 운영으로 가능했던 것이었다. 
  
  
지속적인 혁신만이 살 길 
 
지금까지 유로2004에서 배울 수 있는 경영 포인트들을 살펴보았다. 유로2004에서 나타난 그리스의 돌풍과 신인들의 맹활약, 전통 강호의 몰락, 더 빨라진 경기 스피드, 외국인 감독의 성공은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존재하지 않았던 유로2004.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결코 현재의 위치가 미래의 경쟁력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자사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시장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만이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지속적인 혁신만이 살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2004.07.09 | 주간경제 788호(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