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理야 노올자!/영화·사진치료

[스크랩] 세계 최초의 영화는?

인생멘토장인규 2010. 3. 18. 14:31

1895년에 만든 기차의 도착

 

 

최초의 영화는 무엇일까요? 흔히 뤼미에르 형제가 1895년에 만든 [기차의 도착]을 꼽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19세기 말, 유럽과 미국에선 '영화'라는 새로운 매체를 둘러싸고 숨가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으니까요.

 

'움직이는 이미지'를 다루는 '생생한'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영화가 탄생하기 수백 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영화에 대한 '관점'인데요, 영화는 예술이나 오락거리 이전에 '기술'입니다. 영화는 절대 기술을 넘어서 존재할 수 없죠.

 

20세기 초에도 [아바타](2009) 같은 영화를 꿈꾼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기까진 100년의 세월이 걸린 거죠. 제임스 캐머런 감독조차도, 꽤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아바타]를 '기술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으니까요. 영화는 철저히 테크놀로지에 종속되어 있는, 과학과 엔지니어링의 산물이고, '영화의 탄생'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에드워드 머이브리지는 달리는 말을 12장의 사진으로 기록한다. 이것을 연속화시키면 간
단한 동영상이 만들어진다. (사진: 위키피디아)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영화의 기술적 시작은 이드워드 머이브리지라는 사람이 만든 주프락시스코프(zoopraxiscope)입니다. 캘리포니아의 어느 부자는 말이 달릴 때 네 발이 모두 땅에서 떨어지는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포토그래퍼인 머이브리지를 고용했습니다. 머이브리지는 12대의 카메라를 일렬로 세워놓고 전기 조작을 통해 연속 동작을 잡아냅니다. 1877년의 일이죠.

 

그렇게 해서 얻어진 12장의 사진엔 달리는 말의 모습이 세부적으로 잡혔는데요(사실 이걸 연속 재생시키면 동영상이 됩니다), 이후 그는 카메라를 24대로 늘려서 다양한 '움직이는 피사체'를 잡아냈고, 이것을 주프락시스코프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크로노포토그래픽 건(왼쪽 사진)과, 촬영으로 얻어진 동물의 이미지를 한 장의 사진으로 겹쳐 놓은 것(오른쪽 사진). (사진: 위키피디아)

 

 

이제 연속성이 관건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떨어져 있는 낱장의 사진이 아닌, 긴 필름 위에 연속으로 이미지를 기록하는 게 문제였던 거죠. 이때 프랑스의 생리학자 에티엔느 줄 마레이가 '크로노포토그래픽 건'(chronophotographic gun), 굳이 번역하면 '연속촬영 총'이라는 걸 만들어냅니다.

 

1882년의 일이었죠. 동물의 움직임을 잡아내기 위한 것이었는데요, 방아쇠를 당기면 필름 스톡에 연속으로 동물의 움직임이 기록되었습니다. 만약 이 필름을 영사기로 상영했다면, 마레이가 뤼미에르 형제의 자리를 차지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때까진 제대로 된 영사기가 개발되지 않았고, 마레이 자신도 영화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1889년에 조지 이스트만이 셀룰로이드 필름을 다량 생산하게 됩니다.

 

키네코스코프의 내부(왼쪽 사진). 윌리엄 딕슨은 자신이 개발한 기계로 촬영한 첫 필름에 직접 등장해카메라를 보고 인사를 한다(오른쪽 사진). 1891년에 촬영 한 장면이다.

 

 

이때부터 경쟁은 가속화됩니다.

 

제일 먼저 치고 나간 사람은 미국의 토머스 에디슨이었죠. 그가 처음부터 영화를 만들려고 한 건 아니었습니다. 1877년에 축음기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둔 그는, 사운드에 비주얼이 곁들여져 소리를 설명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연구소 조수였던 윌리엄 딕슨에게 임무를 맡겼죠. 그는 1891년에 키네토그래프(Kinetograph)라는 카메라를 만들었고, 그렇게 촬영된 필름은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라는 기계를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키네토스코프를 보는 장면(왼쪽 사진). 키네토스코프 영업점(가운데 사진). 최초의 스튜디오인 블랙 마리아

 

 

에디슨이 생각했던 영화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는 키네토스코프도 축음기처럼 기계 자체를 팔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893년에 최초의 스튜디오인 '블랙 마리아'(Black Maria)를 세우며 영화 제작에 박차를 가한 에디슨은 1894년 4월14일에 뉴욕의 브로드웨이에 키네코스코프 영업점을 엽니다.

 

각기 다른 영화 필름이 장착된 여러 대의 키네토스코프가 진열되어 있고, 25센트(당시 숙련 노동자의 1시간 임금)를 내고 입장해 기계에 눈을 대고 핍 쇼를 보듯 관람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현재의 영화관과는 개념이 다르지만, 어떤 의미에선 이곳이 최초의 극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 클립은 당시의 영화들입니다.

 

클립 1: 키네토스코프 (클릭! youtube 관련 영상)

 

유럽 사람들은 에디슨과 조금 생각이 달랐습니다. 그들은 스크린에 영사하는 방식을 생각했죠. 최초의 발명자는 영국의 윌리엄 프리즈 그린이었는데, 카메라와 영사기를 겸했던 그의 기계는 안타깝게도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덴 실패합니다.

 

1초당 프레임 수가 너무 적었던 거죠. 1887년의 일입니다. 다음해 프랑스의 과학자인 루이 에이메 오거스킨 르 프린스가 역시 카메라와 영사기를 겸하는 기계를 발명했고, 1890년엔 관료들을 대상으로 상영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두 달 후 행방 불명이 되어 사라집니다

 

뤼미에르 형제(왼쪽 사진)와 그들이 개발한 시네마토그래프(오른쪽 사진).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가 수십 킬로그램이었던 것에 비해 시네마토그래프는 6~7킬 로그램 정도였다. 뤼미에르 형제는 훨씬 더 현장성이 강한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이때 등장한 사람들이 바로 뤼미에르 형제입니다. 리옹에서 카메라 공장을 운영하던 그들은, 카메라와 영사기와 현상기를 겸할 수 있는 시네마토그래프(cinematographe)를 만듭니다.

 

'1894년에 특허 등록을 한 그들은 1895년 3월22일에 지인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었습니다. 이때 상영한 영화가 바로 [뤼미에르 공장 문을 나서는 노동자들]이죠.

 

그리고 흔히들 '영화의 생일'이라고 말하는 1895년 12월28일은 시네마토그래프를, 처음으로 입장료를 받고 대중 상영했던 날입니다. 파리의 그랑 카페 지하를 빌렸는데, 입장료는 1프랑이었고 그날 총 수입은 35프랑이었다고 합니다. [기차의 도착] 상영 때는 사람들이 화면 밖으로 기차가 튀어나오는 줄 알고 혼비백산했다는, 조금은 과장된 이야기가 생겨난 그날입니다. 아래 클립은 당시의 영화들입니다.

 

클립 2: 시네마토그래프 (클릭! youtube 관련 영상)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래프는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됩니다. 1896년에 그들은 영화 상영으로 일주일에 7,000프랑을 벌게 되니까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에디슨도 혼자 엿보는 방식을 버리고, 대중 영사 방식으로 전환해 1896년에 바이타스코프(Vitascope)를 내놓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탄생이 에디슨과 뤼미에르 형제의 대결로 압축되는 건 공평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독일의 스클라도노프스키 형제는 뤼미에르 형제의 그랑 카페 상영보다 거의 두 달 전인 1895년 11월1일에 베를린 빈터가르텐에서 바이오스코프(Bioskop)를 상영했고, 조금 늦긴 했지만 영국의 로버트 폴은 1896년에 씨어트로그래프(Theatrograph)를 선보였으니까요. 이런 경쟁 상황에서 뤼미에르 형제만 기억되는 건, 그들이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어쩔 수 없습니다. 세상의 이치니까요….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 상영을 알리는, 역사상 최초의 포스터(왼쪽 사진). 다음 해 에디슨은 바이타스코프를 통해, 뤼미에르의 방식을 따른다(오른쪽 사진)

 

출처 : 엔지의 아츠앤컬처 Engi's Arts & Culture
글쓴이 : 엔지 원글보기
메모 : 좋은 자료네요~ 담아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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