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유익하고 재미난 스크랩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直指

인생멘토장인규 2008. 11. 19. 15:09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直指)'

청주고인쇄박물관에 전시된 직지 영인본

'직지'의 본래 제목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며, 부처님과 큰 스님들의 말씀을 간추려 상.하 두 권으로 엮은 책이다. '직지(直指)'란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에서 온 말로서 참선하여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볼 때 그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즉, '직지'는 직접 다스린다, 바른 마음 직접 가리킨다, 정확하게 가리킨다 등의 뜻으로 쓰인다.

직지는 서기 1377년(고려 우왕 3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찍었다. 금속활자라고 처음부터 쇠로 글자를 만들지는 않았다. 책의 내용과 글자본을 정하고 판형 틀을 만든 다음 밀납을 녹여 판형틀에 붓고 응고시킨다. 딱딱하게 굳은 막대 판형 위에 글자본을 뒤집어 붙여 글자를 조각한다.

밀랍봉을 나무가지처럼 만들어 가지 하나하나에 글자를 붙이고 주물토를 채워 주형을 만든다. 주형이 굳으면 열을 가해 밀납을 녹여내고 다시 쇳물을 주형에 부어 활자를 만든다. 가지에 붙어있는 활자를 하나하나 떼어 내고 평평하게 면을 다듬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금속활자는 목판과는 달리 먹이 잘 묻지 않아 인쇄가 잘 되지 않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름 먹을 사용했다고 한다. 활자 면에 기름 먹을 바르고 위에 종이를 얹어 사람의 머리칼로 만든 빗으로 문질러서 인쇄를 했다.

금속활자로 인쇄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려 놓았다.

금속활자와 목활자는 확대해서 보지 않으면 잘 구별이 안 된다. 목활자는 목판을 아무리 세심하게 깎아도 나무 자체에 있는 결로 인해 줄이 생기고 금속활자는 아무리 먹을 제대로 묻혀도 기공으로 인해 인쇄되는 면이 고르지 않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5번, 중국과 일본은 4번을 묶어 책을 만들고, 표지가 황색인데 비해 중국은 청색이다. 표지면도 우리는 무늬결을 만들어 두었다가 결 위에 눌러 만든 데 비해 중국이나 일본은 그리거나 찍어낸 표지이다.

직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권 하)'가 2001년 9월4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는 최소한 구텐베르크의 성서보다는 78년, 중국의 '춘추번로' 보다는 145년이나 빠른 금속활자로 찍어낸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세계기록유산으로서의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 금속 활자본 직지는 상. 하 두 권 중에 하권 1책만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19세기 말 주한 프랑스 대리공사로 조선에 근무했던 꼴랭 드 플랑시가 수집하여 귀국할 때 가져가 골동품 수집가인 앙리 베베르에게 경매로 넘겨졌다. 후에 앙이 베베르의 유언에 따라 1950년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기증되었는데 1900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만국박람회 때 한국관에 전시 됐었다.

1901년 모리스 꾸랑에 의해 금속활자로 인쇄된 세계 최고의 한국 인쇄본 임을 소개하였고, 1972년 프랑스 국립 도서관의 '세계 도서의 해' 기념 책 전시회에서 재불 학자인 박병선 박사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현재 직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단독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는 직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물 크기 인형을 통해 볼수 있으며, 또 인쇄의 시작인 암각화와 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인쇄 방법과 금속활자와 목판활자와의 구별 등을 전시하고 있다.

세계최고의 우리나라 금속 활자본이 프랑스에 가 있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언젠가는 우리의 품으로 돌아 올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또 '직지 上권'이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낡고 오래된 책이라도 제쳐 두지 말고 두 눈 부릅뜨고 유심히 살펴 봐야 하겠다.

인쇄는 문자가 없던 시대의 상형문자부터 시작되었다

청주고인쇄박물관

청주고인쇄박물관

 

시민기자 프로필 2005년 제 10회 환경부 장관상 수상.
장해봉 시민기자 chbong7@yahoo.co.kr

 

2008-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