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유/사색의 공간[감동·좋은글]

그대 아비어미같은 나무...

인생멘토장인규 2008. 11. 17. 21:30

 

 

그대, 아비어미 같은 나무

 

똘망한 씨알 한 톨로 사뿐

 그때엔 청청한 꿈 푸르렀으리

꼿꼿한 허리 휘청, 굽던 날

뜬금없는 날벼락 내것만은 아닐진대도

세상 끝에 선 듯 화들짝이었으리

뾰족한 오기로도 버틸 수 없는 허리

쉬엄쉬엄 굽혀갈 제

마음밭 외려 넓어진다는 걸 그때는

몰랐으리

 

차마 영글지 못한 몸뚱이 깡둥한 다리

쓰러질 듯 위태위태 기우뚱으로

삼킬 듯 내리치는 작달비도

자글자글 염천 땡볕도

아예 꺾자 덤비는 싹슬바람도

오냐오냐 모두 오렴 반겨주었으리

밤내 폭폭 내린 白雪이야

땡땡한 寒氣 품어주는 포옹 같은 것

 

한세상 휘청이며 살아낸

우리들 아비어미 같은 그대,

기웃 꼿꼿한 그대 발치에

내 어린 한 生 부려놓나니

선듯한 듯 포근한 그 등짐 털어

미욱한 이 生도 품어주시라

 

 

사진: 미상

 음악: 겨울아침/ 성의신의 해금. with 김정욱

 

(2006/9/22)

 

 

때론 우연히 맞닥뜨린 사진 한 장 혹은 노래 한 곡이 가슴을 후려칠 때가 있다.

이 사진과 노래가 그랬다.

문득 어느 시절의 아버지 어머니가 생각도 나고

어느새 나이만 그만큼으로 얼늙은 내모습도 보이고...

그럼에도 여전한 철딱서니 내가 한없이 한심하기도 하고...하고...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