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아비어미 같은 나무
똘망한 씨알 한 톨로 사뿐
그때엔 청청한 꿈 푸르렀으리
꼿꼿한 허리 휘청, 굽던 날
뜬금없는 날벼락 내것만은 아닐진대도
세상 끝에 선 듯 화들짝이었으리
뾰족한 오기로도 버틸 수 없는 허리
쉬엄쉬엄 굽혀갈 제
마음밭 외려 넓어진다는 걸 그때는
몰랐으리
차마 영글지 못한 몸뚱이 깡둥한 다리
쓰러질 듯 위태위태 기우뚱으로
삼킬 듯 내리치는 작달비도
자글자글 염천 땡볕도
아예 꺾자 덤비는 싹슬바람도
오냐오냐 모두 오렴 반겨주었으리
밤내 폭폭 내린 白雪이야
땡땡한 寒氣 품어주는 포옹 같은 것
한세상 휘청이며 살아낸
우리들 아비어미 같은 그대,
기웃 꼿꼿한 그대 발치에
내 어린 한 生 부려놓나니
선듯한 듯 포근한 그 등짐 털어
미욱한 이 生도 품어주시라
사진: 미상
음악: 겨울아침/ 성의신의 해금. with 김정욱
(2006/9/22)
때론 우연히 맞닥뜨린 사진 한 장 혹은 노래 한 곡이 가슴을 후려칠 때가 있다.
이 사진과 노래가 그랬다.
문득 어느 시절의 아버지 어머니가 생각도 나고
어느새 나이만 그만큼으로 얼늙은 내모습도 보이고...
그럼에도 여전한 철딱서니 내가 한없이 한심하기도 하고...하고...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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