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유/사색의 공간[감동·좋은글]

걍 해보는 소리...

인생멘토장인규 2008. 11. 14. 01:39

 

아침에 출근하는데 오늘의 숙제라면서 종이 3장을 던진다.
"몬데?"
"기영이 수행평가과제인데 회사에서 좀 해오소"
"기영이 과제를 내가 와 하노?"
"아가 할 시간이 어디있소?"
"글면 나는 회사가서 노나?" ---쪼매 부끄럽지만 흐~-
"인터넷 마이 하자나~" --헉! 우찌 알았지?--
오늘 출근하면서 마눌이캉 주고 받은 대화의 부분토막이다.
 
'중학생을 위한 2006 권장도서 100권'
닝기리 이것을 언제 다 읽고 독후감/감상문 쓰내노~
 
오늘 출하할 제품 원청사 간부넘이랑 파이널체크하고
아침미팅을 끝내고 자리에 앉아 전화를 때린다.
"이거 다해야되나?"
"마이 할 수록 좋다커네..."
"마이 할 수록??? 우끼네~~ 대충 기준도 읍나?"
"하는데 까지 해보소~"
"운제까지?"
"이달말까지 제출 해야 된다커네..."
"알아따!!!~ ㄸ ㅂ "
 
얼마전 저녁테이블에서 마눌이캉 주고 받은 대화가 생각난다.
2학년 올라가 치룬 첫 시험에서 평균 94.7을 받았는데 반에서 5등안에도 못들어 갔단다.
상위는 딸애들이 다 차지했는데 딸애들이 워너기 수행평가가 남자애들 보다
좋아서 남자애들이 딸애들을 못따라간단다.
허기싸 중딩머스마들이야 어불려서 축구공차고 피시방가서 어불려서 컴게임도하고
그것도 겨우 시간이 있거나 했을 때이고, 대부분은 학교수업마치고 오면 학원가기
바쁘지, 수행평가라는게 책 읽고 감상문 쓰거나, 그림그리고 공예품같은거 만들기인데
그런거 애쌀가지고 할  머스마들이 어디 있것노~
나도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뜨벌~
 
'이거 안해가지고 집에가면? 이런건 본인이 직접 읽고 직접 쓰야지! 하고 큰소리 치면?'
속으로 뇌까려 보지만 돌아올 대답은 뻔하다. 흐~
 
권장도서 100권의 리스트를 주고 이달 말까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으니
읽고 감상문을 쓰내라?
 
과연 몇명의 학생이 정말 읽고 과제를 해올까? 궁금하다.
많을 수록 좋다고 하니 수행평가점수를 잘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량을 해 올까?
얼마나 책을 안읽으면 이렇게 과제를 내어 줄까?
이렇게 밖에 방법이 없을까?
하라는 과제는 안하고 오만 생각이 꼬리를 문다.
 
닝기리 이제 아들내미 과제가 내 것이 되고 말았다.
도서 리스트를 보니 오래전에 읽은 책의 제목이 겨우 십여권 눈에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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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경험이 있겠지만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학과 공부만 공부가 아니다. 책속에는 상식과 지혜가 넘쳐난다.
남의 머리를 빌려 우리는 책속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공유하고
지식을 얻는다. 그러나
컴퓨터와 인터넷이 우리네 생활을 지배하면서 서서히 책은 우리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책보다는 컴을 붙잡고, 남이 올린 책의 줄거리와 독후감을 짜깁기해서 내어 놓는다.
-이거라도 하면 다행이다- 
이게 요즘 현실아닌가?
 
엄마들한테 '애들 책좀 읽게 하라'고 사정한다.
'시험공부하랴~ 학원 다니랴~ 내신이 얼마나 중요한데 책읽을 시간이 어디있냐'
라고 엄마들은 강변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학교의 지도방법은 참 편하다.
교육청에서 내려온 권장도서 리스트를 배포하고 수행평가를 할테니
언제까지 독후감이나 감상문을 제출해라.
캬~ 쥑인다. 얼매나 간단하냐?
아마 선생님들도 애들이 책을 안읽고 인터넷 뒤져서 짜깁기해오리란 것을
다 알고 있을 터인데도 말이다.
 
아마 평가점수는 누가 더 이쁘고 멋있게 만들어 오는지를 보고 할까?
설마 우리네 어떤 교수님처럼 선풍기를 틀고 어느게 멀리 날아가고 가까이 날아가는 지를 보고 할까? 궁금하다. 
평가를 하는 선생님들은 과연 저 책을 다 읽었을까? 뜨벌~
 
독서는 습관이다.
습관은 말 그대로 몸에 베인 것을 말한다.
독서를 하게 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별과제란게 있다. 학생들 몇명이 조를 이루어 과제를 해결하고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교실에서 발표를 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전 아들내미가 조장이 되어 조원들이 우리집에 모여서 작업한다고 하길래
간식거리 준비해주고 나랑 마눌이캉 집에서 �겨난 적이 있다. ㅋㅋㅋ-
대단하다. 나는 대학 졸업할 때 까지도 파워포인트가 무엇인지, 디스플레이가 무엇인지 몰랐는데~~~
아~ 그때는 컴이 없었지~ 입사했을 때도 타자기뿐였지 ㅋㅋㅋ~ 그랬구나...
여튼 애들 컴도사만 만드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책을 읽게 하는 이유가 몰까?
왜 독후감을 쓰서 제출하라고 할까?
 
답은 간단하다.
책을 읽고 그속에 담긴 내용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하고 느낀 것을 정리하는데 있다.
읽는 것을 강제하고,
읽게했다면 남의 것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나타내게하고 그것을 평가하면 된다.
얼마나 자신의 생각이 주관적이고 논리적인가 하는 것을 평가하면 된다.
그것에 대한 합리적인 방법은 발표나 토론이다.
 
다독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우량도서중에서 자신이 읽고 싶은 것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여 발표를 하게 하거나 집단토론을 시켜 평가해야
합리적이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다.
 
그렇게 평가할 시간은 없다고?
그렇다면 애들이 책을 읽을 시간은 있다고?
 
제발 나같은 아빠들 괴롭히지 말아다오...
200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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