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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온 사랑 갈라 Salvador Dali

인생멘토장인규 2008. 10. 31. 11:01

 


[그림]Salvador Dali◈Dream Caused by the Flight of a Bee (1953)







욕망과 키스

잠에서 깨기 직전 석류 주변을 날아다니는 한 마리 꿀벌에 의해 야기된 꿈

허공에 뜬 채 누워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여인,
달리가 지극히 사랑하는 여인이다.
망망한 바다, 단애의 절벽, 포효하는 호랑이,
그 호랑이를 삼키고 있는 물고기, 그리고 잘 익은 석류,
그 주위를 날고 있는 한 마리의 꿀벌,
이러한 것들이 균정된 짜임새와 더불어
극적 율동감을 자극한다.

긴총 끝에 달린 칼날은 여인의 팔을 찌르듯 시선을 자극하며,
배경 속의 베르니니의 코끼리가 오벨리스크와
교황의 상징물을 나르고 있는 모습이다.
그 코끼리는 가장 깊은 의식 속의 고백에
대응키 위하여 최대한의 높은 위치에 그려져 있다.
여인은 꿀벌 소리에 바늘의 아픔을 느끼고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이 작품은 달리가 전형적인 꿈에 대한
프로이트적 발견을 처음으로 영상화 한 작품이다.


[그림]Salvador Dali(1904 ~ 1989) ◈Galatea of the Spheres(1952)




이와 같이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들을 들여다보면 한 여인이
끊임없이 다양한 형상으로 등장한다. 대체 누굴까?
누구길래 이렇게 달리의 전 생애에 걸친 그림들 속에서
때론 다정한 연인으로,때론 그리스 신화의 여신으로,
때론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때론 성녀(聖女)로,
때론 마치 외계에서 온 듯한 미지의 신비한 여인으로
그려지고 있는 걸까? 그녀는 달리의 아내 갈라였다.


나는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때까지 나는 그렇게 깊이 키스를  해본 적이 없었고,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오랫동안 억압되어 있었던 내 육체 속에서 한순간 욕망이
진동하면서 갑자기 내 모든 관능의 '파르시팔'이  깨어났다.
이가 서로 부딪치고 혀가 서로 얽힌 첫 키스는
우리로 하여금 서로를 깨물고 서로의 가장 깊은 곳까지
먹어치우게 부추기는 허기의 시작일 뿐이었다.

- 살바도르 달리



[그림]Salvador Dali◈The Ecumenical Council (1960)





그녀의 본명은 엘레나 디아코노바,
1894년 러시아의 카잔에서 태어났다.
1913년겨울 스위스 다보스 역에서 모피 코트로 몸을 감싼
열아홉 살 처녀가 기차역에서 내린다. 당시만 해도
저주받은 병이었던 폐결핵을 앓고 있던 그녀가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시인 폴 엘뤼아르(1895-1952)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엘뤼아르는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하여 중고등학교 시절 폐결핵으로
공부를 중단해야 했고, 1911년에서 1913년까지 다보스에 있는
요양원에서 지내게 되었다. 여기에서 그는 보들레르,
아폴리네르 등의 작품을 읽게 되고 특히 미국 시인 휘트먼의 시를
좋아하며 스스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났고
엘뤼아르는 요양원에서 나오자마자 간호병으로 전선에 동원되었다
전쟁중 헤여져 있는 동안에도그들의 사랑은 계속 되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한 해만 더 지나면 이 전쟁(1차세계대전)은 끝날 거야.
온 힘을 동원해 이 악몽에서 살아남아야 해. 당신은 결코 지난날을
후회하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우리는 찬란하고 멋진 삶을 살 테니까.

몸조심해. 더할 수 없이 귀중하고 더할 수 없이 값진 당신의 생명을
소중히 여겨 줘. 당신의 생명은 내겐 전부야. 그건 나 자신이야.
당신이 없으면 나도 없어."
                     

- 갈라 엘뤼아르가 폴 엘뤼아르에게


슬픔의 파수꾼들처럼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내가 그 밤을 넘어서 온 하늘
내미는 내 손길 안에 담긴 들판

생기도 잃고 무감각해진 그 들판의 지평 안에서
슬픔의 파수꾼들처럼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나는 너를 찾아 헤맨다. 기다림을 넘어서서
나 자신을 넘어서서

그리고 나 알 수 없을 만큼 그대를 그토록 사랑하는데
우리 둘 중에서 떠나 있는 그대를

-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폴 엘뤼아르


그 사랑은 결실을 맺어 4년 뒤인 1917년 드디어 결혼하게 되는데 후일
그가 애칭으로 '갈라'라고 부른 여인이다.
"그녀는 순결한 눈을 녹게 하고 풀 속에서
꽃을 피어나게 한 유일의 존재이다"라고 그는 찬양했다


[그림]Salvador Dali◈Couple a la Tete Pleine de Nuages





운명적인 만남

1929년 여름
스페인의 카탈로니아 북부 카다케스에는 많은 손님들이 찾았다
실험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를 함께 작업한 브뉘엘 부부가 오고
파리의 화랑주 고오망이 오고, 르네와 마르그릿뜨 부부도 오고,
친구인 뽈 엘뤼아르와 아내 엘레나가 왔다.

집 주인, 살바도르 달리 그는 피카소와의 조우로 놀라운 변모를 보이면서
천재적인 재능이 막 꽃피어나고 있었다. 그는 이 여름 운명과 마주한다.

그러나 당시 갈라에게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편인
시인 엘뤼아르와 딸 세실이 있었다.
그때 달리의 나이는 25세였고,갈라는 35세로 열 살이나 연상이었다.

그림이나 전하는 사진을 보면
너무나 잘 생긴 달리에 비해 갈라는 솔직히 미인은 아니었다.
얼굴의 뚜렷한 윤곽선과 강렬한 눈빛,뚜렷한 입술선과 강인해 보이는 턱,
넓은 뺨과 이마,몸가짐에서 보이는 냉정하고 쌀쌀한 분위기….
그녀는 또한 결코 귀엽거나 단아하지도 않았다.


[그림]Salvador Dali◈Galarina





갈라는 강한 여성이었다. 폴 엘뤼아르와 달리를 제외하곤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갈라는 일생동안 친구를 사귀지 않았고
원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많은 것이 베일에 쌓여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고 지나칠 정도로
사람들 앞에서 과묵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그녀의 시선이었다. 러시아 태생이라는 이국적인 느낌에다
귀여움이나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그녀의 얼굴,
작지만 균형잡힌 몸매를 제외한다면 그녀는 추녀에 가까웠다.

그녀의 고집스런 턱은 그녀가 강한 의지의 소유자임을 드러낸다.
무엇보다도 갈라의 매력은 눈에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녀의 눈은 턱을 치켜 들고 오만할 정도로 사람들을 내리 깔아 보았다.
지독한 에고이스트인  그녀는 프롤레타리아의 일상을 혐오했지만
그렇다고 속물은 아니었다. 그녀는 예술을 사랑했고 일상을 지루해 했다.

엄청난 독서광에다 몽상가였던 그녀는 불행히도 창조의 재능이 없었다.
그녀는 예술가를 가짐으로써 자신의 삶의 변화를 꿈꿨다.
달리를 만나기 전에 이미 폴의  시는 더 이상 갈라를 감동시키지 못했다.


[그림]Max Ernst ◈Two Children Are Threatened by a Nightingale (1924)



독일 초현실주의 화가인 Max Ernst (1891.4.2~1976.4.1)
정신의학을 공부하던 그는 정신병원에 실습을 나갔다가
환자들이 그린 그림이나 조각들을 보고 매우 큰 감동을
받아 '미친 사람들이 그린 작품이야말로 천재적이다'고
생각하고는 화가로 전향했다


갈라는 1922년부터 몇 년에 걸쳐 화가 에른스트와도 사랑에 빠졌었다.
막스 에른스트는 이미  기혼자였고 그의 정신세계는 그의 그림에 대해
어느 누가 평한것처럼 '지옥으로 가는 여행' 이었다.

가장 큰 원인은 막스 에른스트에 있었다. 다다이즘을 얘기할 때
막스 에른스트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많은
영향을 끼친 화가이다. 폴 엘뤼아르는 그의 그림에서 큰 충격을 받았고
금세 친형제처럼 가까워졌다. 갈라 역시 그의 그림을 좋아했다.


[그림]Max Ernst (1891~1976) ◈나중에 나에게 잠이여 오라





막스 에른스트의 철학적인 깊이를 가진 그림으로
<나중에 나에게 잠이여 오라>라는 것이 있다. 꿈 속의 차디찬
결정(結晶)같은 커다란 5각형 위를 수호하는 듯이 나는 큰 새,
저 멀리는 아리조나의 큰 산지가 도사리고 있다.
이것은 파리에서 함께 초현실주의 운동에 참여했던
Max Ernst가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1895-1952)에게
바친 추도의 그림으로 엘뤼아르가 그 전에 에른스트에게 헌장한
<나중에 나에게 잠이여 오라>라는
아름다운 시의 제목을그대로 본떠 작명할 정도로
둘의 우정은 깊었었다.


엘뤼아르는 에른스트에 대한 애정에 가까운 우정과 아내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괴로워하며 그들의 관계를 묵묵히 지켜 볼 뿐이었다.
파리 근교 자신의 집에서 에른스트와 갈라가 함께 밤을 보내고자 하면,
엘뤼아르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과 술집여자 그리고 재즈음악으로 고통을
달래기가 부지기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뤼아르는 그저 아내가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림]Max Ernst (1891~1976) ◈The Clothing of the Bride (1940)





그러면서 기묘한 동거관계가 시작됐다. 사람들은 막스 에른스트와 갈라의
공공연한 밀애 장면을 목격했고  폴 엘뤼아르는 애써 이 사실을 외면했다.
막스 에른스트의 작품 중 '혼란, 내 누이' 라는 그림이 있는데 누이는 갈라를
암시하고 있다. 셋 중에서 가장 상처받았던 사람은 오히려 갈라였다.

갈라는 그당시 유행하던 자유연애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녀는 한 사람을 완전히 지배하기를 원했고 자신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상대방에게서 확인받고 싶어했다.


[그림]Salvador Dali◈Portrait of Paul Eluard(1929)




해안선이 불분명한 암갈색의 해변, 외롭게 떠있는 커다란 절벽과
붙어 늘어져 있는 여자의 머리채 위로 악수하고 있는 앙상한 두 손,
그리고 허공에 떠 있는 커다란 초상이 있다.
폴 엘뤼아르이다. 옆으로 사자는 달리의 형상이고
그위에 떠있는 여자는  갈라를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사자는 그의 야수성을 상징하고 그에 직면하게 된
갈라를 드러내려고 한 것처럼 보인다.

그녀의 절개된 머리 속에 벌레에 파먹힌 살점이 뚝뚝 듣는다.
폴 엘뤼아르의 가슴 한 견에 있는 숲 위로 갈기를 휘날리고 있는
야수와 어깨에 걸린 겁에 질린 남자의 소리없는 절규가 보인다.
폴  엘뤼아르의 이마 위, 깍지가 벌려진 완두콩을 덮고 있는 허기진 손.
오른쪽어깨에 접착된 잠자고 있는 남자,그의 머리의 반은
날카로운 작은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물고기이다


[그림]Pablo Picasso(1881-1973)◈뉘쉬 엘뤼아르부인(1938)





결국 엘뤼아르의 잠적 소동으로
이 관계는 끝나게 되고 다시 두 사람은 이전의 관계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제 갈라에게는 더 이상 엘뤼아르에 대한 애정은 없었다.

갈라는 가정으로 돌아오나 하루하루가 지루할 뿐이었다.
그녀는 다시 남편과 딸로부터 도망쳐 유럽 각지를 사치하며 돌아다녔다.
물론 이 모든 여행 경비는 엘뤼아르가 기꺼이 충당했다.

1927년 부친의 죽음으로 엘뤼아르가 막대한 유산을 상속하자
그녀의 씀씀이는 더욱 헤퍼진다. 결국 그는 경제 공황과 투자 실패로
재산상의 타격을 입게 되어 파산하고 갈라는 어쩔 수 없이
파리로 되돌아와야 했다. 1929년 그들이 카다케스로 간 것도
이런 경제적 사정에서 값싼 휴가지를 물색하던 끝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녀로서는 더 이상 엘뤼아르의 곁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그림]Salvador Dali◈Persistence of Memory(1931)





1932년 갈라는 엘뤼아르와 이혼하고 달리와 결혼하였다.
엘뤼아르는 다시금 갈라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영원함을
고백하며 마지막 남은 재산까지 처분하여 그녀의 새출발을 도왔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가난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는 죽을 때까지
갈라에 대한 어떠한 원망도 하지 않았으며 그녀에 대한 애정도 잃지 않았다.

폴 엘뤼아르는 세 번의 결혼을 했지만 갈라에게 보내는 편지는 계속 이어졌다.
폴 엘뤼아르에게 갈라를 대신할 수 있는 여자는 없었다.
폴 엘뤼아르를 헌신적으로내조했던 그의 두번째 부인 뉘쉬를 폴 역시 소중히
아꼈지만 갈라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그림]Salvador Dali ◈My Wife, Nude, Contemplating her Own Flesh Becoming Stairs





갈라가 달리를 선택한 것은
일종의 도박이었다. 달리는 그 당시 완전한 무명이었고
미래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없었다. 갈라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것은 달리의 그림에 대한 확신 뿐이었다.
달리는 절대적으로 그녀를 숭배했고 그 숭배는 평생 이어졌다.
달리만큼 자신의 아내를 많이 그린 화가도 드물다.
달리의 그림에서 그녀는 성모 마리아로 표현될 정도였다.
심지어 작품에 남기는 자신의 서명에다 갈라의 이름을 같이 끼워 넣었다.
자신의 그림은 혼자 그린 것이 아니라 아내와의 공동제작이라고
말할 정도로 갈라는 달리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 넣었다

[그림]Salvador Dali◈Daliacute



거울을 통해서 입체적으로 표현한 달리와 갈라(未完成)


갈라에 대한 달리의 사랑과 믿음은 어디에 비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며
그들에게는 숙명적인 만남 인 것이다. 1930년대부터 달리의 그림 속에 서명된
'갈라와 살바도르 달리'는 항시 그들은 공동체와 같음을 시사한다.
갈라의 뒷모습과 앞모습의 관계는 '갈라의 기도'에서와 같지만,
여기서는 달리와 갈라가 각기 한쌍으로 앞모습과 뒷모습을 그린 것이다.

앞모습 쪽은 녹색의 액자 속에 거울로 비쳐진 모습과 똑같이 그려져 있으며,
이것은 결국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 미완성의작품은 여섯 개의 거울을 실제로 바꾸어 가며 제작했다고 한다.
이는 마치 우리들이 이용원에서 여러 면의 거울을통해 경험한 것처럼,
달리와 갈라는 반복되는 반영 속에 영원히 존속하는 것이다.


[그림]Salvador Dali◈Nude, in Contemplation  





그러나 무엇보다도 갈라가 새로운 사랑의 도박에
자신의 전부를 걸게 된 것은 달리의 빛나는 재능을
일찍 간파하였기 때문이었다. 갈라는 이미 엘뤼아르와 에른스트를
통해 당시 현대 미술의 동향과 그 발전 가능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달리가 그 중심에서 위대한 역할을 하리라는 것을 예감하였다.
그녀는 그 후부터 달리의 영감을 끝없이 분출시키는 원천이자
영원한 동반자가 되었다.

타인의 아내를 가로챈 아들에 분노한 아버지는
결국 그에게 절연장을 보낸다
달리는 그 충격으로
머리를 깎고
그 머리카락을 흙 속에 묻었다
그는 그를 기른 혈연을 묻고
숙명적인 사랑의 여인 갈라를 얻은 것이다

이 때부터 달리는 모든 그림에
<갈라와 살바도르 달리>라고 서명한다
그는 모든 그림의 여인에
갈라를 그린다
젊은 갈라에서부터
늙은 갈라에 이르기까지
그는 갈라 이외의 여인을 그리지 않는다
심지어 성모 마리아도
그에게는 갈라이다
고뇌에 찬 그를 구원한 성모 마리아
바로 갈라가 아닌가



[그림]Salvador Dali ◈갈라의 삼종(三鐘)기도 (1953)





달리는 '갈라의 삼종(三鐘)기도'(1935) 속의 이미지를
아내 갈라의 실제 모습으로 투영하며 평생 그녀를 의지하고
사랑하였다. 그러나 운명에도 끝이 있다
1982년 갈라가 먼저 간다
78세가 된 달리
콧수염을 괴이하게 기르고
자신만만하던 달리
언제나 코믹한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던 달리
늙음도 모르는 듯 창작의 열정을 태우던 달리
이제 그런 달리를 사람들은 볼 수 없었다
갈라가 없는 달리는 죽음과도 같았다
그는 카다케스의 집으로 돌아갔다

<정신적 감옥>에 들어가서
5년을 살았다
아니 삶이라기보다는 기다림이었다
그는 그 후 단 하나의 작품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갈라의 곁으로 떠났다
그 젊은 날
파리에서 바르셀로나로 떠나듯
우리를 떠나 갈라의 곁으로 갔다
그는 평화롭게 죽음을 맞았다
죽음이야말로 갈라에게로 가는
기다림이었으므로.......


[그림]Salvador Dali◈Corpus Hypercubus  (1954)





훔쳐온 사랑

훔쳐온 사랑....
그러나
하나님도 용서하셨으리라
운명적인 사랑
구원의 사랑
평생을 바쳐도 못 다한 사랑

남편이 그려 준 무대에서 춤(발레)을 추었던
육십이 넘은 갈라
칠십이 넘도록
한 남자의 지극한 사랑 속에 살았던 갈라
그림을 그리는 달리의 곁에 있어만 주어도
창조의 힘을 주었던 여인 갈라
한 남자의 정신적 상처를 영원히 치유할 수 있었던
갈라

그들의 <정신적 감옥>이 그리워진다
우리는 어떤 감옥에 살고 있을까
이렇게 행복한 감옥이라면
스스로 들어가 살고 싶지 않은가


[그림]Salvador Dali◈Burning Giraffe (1937)





박지영의 여자의 서랍중에서

달리의 조각 타오르는 여인은
아홉개의 서랍을 가지고 있지.
닫힌 서랍은 비밀의 창고
안으로 잠긴 마음의문은
불길 속에서도 열리지 않지.

그녀에게는 많은 서랍이 있지
(서랍이 없는 여자도 있나 뭐)
우울할 때면 서랍에 숨어서
꿈꾸기도 하는 그녀,
서랍에는 하늘이 있고 바다도 있지.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기도 하지.

서랍이 많은 여자
그 속에 작은 불씨 하나 감추고 있지.


 

2004-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