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Working together

소통의 디자인, 미래 비즈니스 성공의 지렛대

인생멘토장인규 2008. 10. 25. 11:19

 

디자인은 많은 기업들이 성과 향상과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사용하는 전략적 수단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을 통해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것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최근 신흥국 기업들도 디자인을 활용해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을 전략적으로 채용하면서 디자인 경영의 진부화 및 범용화가 시작되었다. 앞으로 차별적 고객가치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디자인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제품 디자인은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디자인 아우라, 미래 라이프스타일 등을 제시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둘째,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생태계를 장악해야 한다. 우월한 디자인을 통해 파트너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태계에 참여하도록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개인적 가치를 넘어 디자인을 통한 사회적 가치의 소통에 힘써야 한다. 소통의 방식에 있어 감수성을 강화하고 진정성을 담보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 목 차 > 
  
Ⅰ. 서론 : 미래를 준비하는 디자인 역량 
Ⅱ. 디자인 활용의 변천 과정과 현 단계 과제 
Ⅲ. 미래 기업 디자인의 새로운 역할 
Ⅳ. 결론 및 시사점
 
  
 
I. 서론 : 미래를 준비하는 디자인 역량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을 성과 향상 및 경쟁 우위 확보의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기업들의 디자인 활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첫째, 디자인은 제품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호텔, 이동통신, 병원 등 서비스 산업에서도 디자인을 활용한 서비스 개선 및 고객관계 강화 등이 추진되고 있다. 둘째, 기업 내에서 디자인의 위상과 적용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제품 설계 과정상의 한 부분을 넘어서 조직, 전략, 비전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디자인이 격상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셋째, 디자인 활용의 주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선진 기업들뿐 아니라 신흥 기업들도 디자인 강화에 힘쓰고 있다. 신흥국 제조 기업들 중 일부는 이미 단순히 저가 제품을 양산하는 단계에서 벗어나고 있다. 설계 및 제조 대행을 의미하는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은 물론 자체 브랜드의 새로운 제품이나, 심지어 선도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진일보된 제품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대만의 PC 기업 아수스텍(Asus)은 최고급 자동차회사 페라리와 디자인 협업을 통해 독특한 디자인의 노트북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불과 2~3년 전 우리 기업들이 활용했던 차별화 포인트였다. 
 
본고는 이처럼 디자인의 분야, 위상, 주체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미래 기업들의 디자인 활용 방식은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디자인 활용의 역사를 짚어본다. 아울러 최근 범용화가 일어나고 있는 디자인 전략의 흐름과 그것의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미래 기업의 디자인 활용방식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II. 디자인 활용의 변천 과정과 현 단계 과제 
  
 
1. 디자인 활용의 역사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디자인은 기업 경영에 어떻게 활용되어 왔을까?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디자인 경영의 시발점은 1920년대 독일의 AEG와 1940년대 이탈리아의 올리베티로 거슬러 올라간다. AEG의 경우 자사 제품군에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부여하여 통일성 있는 디자인을 구축했다. 1940년대 들어 영국에서는 디자인위원회(British Design Council)이 창립되어 체계적으로 디자인이 연구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까지는 디자인의 효용을 인지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1950년대 들어 경영과 디자인의 결합이 가속되기 시작했다. 디자인 학회들이 창립되기 시작했다. 특히 1976년에는 미국에서 디자인경영협회(DMI)가 설립되면서 디자인과 경영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1980년대에는 디자인과 관련한 논의가 단순히 제품과 비즈니스의 영역을 넘어 사회, 경제, 기술, 문화 등 사회 전 부문으로 확대되었다. 영국에서는 디자인위원회를 중심으로 교육과 공공부문에서 디자인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강화했으며, 이것이 디자인 품질과 수준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에는 하버드 등 주요 경영대학들에 디자인 관련 MBA가 설립되는 등 디자인 경영에 대한 실무적 교육 기회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는 디자인 경영의 고도화 시기다. 디자인 경영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나이키, 애플, 모토로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과거의 성과 부진을 극적으로 개선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LG전자, 삼성전자 등 대기업뿐 아니라 웅진코웨이, 레인콤 등 중견 기업들이 iF, Red Dot, IDEA 등 세계 최고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흥국 기업들도 디자인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유럽 슬로베니아 백색가전 업체는 유리탁자 형태의 냉장고를 출시한데 이어, 최근에는 iPod Touch를 부착시킬 수 있는 오디오 결합형 냉장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의 디자인 공세도 만만치 않다. 자국 소비자들의 니즈가 고도화되고, 올림픽을 전후로 중국 디자인의 고유성을 전세계에 알린 것을 계기로 디자인 부문에서 중국의 위상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렌샹을 비롯해 많은 중국 대기업들이 자체 디자인 연구소를 구축하고 있으며, 50곳이 넘는 디자인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 
 
2. 디자인 전략의 범용화 
 
2000년 이후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을 경영의 제반 활동에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신흥국 기업들도 나름의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위상 제고를 꾀하고 있다. 모든 기업들이 나름의 수준에서 디자인 경영을 도입하고 있는 지금, 기업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디자인 전략의 범용화, 진부화가 될 것이다.  
 
더욱이 소비자들의 인식과 수준이 높아지고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디자인에 대한 요구도 더욱 고도화되고 다양화되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이제 어떤 비즈니스의 영역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고민 없이 사업을 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디자인을 통해 고객들에게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미래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 남들보다 한발 앞서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디자인 경영과 경쟁 패러다임을 넘어서 미래에 성공할 수 있는 디자인 활용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3. 현 단계 과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디자인을 경영의 핵심 활동에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최근 부쩍 다양화되고 고도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디자인 부서 관리를 기업의 핵심역량 구축 차원에서 체계화하고,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워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있기도 하다. 기업 이미지의 형성, 미래 전략 및 비전 수립에도 디자인이 적용되고 있다. 최근 우리 기업들과 경쟁하는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처럼 전사적인 전략, 조직 및 역량의 관점에서 디자인을 강화하고 있다. 후발 기업들도 제품 차원이긴 하지만 저렴한 가격을 감안할 때 손색 없는 디자인으로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차별적인 시장 지위를 구축하려면 국내 기업들도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 활용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미래 성공 기업의 조건에서 향후 디자인 활용의 방향성을 도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IBM은 최근 ‘미래의 기업(The Enterprise of the Future)’ 보고서에서, 변화에 대한 갈망, 고객의 상상을 뛰어넘는 혁신, 글로벌 통합, 와해적 본성, 진정성 등을 미래 성공 기업의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지적과 함께 주요 글로벌 트렌드, 미래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시장 경쟁 방식의 변화 등을 감안하면 미래에는 다음과 같은 역량을 갖춘 기업이 성공을 거둘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정보의 폭발적 증가로 고객들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면서 제품 간 경쟁, 산업 내 경쟁을 넘어 다양한 산업 간 경쟁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점도 고객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둘째, 핵심역량에 기반한 사업 전반의 장악 능력이 요구된다. 최근 개방형 혁신이 이슈가 되면서 모자라는 역량은 외부에서 아웃소싱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이 퍼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개방형 혁신은 역설적으로 강력한 핵심역량이 있을 때만 성공할 수 있다. 
 
셋째, 진정성과 높은 감수성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역량이 미래기업들에게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웹 2.0의 영향으로 현재의 소비자들은 더 이상 과거의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다. 능동적 정보 생산 및 유통과 적극적인 참여의 자세를 갖추고 있는 기업의 새로운 파트너들이다. 이들은 더욱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덕이 심하고, 전혀 새로운 가치에 흥미를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진정성과 감수성을 바탕으로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미래 성공 기업의 조건으로부터 미래 디자인의 방향성을 도출할 수 있다. 
  
 
III. 미래 기업 디자인의 새로운 역할 
  
 
1.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주는 제품 디자인 
 
제품은 가장 직접적으로 본래 의미의 디자인과 관련된 영역이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디자인의 대부분이 제품의 기능과 형태에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때문에 제품 디자인은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부문이기도 하다. 특히 후발 기업들의 추격이 위협적인 상황이다. 아수스텍, MSI 등 대만 IT 기업들은 ODM 역량을 바탕으로 비교적 디자인이 우수한 저가 브랜드 PC를 내놓고 있다. Arcelik, Vestel 등 터키 전자기업들의 최근 제품 디자인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제품에서 기대하는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디자인이 미래 기업들에게 중요해질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 아우라(Aura·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창출하는 것이다. 무조건 고급스러운 디자인보다 독특한 가치나 감각을 전달해줄 수 있는 디자인 정체성이 더 중요할 것이다. 우리 돈으로 1,000 만원을 호가하는 노키아의 최고급 브랜드 베르투 휴대폰의 실패는 최고급의 추구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기능이나 가격 등 다른 부분이 기대에 미치지 않더라도 그 디자인만이 줄 수 있는 차별적 감성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앞으로 감성과 컨셉트가 중요해지는 하이컨셉 시대가 열리는 것에 대응한다는 측면에서도 독특한 아우라와 정체성을 가진 디자인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 소품 제조사 Alessi의 쥬서기는 특유의 감각적 디자인으로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 전문가와 소비자들에게 모두 컬트 디자인으로 받아들여지고있다. AV 가전업체 B&O의 경우 독특한 최고급 디자인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여성화 브랜드 Jimmy Choo도 착용 시 발 변형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뛰어난 감각과 디자인으로 1,000 달러가 넘는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 사실은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번째로 단일 제품 차원을 넘어서는 고객 콘텍스트(종합적 상황) 관점의 디자인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단일 제품에서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솔루션으로 변화하는 고객들의 소비 방식에 주목하고 이에 선대응하자는 것이다. 디자인의 의미는 단일 제품 차원에서 벗어나 고객이 처한 상황과 활용방식을 중심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때문에 기능이나 고객 관점에서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와 디자인적 조화가 중요해지고 있다. 필립스의 경우 지능형 생활공간(Ambient Intelligence) 구현을 위해 인테리어, 관련 제품 등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면서도 인간중심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아울러 고객 성과 관점에서 관련된 여러 기업간 디자인 협력이 미래의 새로운 디자인 경영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미래 디자인은 단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수동적 변화 대응이 아닌 능동적 미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제품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활용 방식의 진보성, 색감의 미래성과 조명을 통한 아우라의 구축, 소재의 혁신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미래 디자인 컨셉트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 중 활용 방식의 진보성의 경우 미래의 제품 활용 방식의 컨셉트를 선점하거나, 제품에 미래 생활의 단서(cue)를 부여하는데 활용된다. 예를 들어 SF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 등장한 동작 인식 UI(User Interface)는 애플의 iPod Touch나 닌텐도 게임기 Wii에서 초기적인 수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각각 멀티터치스크린과, 무선 동작 인식 콘트롤러 등 미래적 컨셉트에 맞는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컨셉트 PC인 Surface에 멀티터치 UI와 테이블형 디자인과 같은 미래적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미래 제품의 컨셉트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디자인 경영의 선도기업인 필립스의 경우 이미 지난 1996년에 1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는 ‘미래의 비전(Vision of the Future)’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문화와 기술 트렌드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변화와 시나리오를 도출했다. 디자인을 통한 고객의 미래 라이프스타일 제안이라는 전략을 이미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강력한 디자인 역량에 기반해 비즈니스 생태계 장악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 부서 강화, 디자인 중심의 제품 개발과 같은 방식으로 디자인 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모토로라는 디자인 중심 제품을 개발 프로세스를 통해 성공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진다. 이 회사는 2005년 슬림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RAZR라는 글로벌 히트 모델을 통해 이전의 부진을 극복할 수 있었다. 컨버전스와 고성능이라는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일시에 바꾸어버린 RAZR의 디자인은 경쟁 기업들이 추종할 수밖에 없는 시장의 ‘지배적 디자인(dominant design)’이었다. 그러나 모토로라의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다. KRZR 등 유사한 디자인의 후속 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RAZR의 색상 다양화, 스페셜 에디션 출시 등 디자인에 기반한 차별화 노력이 계속되었지만, 모토로라의 디자인 경영 방식은 빠르게 진부화되고 말았다. 모토로라의 실패는 디자인의 영향력이 제품 자체에만 머물렀다는 점에 있다. 아이리버로 주목 받았던 국내 MP3 플레이어 제조사 레인콤의 실패도 이와 유사한 경로를 거쳤다. 
 
향후에는 디자인을 비즈니스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레버리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Belkin, Kensington, Griffin, iLuv과 같은 회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PC, 모바일 기기 관련 주변기기를 만드는 이들 회사는 iPod 전용 주변기기를 만드는 애플의 주요 파트너이기도 하다. 애플이 추진하는 ‘Made for iPod’ 프로그램은 iPod을 둘러싼 일종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iPod을 위한 주변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애플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대신 애플은 파트너 기업들에게 신제품 출시 일정과 스펙 등을 알려줌으로써 파트너들의 원활한 제품 개발을 돕는다. 이들 기업의 주변기기들은 애플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부가해주고, 디자인 측면에서 잘 어울린다. 때문에 iPod, MacBook 등의 애플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스피커, 이어폰, 휴대용 케이스, 도킹스테이션 등 제품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는 주변기기를 적어도 한 두개 정도는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백 곳이 넘는 iPod 주변기기 기업들은 애플의 제품 판매를 가속시키는 수단이자 또 다른 수익지대인 셈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애플과 파트너 기업들이 동시에 염두에 두는 것은 디자인의 일관성·통일성이다. 그 결과가 애플 디자인 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의 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디자인은 미래 개방형 혁신 플랫폼 하에서도 중요한 비즈니스 역량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강력한 디자인 역량은 개방형 비즈니스에서 고객과 파트너 기업들에게 생태계의 중심 기업으로 인정을 받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커뮤니케이션 내용과 방식의 업그레이드 
 
다양한 가치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디자인의 기본적 편익이다. 디자인을 통해 고객에게 기능적, 감성적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미래에는 기술 발전과 제품의 사용 방식,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가 변화하면서 디자인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방식과 내용도 변화할 것이다. 
 
먼저 기능적 가치의 전달 측면을 살펴보자. 과거에는 물론 지금도 대부분의 디자인은 고객에게 편의성, 안정성, 다기능성 등 기능적 가치를 전달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잘 디자인된 제품의 경우 별도의 설명 없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디자인을 통한 기능적 커뮤니케이션의 좋은 예다. Dyson 청소기는 혁신적 디자인으로도 유명하지만, 복잡한 매뉴얼 없이도 기본적 청소 기능 이외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디자인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는 이러한 기능적 가치만으로는 부족하다. 커뮤니케이션의 양�향성, 민감도,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커뮤니케이션 고도화를 위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BMW 자동차의 첨단 멀티미디어 제어 시스템인 iDrive는 화면에 표시되는 콘텐츠나 메뉴의 단계와 특성에 따라 조그 다이얼의 반응이 달라지도록 디자인되었다. 최신 모바일 기기의 터치스크린 UI 디자인은 소비자가 제품과 더욱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제공한다.  
  
디자인의 감성적 커뮤니케이션 기능도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 디자인의 가치인 심미성, 세련됨, 멋짐, 만족감 등 개인적 감성의 전달을 넘어 환경, 공존, 배려와 같은 사회적 영역의 가치에도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강조되는 분위기와 맞물려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 지속가능 디자인, 그린 디자인 등이디자인 업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의 디자인은 바람직한 사회적 이슈들을 선도하고 적극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이미 나타난 주류 트렌드로서의 사회적 가치가 아닌 기업이 선견하고 제안하는 사회적 가치를 디자인에 담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사회의 가치와 함께 호흡하는 것이 디자인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사회의 요구를 잘 충족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적 가치를 소통하는 방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의 선, 윤리 등을 전달하는 것은 기존 기업들의 경영 시스템이 수행하지 못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치를 디자인에 반영하고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진정성과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더욱이 웹 2.0 등으로 고객들이 힘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정보를 획득하고 기업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고도화될수록 진정성과 열린 태도는 기업의 디자인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역량이 될 것이다.  
 
사회적 가치가 반영된 디자인의 경우 긍정적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도구가 된다. 사람들이 블로그, 미니홈피, 소셜네트워킹에 익숙해지면서 일상의 모든 것을 웹에 게시하고 있다. 소비 활동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리고 싶어한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적 가치가 잘 반영된 디자인은 그것이 과시적 의도에서든 이타적 의도에서든 네트워크를 타고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IV. 결론 및 시사점 
  
 
1. 미래 디자인의 역할과 의미 
 
디자인이 갖는 의미는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디자인의 영향력과 범위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고객들의 소비 방식, 가치관 변화와 같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디자인 활용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 경쟁 심화, 새로운 사업모델 등장도 기업의 디자인 전략 변화를 촉구하는 요인이다. 
 
요컨대 미래 디자인의 가장 큰 역할은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디자인을 통해 개별 고객과 고객집단, 사업 파트너, 더 넓게는 사회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가 미래 기업의 근본적인 고민이 되어야 한다. 
 
첫째, 제품을 통한 고객과의 소통은 미래의 비전과 꿈을 제공해주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고객들에게 단지 제품의 형태를 결정짓는 디자인이 아니라, 고객의 상상을 넘어서는 편익을 주는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기업들은 제품의 형태, 기능, 활용방식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미래 라이프스타일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미래를 함께 할 기업이라는 점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다.  
 
둘째, 파트너 기업들에게 신뢰와 확신을 전달해 주어야 한다. 경쟁력 있는 디자인과 디자인 경영 시스템을 통해 파트너 기업에게 비즈니스 생태계의 주도자이자 미래를 함께 할 사업 파트너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의 파트너뿐 아니라 미래의 잠재적 파트너 기업들을 고려한 디자인 전략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러한 논리는 경쟁 기업들에까지 확대될 수 있다. 뛰어난 디자인이 경쟁자에도 협업의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일례로 싱가포르의 MP3플레이어 및 주변기기 제조사 CREATIVE는 애플과의 경쟁관계 때문에 과거 iPod용 주변기기 생산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현재는 다양한 iPod 주변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셋째, 사회와 소통에 있어 진심을 가지고 항상 새로운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바람직한 사회적 이슈를 선도하고, 적극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까지 발전하는 방향도 모색해야 한다. 일례로 영국의 디자인위원회는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새로운 이슈를 선견·발굴하여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범죄 예방, 개인과 사회 구성원의 건강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와 디자인의 관계를 연구 중이다. 친환경 인테리어 내장재를 만드는 Invotek, 건강음료 제조사 Innocent Drink 등 영국 기업을 중심으로 사회적 관점에서 디자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고객과 파트너, 사회와 소통하는 디자인을 통해 기업은 보다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객들은 소통을 통해 감정적 유대감을 갖게 되며, 이는 장기적 관계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파트너 기업들의 경우도 협업의 지속적 참여 유인을 얻게 된다. 나아가 잠재적 파트너 기업과 경쟁자까지도 끌어들일 수 있다. 사회적 가치의 소통은 소셜 네트워크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현재의 비고객 또는 잠재적 고객들에게까지 전달되면서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형성시키며, 이는 기업의 장기 성과 향상의 기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광고, 그래픽 디자인 회사 MAQ Inc.는 디자인을 통한 사회적 소통의 가능성을 매우 간단한 솔루션을 통해 보여준다. 이 회사는 일반적인 흰 플라스틱 봉투에 빨간 점 두 개와 엑스(X) 표시 하나를 프린트하는 것 만으로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플라스틱 봉투에 쓰레기를 담고 손잡이를 묶으면 마치 토끼 귀와 같은 모양이 된다는 것에 착안하여, 매듭 밑에 토끼의 얼굴이 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너무도 간단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환경오염 방지와 쓰레기 수거라는 사회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귀여운 디자인을 보고 있노라면 집에 가져가고 싶을 정도다. 디자인은 이처럼 복잡한 프로세스나 막대한 비용이 없이도 아이디어만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사회적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미래 기업의 강력한 도구인 것이다. 
 
2.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디자인의 역할이 새롭게 변화하는 시점에서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고객, 사회의 본질적인 디자인 니즈를 파악·선견할 수 있는 시각을 갖추어야 한다. 기존의 시장조사, 트렌드 분석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트렌드 분석과 대응을 강조하고 있어서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페르소나 디자인 기법을 빌려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페르소나 디자인이란 기업의 상황에 맞는 가상의 소비자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분석하여 제품 개발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미래 소비자들의 디자인 요구를 예측해보기 위해 페르소나 기법은 유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자 니즈의 좀 더 본질적인 영역에 접근하면서도 문화인류학 등의 방법론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 때문이다. 
 
둘째, 미래 디자인 이슈에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역량은 천재적인 개인의 능력에 좌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디자인에 대한 니즈가 다양화·복잡화되고 조직, 전략, 비전 등 경영의 다양한 이슈와 결합하면서 미래에는 디자인 이슈에 대응하는 조직과 시스템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조직과 시스템의 감수성, 동기화(synchronizing) 속도가 미래 디자인 성공의 바탕이 될 것이다. 일례로 파나소닉의 경우 조직 내 디자인 역량을 체계적으로 정비·강화한 바 있다. 2002년 ‘파나소닉 디자인사’를 별도로 분사하여 기업 내부에 흩어져 있던 디자인 자원을 정비하였다. 또한 디자인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본사 직제와 다른 인사제도를 마련했다. 나아가 파나소닉의 제품에 디자인이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디자인 조직 경영진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그림 3> 참조). 
 
셋째, 디자인 영역의 새로운 이슈를 지속적으로 탐색해야 한다. 디자인이 적용되는 분야가 늘어나면서, 시장 기회도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 트렌드는 ‘배려’라는 사회적 가치가 반영된 공공 디자인 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다. 리스, 대여 등 제품 구매 및 사용 방식의 변화의 경우는 정보 디자인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시각뿐 아니라 후각, 촉각, 청각 등 공감각적 영역에서도 디자인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사운드 디자인의 경우 생활공간에 편리함을 넘어 특정한 분위기와 감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끝> 

 

■ lg경제연구원 | 2008.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