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유익하고 재미난 스크랩

[한국인의 역사 실력은] 上. 통일신라때 '삼국사기'를 펴냈다 ?

인생멘토장인규 2008. 10. 23. 00:27

 

[한국인의 역사 실력은] 上. 통일신라때 '삼국사기'를 펴냈다 ?

'고려' 정답 맞힌 직장인 절반도 안돼
"학교선 암기식" 90%…역사교육에 불만

24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은 초등학생들이 광개토대왕비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우리는 한국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역사 교육에는 문제가 없을까.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불거지면서 우리 역사부터 제대로 알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일보가 역사교육연구회와 함께 행한 한국인의 역사 지식.인식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역사 교육의 실태와 문제점, 개선 방안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 18일 '한국사 퀴즈' 10문제를 받아본 서울의 한 중견기업 직장인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고등학교를 마친 사람이라면 별 어려움없이 풀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정했으나 '수험생'들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한국사 상식퀴즈, 여러분도 풀어보세요 아래로..꼭 풀기


[당신의 역사 실력은] 중앙일보, 조사해보니 …

직장인 56점, 대학생 66점, 고교생 75점

중앙일보가 역사 교육 관련 학자들의 모임인 역사교육연구회(회장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와 공동으로 '역사 퀴즈' 열 문제를 만들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외교 마찰로 번진 상황이지만 우리 역사를 제대로 모른다면 아무리 바깥에 대고 외쳐봐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취지에서다.

5000년 한국사 중에서 고르고 골라 '고구려의 장수왕이 수도를 옮긴 곳은?' 등 열개 문항을 선정했다.

17, 18일에는 고교생.대학생.직장인 50여명씩 등 모두 171명에게 이 문제를 출제해 '간이 시험'을 치렀다. 전체 평균 득점은 66점. 그룹별 평균은 고교생(75점).대학생(66점).직장인(56점)의 순이었다. 본지는 이와 별도로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 남녀 826명을 대상으로 '한국사 의식 여론조사'를 했다.

특별취재팀<wjsans@joongang.co.kr>


1. 고구려의 장수왕이 수도를 옮긴 곳은?
① 국내성 ② 평양성 ③ 위례성

2. 충북 단양에 온달이 쌓았다는 성이 있습니다. 온달은 어떤 인물입니까?
① 설화로 전하는 가공의 인물이다.
② 실제로 생존한 고구려 장군이다.
③ 근대의 동화 작가가 창조해냈다.

3. 중국은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부였다고 주장합니다. 중국이 고구려가 속해 있었다고 말하는 왕조는?
① 진(秦) ② 당(唐) ③ 송(宋)

4. 고구려.신라.백제 삼국을 세운 주체 세력은?
① 나라 멸망 뒤 각지에 흩어졌던 고조선 유민의 후손
② 각 지역에서 철기문화를 배워 소국을 건설한 토착민
③ 중국 문화를 배워 각 지역으로 이주해온 이민족

5. '삼국사기'는 언제 편찬된 역사서인가?
① 통일신라 시기 ② 고려 시기 ③ 조선 시기

6. 광해군의 중립외교는 어느 나라 사이의 외교였나?
① 명과 일본 ② 명과 러시아 ③ 명과 청 ④ 청과 일본

7. 이순신 장군과 같은 시대에 산 사람이 아닌 이는?
① 한석봉 ② 유성룡 ③ 정약용

8. 조선시대 인조가 병자호란 때 청나라의 침입을 피해 옮긴 거처는?
① 강화도 ② 수원성 ③ 남한산성

9. 한반도를 가로 지르고 있는 군사분계선의 이름은?
① 38선 ② 휴전선 ③ 공동경비구역(JSA)

10. 다음 중 사실을 올바로 말한 것은?
① 남한과 북한의 국호는 모두 우리 역사를 계승한다는 의식을 담고 있다.
② 일본은 후진국 조선의 근대화를 위해 외교 절차를 통해 병합했다.
③ 남북한은 한민족이므로 배우는 역사의 내용도 같다.
④ 만주에서 발전한 발해는한국사로 보기 어렵다.

- 중앙일보. 역사교육연구회 공동 조사

.
2004.08.24 18:36 입력 / 2004.08.25 07:18 수정
 

5번 문제의 정답률이 특히 낮았다. 고려시대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의 편찬 시기를 묻는 질문에 직장인 60명 중 절반이 넘는 33명이 '통일신라'를 골랐다. 정답을 맞힌 사람은 27명에 그쳤다. 대학생들의 성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사 대상 52명 가운데 '고려시대'를 고른 이는 28명, 10문제 전체의 평균 득점은 66점으로 집계됐다.

역사교육연구회 서의식(서울산업대) 교수는 "이번 테스트로 국민 전체의 역사 지식을 섣불리 평가할 수 없지만 한국의 대표적 역사서인 '삼국사기'의 편찬 시기를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사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은 매우 높았다. '한국사 퀴즈'와 별도로 본지가 지난 17일 20세 이상의 성인 남녀 8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4%포인트) 응답자의 94%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알고 있었다. 또 75%는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을 한두 번 이상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스스로 '국사 지식'이 부족하다고 말한 사람도 77%에 달했다. 역사에 대한 '갈증'이 큰 데 비해 이를 채워주는 교육, 또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증거다.

특히 우리 국민은 역사를 시대 흐름이나 국제사회의 맥락에서 바라보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중 중국이 고구려가 속해 있었다고 주장하는 왕조는 어느 것인가'라는 퀴즈에서 정답 '당나라'를 맞힌 사람은 평균 58%(직장인 52%, 대학생 48%, 고교생 73%)에 그쳤다. 고구려.백제.신라를 세운 주체 세력을 묻는 항목의 정답률도 평균 56%(직장인 42%, 대학생 67%, 고교생 61%)였다.



송상헌(공주교육대) 교수는 "우리의 역사 교육이 주요 사안의 흐름을 가르치기보다 단순 암기에 치중하는 까닭에 고교생→대학생→직장인 등 나이가 들수록 역사 지식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별도로 실시한 성인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역사 교육에 대한 불만도 도드라졌다. 응답자의 90%가 '학교에서 배웠던 국사는 인물과 연대 암기 위주였다'고 답했다. 역사 지식을 얻는 통로가 학교 수업(59%), 소설.만화.드라마(18%), TV.라디오 교양 프로(16%) 등으로 나타난 것을 볼 때 현행 역사교육 시스템은 대폭 '수술'을 받아야 할 듯하다.

이우태(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 국민의 역사 지식.인식 등을 구체적으로 조사한 건 전례가 드문 일"이라며 "앞으로 학계나 국가 차원의 폭넓은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시리즈 '下'에선 '국사 모르는 교실, 고구려 빠진 연구실'을 싣습니다.

◇ 특별취재팀=김창호 학술 전문위원.신창운 여론조사 전문위원.박정호.배영대.조민근(이상 문화부).하현옥(사회부) 기자<
wjsans@joongang.co.kr>

 

2004-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