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Working together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인생멘토장인규 2008. 10. 19. 08:48

국제적인 표준이 제정되는 등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선진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을 성장을 위한 신사업 발굴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추진 현황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의 도입을 가로 막는 인식의 장애들을 살펴 보고, 선진 기업의 사례를 통해 우리 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찾아 본다. 
  
전통적으로 경영자들은 경제적 성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투자자들은 경영자들이 내놓은 경영 성과에 기초해 투자하는 것이 자본시장을 지배하는 법칙이었다. 그러나 최고의 실적을 보이던 기업들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현실을 지켜 보며, 이와 같은 법칙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돈만 많이 버는

기업을 최고의 기업으로 생각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본시장은 기업들에게 다양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먼저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이다. 경영진의 전횡을 막기 위해 사외이사제와 감사위원회가 도입되었으며, 많은 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재무 정보의 투명성 강화이다. 미국에서는 Sarbanes-Oxley 법안이 제정되었고 국내에서도 CEO·CFO 공시 서류 인증제도가 실시되어, 많은 기업들이 내부 통제 구조를 강화하고 리스크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속가능경영을 들 수 있다. 지배구조의 개선이나 재무 정보의 투명성 강화가 주로 주주와 경영자 간의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지속가능경영은 기업 경영에 대한 근본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점에서 구별된다.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이 경제적 성과에만 매달려서는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반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즉 주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반영하고, 환경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만이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하다는 믿음에 바탕하고 있는 것이다. 
 
앞의 2가지 변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제도화도 급속히 진행되었고, 이를 위해 앞다투어 외부 컨설팅을 받는 등 기업들이 새로운 경영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속가능경영에 대해서는 여전히 추상적인 담론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많은 기업들이 좋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기업 현실에 비추어 먼 이야기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선진 기업들에 비해 우리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은 아직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그림> 참조). 우리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에 대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오해들을 살펴 보고, 선진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 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오해 1 : 지속가능경영은 자선 사업이다? 
 
국내 많은 경영자들은 지속가능경영을 기부나 사회 봉사 혹은 환경 보호 등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지속가능경영이란 경영 성과가 좋은 기업들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프랙티스일 뿐이며, 당장 눈 앞의 생존이 시급한 기업 현실에서 지속가능경영은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따라서 보수적인 경영자들에게 지속가능경영은 한가한 놀음으로 비춰지거나, 사회 공헌을 두고 사회의 따가운 눈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준조세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지속가능경영이 주로 환경이나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책임만을 지나치게 강조했기 때문에 생긴 오해이다. 실제로 지속가능경영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은 채, 사회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 CSR) 경영, 윤리 경영, 환경 경영과 혼용해서 쓰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 기업에 이익이 되는 사회 공헌 활동 추진 
 
얼핏 보기에 지속가능경영에서는 환경 보호나 사회 공헌만을 강조하는 것 같지만, 사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무엇보다 경제적 책임이다. 환경적 책임이나 사회적 책임도 경제적 책임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 책임은 지속가능경영의 첫 걸음이 된다. 반면 경제적 성과만을 추구하기 위해 환경적 책임이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경우,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은 위협 받게 된다.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지표 중 하나인 다우 존스 지속가능성 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es : DJSI)에서도, DJSI에 편입될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경제적 항목을 약 40% 정도 집어 넣고 있다. 여기에는 고객 관계 관리, 투자자 관리, 리스크 관리 등이 포함된다. 
 
LG에서 구성원의 행동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는 정도 경영은 윤리 경영을 기반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정도 경영은 윤리 경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실력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경제적 책임을 다할 만한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가치 창출을 추구하다 보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성과를 높이기 위해 불공정하고 부정직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지속가능경영의 가장 밑바탕에는 뛰어난 경제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적 혹은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지속가능경영에 있어서도, 기업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의 목적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하며 성장하는 것이므로, 기업의 장기적 성장 기반을 훼손하면서 환경적 책임이나 사회적 책임만을 강조하는 것은 지속가능경영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 지속가능경영 활동이 일방적인 기부 등의 활동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지속하려면, 사회공헌 활동 역시 전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GE의 임직원 및 퇴직자들로 구성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원봉사 조직인 GE엘펀(Elfun : Electrical Funds)도 이와 같은 전략적 사회공헌의 예이다. GE에서 고위직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엘펀 회원이 되어야 하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어, 이미 엘펀은 승진 필수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잭 웰치 전 회장과 이멜트 회장 역시 엘펀 회원이며, 이멜트 회장은 글로벌 회의 때마다 지사의 고위 임원에게 엘펀 회원인지를 물어 보며 사회 공헌 활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GE는 자원봉사 정신을 잘 실천한 직원들을 선정하여 필립상을 주는 등, 임직원들의 자원 봉사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이처럼 GE의 사회공헌 활동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엘펀은 자체적인 원칙을 가지고 운영되는 독립 조직이지만, 명시적으로 GE의 이익 추구라는 원칙에 바탕하여 활동하고 있다. 대신 GE는 회사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게 하거나 기금 협찬을 통해 엘펀의 활동을 돕고 있다. 활발한 사회 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GE 역시,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 차원에서 기업의 장기적인 이익과 사회 봉사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오해 2 :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의 선택에 맡긴다?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면서도,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의 상황에 따라 도입 시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는 생각 역시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이는 지속가능경영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데서 비롯되는 오해이다. 경영자들은 지속가능경영에서 ‘책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책임은 권리나 선택과는 달리, 기업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행해야 할 의무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ISO 26000은 피할 수 없는 흐름 
 
지속가능경영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이제 가시화 단계에 들어와 있다. ISO는 환경·노동·인권·지역사회 기부 등 재무제표 상에서는 파악할 수 없는 기업의 CSR 활동을 지수화해 국제적인 표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ISO는 오는 2007년까지 표준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국제 기구와 금융기관 및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CSR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표준이 완성되면 각종 입찰이나 주식 상장 때 이 표준을 준수하게 하는 등 국제적인 강제 규정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따라서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국제 거래나 투자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고 NGO들이 기업을 감시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에, 앞으로 지속가능경영은 비즈니스의 필수 요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 대해 소홀했던 우리나라에서도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국제적 ‘CSR 라운드’에 대비하기 위하여 정부·기업계·금융계·시민단체 등 각계 대표들이 모여 사회적 책임(SR) 표준화 포럼을 만들었다. 정부에서도 CSR의 법제화 작업을 시작했다. CSR 인증 제도를 실시하여 CSR 모범 기업에 대해 우대 금리를 적용하고, 정부 조달사업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그 골자이다. 장기적으로 연·기금의 일부를 SRI 펀드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이 기업 경영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는 사실은, 단지 미래에 대한 전망에 그치지 않고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먼저 협력업체에 대한 환경 관련 요구는 이미 보편적인 사실이 되었다. 올 7월부터 EU에서 실시되는 ‘특정 유해물질 사용금지 지침(RoHS)’에 따라, 납·수은·카드뮴 등 6대 유해물질이 포함된 부품 사용이 전면 중단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하여 소니·JVC·샤프 등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주요 납품 업체들에게 환경 규제를 공표하고 구매 과정에서 해당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국내의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작년부터 국내외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전 제품에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부품만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 환경 기준을 지키지 않고서는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 관련 요구에서만 그치지 않고, 사회적 요구로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는 데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필립스는 자신들의 지속가능성 원칙을 협력업체들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필립스가 지속가능경영을 도입하고 있는 만큼, 자신들 뿐 아니라 협력업체 역시 지속가능경영을 도입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협력업체들에게 노조가입권 보장, 아동 노동력 착취 금지 등 노동 조건을 비롯해 인종과 성·종교에 따른 차별을 전면 금지하고 환경과 안전 분야에서 지속가능성 원칙을 지키도록 요구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이 지속가능성 원칙을 준수하는지를 평가해, 협력 관계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오해 3 : 지속가능경영은 기업 성장에 방해가 된다? 
 
경영자들이 지속가능경영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것은 지속가능경영이 행여 기업의 성장 전략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 경우 이미 추진하고 있던 전략에 혼란이 생긴다거나 전략적 방향성이 왜곡될 수 있다는 부담감을 가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실제로 지속가능경영에서 앞서 있는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을 기존의 사업 전략과 통합하여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 성장을 위한 신사업 발굴 기회로 활용 
 
지속가능경영의 세계적인 모범 기업 가운데 하나인 필립스는 2004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지속가능성을 사업 전략과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지속가능경영의 본질은 지속가능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나 사업 기회를 찾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내부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괄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조직을 통합하여 전사 관점에서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은 필립스가 시장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쟁 기업들이 고소득층을 위한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데 반해, 필립스는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이들 계층이야말로 전체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미래 시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지속가능경영에 바탕한 사업 전략의 발표로 전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기업으로는 GE를 들 수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해 12월 GE의 CEO인 이멜트가 회사의 미래를 환경 관련 기술에 걸었다고 보도했다. GE의 새로운 사업 전략인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은 환경을 의미하는 Ecology와 GE의 슬로건인 Imagination at work의 합성어로, 고객이 직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택한 GE의 친환경 전략을 의미한다. 
 
GE의 CEO인 이멜트는 “에코매지네이션은 환경을 보호하고 청정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것을 의미하며, 앞으로 10년 동안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에코매지네이션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것이다”라고 지속가능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GE는 환경 관련 사업의 매출액을 2004년 100억 달러에서 오는 2010년까지 두 배인 200억 달러로 늘릴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멜트 회장은 이를 위해 환경 관련 제품에 대한 R&D 투자를 현재 연간 7억 달러에서 오는 2010년에는 15억 달러로 2배 이상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GE의 에코매지네이션을 “최근 몇 년 간 기업들의 발표 중 가장 위대한 일”이라고 평가하며, 다른 기업들 역시 GE의 선례를 따라 환경 관련 투자를 대폭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약 10년 동안 지속가능경영의 성과를 살펴 보면 DJSI의 수익률이 196%로 MSCI(Morgan Stanley CapitalInternational Index)의 145%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또 KPMG의 조사에 따르면 포춘지 선정 상위 250개 기업 가운데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의 비중이 2002년 14%에서 2005년 68%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지속가능경영 기업의 높은 성과를 바탕으로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을 도입하는 선순환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아직도 우리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의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경영은 세간의 오해와는 달리,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책임의 조화를 추구한다. 그리고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새로운 표준 제정이 눈앞에 다가와 있어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또 지속가능경영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도 있다. 우리 경영자들도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벗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끝- 

 

2006.03.08 | 주간경제 87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