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Working together

자기중심적 소비심리를 사로잡아라

인생멘토장인규 2008. 10. 19. 08:10

최근 소비 트렌드의 근저에는 ‘개인주의(Individualism)’라는 메가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도 개인화 경향이 강해지면서 개성을 추구하는 자기중심적 소비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의 개인화 트렌드를 통해 소비자의 심리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개인화 추세라는 환경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기회와 위협에 대한 기업의 대응방안을 찾아본다.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앞으로 진행될 소비 트렌드를 하나로 묶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유비쿼터스, 웰빙, 매스티지… 사실 이 모든 것이 정답이 될 수 있다. 아마도 연구 기관에 따라 답이 다르게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체적인 트렌드에서 벗어나 좀 더 근본적인 해답을 찾는다면 아마 공통적인 키워드가 보일 것이다. 최근 많은 소비자 연구 기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핵심 키워드는 의외로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개인주의(Individualism)’이다.  
 
실제로 유비쿼터스, 웰빙, 매스티지를 개인주의와 연결해 보자. 개인용 기기로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이 유비쿼터스이며, 개인의 건강과 안녕을 도모하는 것이 웰빙, 자신의 가치를 빛내줄 ‘구입 가능한 범위의 명품’이 매스티지가 아니던가. 
 
소비자 행태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자기중심적으로 변하고 있다. 먼저 최근의 개인화 소비 트렌드를 통해 소비자의 심리가 어떤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어서 기업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아본다. 

 

1. 셀프 기프팅 (Self Gifting) 
 
소비 개인화 트렌드 중 가장 상징적인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선물을 구입하는 셀프 기프팅이다. 이전에는 선물을 사는 것은 전적으로 타인을 위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남을 위한 선물만큼 자신을 위해 선물을 사는 사람이 해마다 늘고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실시한 설문결과에 의하면 성인 5명 중 1명은 남에게 줄선물을 살 때 언제나 자신을 위한 물건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John Lewis가 2004년 8월 실시한 서베이 결과는 셀프 기프팅이 점점 일반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에 의하면 친구를 위한 선물의 평균 비용은 22.6 파운드에 불과했으나, 자신을 위한 선물 비용은 42 파운드에 이르렀다. 게다가 응답자의 39%는 자신을 위한 선물을 사는데 2시간 이상을 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신을 위한 선물을 사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신에게 상을 주고 싶어서, 자신을 격려하기 위해, 그냥 단순히 명절이니까,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 등이 셀프 기프팅의 이유로 설명된다. 하지만, 가장 명쾌한 대답은 셀프 기프팅이란 말을 세상에 알린 Euro RSCG Worldwide의 언급인 듯 싶다. 왜 안돼? (Why not?) 난 그걸 가질 자격이 있잖아! (I’m worth it!)  
  
2. 위버 프리미엄(U¨ber Premium) 
 
U¨ber Premium은 매스티지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트렌드이다. 트렌드 전문 사이트 Trendwatching.com은 U¨ber Premium을 99.9%의 일반 대중이 접근할 수

없는 ‘한정된 명품’을 추구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매스티지가 가져온 몰개성화를 지양하고 궁극적인 차별화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U¨ber Premium의 핵심은 남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고가격이다. U¨ber Premium의 예는 최근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6성급 혹은 7성급 호텔에서 찾을 수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일부 고급품 매장은 엄청난 고가품 이외에는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세계 부유층과 고급 소비재 업체들이 모이는 ‘Millionaire Fair’도 U¨ber Premium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U¨ber Premium은 가격 이외에 상품/서비스에의 접근을 통제하기도 한다. ‘선택된 소수’만을 고객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일정한 수준 이상의 고객에게만 회원 가입을 허락하는 멤버십 클럽 등이 U¨ber Premium의 원형인 셈이다. 
  
3. 아이 디비쥬얼리즘(‘I’Dividualism) 
 
‘I’Dividualism은 U¨ber Premium과는 다소 다른 모습의 최신 개인화 트렌드이다. 이것은 정체성(Identity)와 개인주의(Individualism)를 합친 말로 다수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오늘날의 유행이 거의 ‘명품 추구’에 몰려 있으므로 ‘I’Dividualism은 Downshifting과 유사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I’Dividualism은 가격에 상관 없이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을 추구하는 행위에 더 가깝다. 즉, ‘I’Dividualism은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 트렌드의 상징적 표현이다. 오늘날 많은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거리를 가득 채운 디카족의 물결을 보자. 이전에는 사진 작가만이 예술 사진을 찍었지만, 이제는 일반 대중도 작품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자신만의 물건을 찾는 것이 결코 튀는 행동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또다른 예는 현재 인터넷 동호회를 지배하고 있는 키워드 중의 하나인 ‘튜닝’이다. 제품의 장르와 종류를 불문하고 튜닝은 매니아 사회의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 나만의 물건을 만드는 대상은 자동차와 오디오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인라인스케이트와 자전거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왜 나를 위해, 나 중심으로 구매하는가? 
 
개인화 추세는 이미 우리 곁에도 와 있다.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커피 전문점을 살펴보자.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업소가 생김에 따라 창가를 바라보고 있는 바 (Bar) 형태의 긴 테이블이 함께 들어오기 시작했다. 최근 이런 테이블은 음식점에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형 테이블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가는 손님이 늘어나고 있다. 인간관계가 점차 소원해지거나 여럿이 식사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여럿에 휩쓸려 별로 내키지 않는 음식을 먹느니 혼자만이라도 맛있는 음식을 즐기겠다는 심리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렇게 소비의 개인화 추세가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소비 개인화의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번째는 자아에 눈뜬 소비자의 차별화 추구이며, 두번째는 정보화의 영향이다. 
  
● 자아에 눈뜬 소비자의 차별화의 추구 
 
개인 소비가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소비자가 자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아지고 사회가 풍요로워질수록 소비 주체로서의 자아에 대한 자각이 커진다. 소비를 통한 자아 표현 내지는 ‘존재의 기반은 소비’라는 명제가 구매력을 통해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은 광고라고 할 수 있다. 경제 발달의 단계가 낮은 국가의 광고를 보면, 대부분의 광고 주인공이 가족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반면 소득이 높은 나라의 광고는 개인을 타깃으로 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자아에 눈을 뜬 소비자는 필연적으로 차별화 욕구를 갖는다. 자기만의 독특한 것을 찾는 심리의 기저에는 유행의 획일화로 인한 권태와 이를 벗어나려는 자극 추구 및 자아 추구의 심리가 깔려 있다. 
 
차별화의 기본이 되는 것은 개개인의 자존 욕구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에 따르면 인간은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가 충족되면 주변의 애정을 기대하고, 이어서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자존의 욕구를 추구한다. 즉, 생활이 향상되고 살기가 좋아질수록 자존의 욕구는 커지기 마련이다. 
 
소비의 차별화는 남과 다름을 증명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자신만의 가치관을 추구함으로써 내면적 만족을 느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소비를 통한 차별화는 대부분의 경우 고급화를 불러온다는 점이다. 트렌드 전문 사이트 Trendwatching.com이 지적한 대로 “인간은 섹스와 사회적 위신(Status)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 정보 수집의 개인화로 독자적 소비 성향 확산 
 
오늘날 소비자는 정보의 범람 속에서 살고 있다. 평균적인 소비자가 하루에 접촉하는 메시지의 양은 5,000개에 이른다. 소비자들은 정보의 홍수에 압도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지쳐가기 시작한다. 따라서 시간이 감에 따라 광고의 효과는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TV에서 본 광고를 연상해내는 비율은 매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정보의 범람은 정보 수집의 개인화를 촉진한다. 소비자들은 다른 어떤 정보보다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의 정보 수집은 소비자가 자신의 자아를 보다 강화하는 역할을 하며, 독자적인 소비 성향을 발달시킬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정보 수집의 개인화는 소비 성향의 개인화로이어진다.  
 
또한 인터넷의 발달은 개인의 정보 수집 활동을 확대시키고 있다. 오늘날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아진 인터넷 동호회를 살펴보자. 연령과 성별에 구애 받지 않는 다수가 공통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여 자기들끼리 정보를 교환한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자신들만의 유행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다원화를 촉진시킴과 동시에, 같은 연령대나 소득 수준을 가진 소비자 세분 집단(Segment) 내에서도 개인적 차이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는 상황을 만들어 낼 것이다. 
  
 
기업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러한 개인화 추세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이며, 그에 대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 소비자 세분화 전략의 수정 
 
고객 세분화는 소비자를 비슷한 욕구(needs)를 가진 집단으로 나누는 작업이다. 세분화의 목적은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파악해 보다 손쉽게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성별과 연령, 가족 생활 주기, 소득 같은 인구통계학적인 기준으로 고객을 분류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전통적인 세분화 방법으로는 더 이상 효과적으로 소비자 집단을 구분해 내지 못할 것이다. 
 
대신, 기업은 인구통계학적 기준 이외에 라이프 스타일과 고객의 구매 행동 등을 함께 고려하는 복합적인 세분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변수를 찾아내기 위해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모델 고객의 다원화 
 
그렇다면 보다 복잡한 형태로 전개되는 소비자 세분화에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아마도 모델 고객의 다원화일 것이다. 앞으로 소비자는 커다란 동질 집단으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한 인구통계학적 기준을 초월해 다양한 변수를 중심으로 여기저기에 흩어진 점처럼 존재하게 될 것이란 뜻이다. 
 
따라서 기업은 여러 점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소비자를 가려내 이들의 심리와 행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보다 개성화되고 다양화되는 소비자들의 변화를 효율적으로 파악하여 세분고객별 니즈에 적절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 극단화하는 시장에 대한 확실한 차별화 
 
개인화 성향의 강화는 개인 차원에서 소비의 양극화가 심화됨을 의미한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감정적 관여도가 낮은 기본적 생필품 등에 대해서는 최저가 위주의 소비 행태를 보일 것이다. 반면,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제품, 예를 들어 자신의 가치관이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 준다고 생각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차별화 추세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회사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저가 시장은 글로벌 소싱 능력을 갖춘 유통기업의 세상이 될 것이고, 고가 시장은 확실한 포지셔닝과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의 지배를 받을 것이다. 따라서, 자사의 공략 시장을 확실히 정하고, 이에 맞게 차별화하는 전략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요건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최근의 시장 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IBM IBV의 조사에 따르면 거의 전 산업 영역에서 고가와 저가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반면, 중간 포지션 제품의 매출은 하락하고 있다. 미국 보드카 시장의 경우 고가인 Ketel one과 저가인 McCormick의 시장 점유율은 점점 상승하는 반면, 중가인 Smirnoff의 점유율은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Mass Customization의 적용 확대 
 
앞으로는 Mass Customization의 적용 분야가 전 제품 분야로 확대될 것이다. 특히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이전에는 주문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분야에서도 고객 개개인의 구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가 생산될 전망이다. 
 
현재도 이런 움직임의 싹이 많이 보이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패션 분야이다. 구찌는 맞춤형 핸드백을 시판했고, 나이키는‘나이키 ID’ 제품을 통해 운동화를 주문생산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에서 운동화의 색상을 선택하고 자신의 이니셜을 입력하면 주문대로 맞춤형 운동화를 생산해 준다. 국내의 일부 보험 대리점의 경우 주요 보험사의 상품 중 가장 뛰어난 것만을 골라 조합형 보험을 시판하고 있다. 음료나 식품 등 비용이나 물리적인 이유로 주문 생산이 어려운 기업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기업들은 마케팅 전략적인 측면에서 차별화를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Ernst & Young의 2005년 소비자 트렌드 보고서는 이런 기업들을 위해 특정 기간 동안만 ‘특별 패키지’를 생산하거나, 한정판 제품을 생산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비의 개인화 현상과 이에 대한 기업의 대응책에 대해 살펴보았다.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변화에 적응한 기업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것이다. 변화는 위기이면서 곧 기회이다. 언제나 기회는 커다란 트렌드들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생긴다. 개인화는 앞으로의 소비 시장을 규정할 메가 트렌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러한 메가 트렌드의 접점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 내기를 기대해 본다. -끝- 

[자료:2005.11.09 | 주간경제 8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