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Working together

고전에 경영전략이 있다

인생멘토장인규 2008. 10. 19. 01:17

“모든 책은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몇 시간 동안에 읽어 치우는 책이고, 다른 하나는 평생을 두고 읽는 책이다.”
19세기 영국의 작가이자 사회개혁자인 존 러스킨의 말이다.

《고전에서 배우는 리더십》은 후자의 범주에 드는 책들을 교과서로 삼아 리더십을 설명한다. 고전은 수백년, 수천년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변함없이 사랑받는 명저들이다. 시대의 변화를 이겨 내기 위해선 인간에 대한 보편적이고 깊은 통찰이 담겨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개인의 내적 갈등과 성찰, 개인과 개인, 개인과 조직 간의 갈등이 드러나고 이를 조정하고 해소하는 방법들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그래서 고전을 읽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고, 갈등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리더십이 ‘조직원으로 하여금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더 나은 성과를 올리도록 하는 수완’이라고 할 때 고전을 통해 배운 인간에 대한 이해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이 책이 착안한 것은 이 점이다. 고전을 통해 리더십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 리더십 부재라고 하는 시대, 도대체 어떤 리더십이 우리에게 필요한지, 이런 질문들을 던지는 것이다. 호머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 플루타크 《영웅전》, 플라톤의 《국가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소로우의 《월든》,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같은 책들을 다시 읽으며, 많은 사람들을 이끌었던 영웅들, 혹은 파멸시켰던 리더들을 통해 지금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플루타크의 《영웅전》은 현시대에 최고의 M&A 교과서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에 나오는 알렉산더 대왕은 수많은 국가들을 정복하면서도 국가간, 조직간 충돌을 최소화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알렉산더는 흡수·통합의 전문가로 묘사된다.

알렉산더는 다른 나라를 정복했어도 고유한 통치구조와 문화는 물론 풍습까지도 유지하도록 했다. 그들을 지배하기보다 더불어 정사를 펴기로 했다. 아울러 이민족과 결혼을 적극 권했으며 스스로 이민족의 공주와 결혼했다. 이는 리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 조직을 존중하고 이해한 후,장점을 적극 취할 수 있는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플라톤의 《국가론》은 ‘역사상 최초의 컨설팅 보고서’라고 정의하는 대목도 신선하다. 이 책이 당시 아테네를 개혁하기 위한 종합 처방을 정리해 놓은 글이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이 책에서 아테네의 통치방법인 민주주의를 비판했다. 왜? 아테네가 직접 민주주의 방법 등을 통해 개개인의 이기적인 요구에 무작정 응해 혼란에 빠졌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민주적 관리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책임을 지고 혼자서 의사 결정을 내리고 행동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지도자나 조직 내 관리자들은 무조건 조직원들의 의견을 따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나 조직을 관리할 때 누군가 책임을 명확히 따져야 한다는 것. 무작정 국민의 뜻을 따라서는 대중들에게 인기는 있을지라도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플라톤을 통해서는 소크라테스식 경영도 배울 수 있다. 그 유명한 대화법에 대한 이야기다.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깨닫게 해 동기부여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알아서 일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방법은 요즘처럼 창의적인 조직만이 살아남는 경영환경에서 매우 절실하다는 것이다. 리더가 일방적인 지시를 피하고, 대화를 장려하고 반론을 경청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조직으로의 변신을 계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것.

부정적인 리더십의 양상도 고전에는 많이 등장한다.

호머의 《일리아스》는 리더가 갈등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볼 수 있는 텍스트다. 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 원정군의 총사령관이었던 아가멤논과 최고의 용사였던 아킬레스의 갈등으로 인해 전쟁에서 패배할 위기를 맞았던 것. 아가멤논이 너무 권위적이고 독단적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그가 용맹하고 싸움엔 지는 법이 없던 아킬레스를 인정하지 않고 전리품을 혼자만 챙기려고 하자 아킬레스가 전투를 하지 않기로 한다. 이로 인해 그리스 원정군이 비참한 패배를 맛보게 된 것.

또한 이 이야기는 조직의 핵심인재나 핵심역량(아킬레스)을 어떻게 관리하고 그들의 능력을 조직 전체의 발전을 위해 활용할 수 있을지를 배울 수 있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인재경영’,‘천재경영’의 기본 아이디어는 호머의 《일리아스》에서 오래 전에 모색됐다는 것.

셰익스피어의 책들 중 4대 비극은 잘못된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 준다. 햄릿은 우유부단한 겁쟁이의 대표 선수 격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이 복수를 쉽게 결행하지 못하자 그 원인을 이렇게 독백한다. “결과를 너무 세밀하게 분석함으로써생기는 겁쟁이의 주저함이여.”

맥베스도 마찬가지. 그는 왕의 신임이 두텁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 국왕을 시해하고 권력을 잡겠다는 야심으로 불탄다. 리어왕 역시 이들과 비슷하다. 판단력이 미흡하고 경솔하며 어리석다. 오셀로도 그렇다. 남을 쉽게 믿는 성격에다 질투마저 심하다. 그는 자살하기 전 이런 말을 한다. “쉽게 질투를 하지 않지만 한번 질투하면 끝이 없다.”

저자는 이들 네 명의 성격을 종합해 보면 하나같이 외곬이고, 편향성이 짙어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고 정리한다. 융통성도 없고, 이성과 감성의 균형감각을 상실했다. 오직 하나의 가치에만 치우쳐 있다. 이런 성격상의 불균형이 비극을 낳은 원인이 된 것이고, 잘못된 리더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군주론》을 통해 지도자의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고, 《월든》을 통해 현대 기업 조직의 불필요한 덩치에 따르는 낭비를 되짚어 볼 수 있도록 만든다. 또한 《종의 기원》에서는 비즈니스 전쟁에서 살아남은 기업과 도태된 기업의 전략이 어떻게 달랐는지를 깨우칠 수 있도록 하며 《펠레폰네소스 전쟁 추모사》를 통해 조직의 개성을 일깨우라는 가르침을 주고,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지나친 원칙고수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저자는 미국 하트윅 대학의 경영학 교수 겸 인문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셰익스피어와 경영 :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의 조직 내 행동 분석》 《명작 영화를 통해 배우는 리더십》 등의 책을 통해 경영학 강의에 고전 문학작품 분석을 도입한 다양한 경영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역자인 김민홍 매경출판 대표는 원저의 서양 고전에 더해 《삼국지》 《열국지》 《사기》 등 동양 고전 속의 유사 사례들을 보강하고 각 장마다 삼성, LG 등 우리 기업 현장에서 실제로 드러났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넣어 실용적 가치를 높였다.

 

[출처:폐인클럽]

 

200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