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Working together

고전에서 배우는 리더십

인생멘토장인규 2008. 10. 19. 01:16
 

자고로 리더가 되는 것은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힘을 규합하고
산술적 결합보다 더 큰 에너지를 산출해 내는 능력에서 찾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성원이 지닌 힘의 산술적 결합보다 적은 에너지만을 생산하는 리더가
좋은 리더일 수는 없다.
그런데 오늘 날 정치판을 보면 온통 제 살깍기 리더십으로 도배가 되고 있는 듯해
걱정이 앞선다.

그러면 몇가지 한자 숙어에 담겨진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 리더의 자질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먼저, 양상군자(梁上君子)라는 말을 살펴 보자.

양상군자란 대들보 위의 군자라는 뜻. 곧 ① 집안에 들어온 도둑의 비유.
② (전하여) 천장 위의 쥐를 달리 일컫는 말.

이 이야기가 생겨난 유래를 보면 악한 자를 선한 자로 만들고 적을 내편으로
만드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후한 말엽, 진식(陳寔)이란 사람이 태구현(太丘縣:하남성 내) 현령(縣令)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그는 늘 겸손한 자세로 현민(縣民)의 고충을 헤아리고 매사를
공정하게 처리함으로써 현민으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모았다.
그런데 어느 해 흉년이 들어 현민의 생계가 몹시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진식이 대청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웬 사나이가 몰래 들어와
대들보 위에 숨었다. 도둑이 분명했다. 진식은 모르는 척하고 독서를 계속하다가
아들과 손자들을 대청으로 불러 모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악인이라 해도 모두 본성이 악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습관이 어느덧 성품이 되어 악행을 하게 되느니라. 이를테면 지금 '대들보
위에 있는 군자[梁上君子]'도 그렇다."
그러자 '쿵'하는 소리가 났다. 진식의 말에 감동한 도둑이 대들보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그는 마룻바닥에 조아리고 사죄했다. 진식이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네 얼굴을 보아하니 악인은 아닌 것 같다. 오죽이나 어려웠으면 이런 짓을 했겠나."
진식은 그에게 비단 두 필을 주어 보냈다.
이 이야기는 곧 온 마을로 퍼졌으며 이후로 이 마을에는 도둑질하는 사람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상대방을 기꺼이 위해 줌으로서 악한 자를 선한 자로, 적을 내 편으로 만드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지혜는 행하는 자의 인품과 타인에 대한 측은지심에서 비롯되는것으로 눈에 보이는 것만큼 쉽지 않다. 꾸짖기 보다 덕으로 보듬어 주는 것은 사람을 키우는 힘이 된다. 자식을 키룰 때도 이러한 지혜는 보약과도 같은 것이다.

다음은 동곽리(東郭履)라는 말에서 지혜를 배워보자.

이는 동곽의 신발이라는 말로, 매우 가난함을 비유한다. 이 말의 유래를 한 번 살펴 보자.

무제 때 제나라 사람으로 동곽선생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옛날부터 서적과 경술을 사랑하여 견문이 넓고 사물을 판단하는 데 밝았다.
그 당시 대장군 위청은 흉노를 무찌르고 포로들을 잡아 공을 세웠다. 그가 돌아오자 황제는 조서를 내려 황금 천 근을 내렸다.
위청이 궁궐을 나서자, 그 당시 공거(조정의 공문과 신하나 백성들의 상소문을 처리하는 부서)에서 조서를 기다리고 있던 동곽선생이 수레를 가로막고는 절을 하며 말했다.
"왕부인께서는 새로이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지만 집이 가난합니다. 장군께서 지금 받으신 황금 천 근 중 절반을 왕부인의 부모에게 준다면 황제께서는 이를 듣고 기뻐할 것입니다. 이것이 기이하고도 편리한 계책입니다."
위청은 감사의 말을 하고는 동곽선생의 말대로 황금 오백 근을 왕부인의 부모에게 주었다. 며칠 후, 이 소식을 들은 왕부인은 위청의 행동에 감사하며 무제에게 말했다. 그러자 무제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대장군은 이러한 일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오."
그리고는 위청을 불러 이런 계책을 누구에게 받은 것인지 물었다. 위청은 말했다.
"지금 조서를 기다리고 있는 동곽 선생에게서 받았습니다."
이에 황제는 조서를 내려 동곽 선생을 부르고 군도위로 임명하였다. 동곽 선생은 오랫동안 공거에서 조서를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빈곤하여 굶주리고 추위에 떨었으며, 옷은 해지고 신도 온전치 못하였다.
눈 속을 가면 신이 위는 있어도 밑이 없어서 발이 그대로 땅에 닿았다. 길을 걷던 사람들은 동곽 선생의 이런 모습을 보고 배를 쥐고 웃었다. 이에 동곽 선생은 말했다.
"누가 신을 신고 눈 속을 가면서 위는 신이고 아래는 사람의 발임을 알 수 있게 하겠는가?"
'동곽리'는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려운 동곽 선생의 신이 닳고 달아 신의 윗면만 있고 밑면은 없어 발이 그대로 땅에 닿았다는 데서 나온 것으로 가난의 정도가 어떠했는지를 알게 해준다.
예로부터선비는 가난을 미덕으로 삼았다.

이 동곽선생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청빈한 선비의 모습을 살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지혜를 덜어 줌으로써 다른 사람에게도 복록이 미치고 그 복록의 힘으로 스스로의 영예까지 걺어쥐는 지혜를 살필 수 있다. 즉, 지혜의 번짐을 넓고도 크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혜를 발휘할 수 있으려면 사심을 버린 도량이 필요하다. 계산 속에서 이런 지혜가 나올리는 만무하다.

다음으로는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말을 살펴 보자.

이는 적대(敵對) 관계에 있는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뜻. 곧 ① 서로 적의를 품을 사람끼리 같은 장소 처지에 놓임. 원수끼리 함께 있음의 비유. ② 적의를 품은 사람끼리라도 필요한 경우에는 서로 돕는 것을 의미한다. 옛부터 서로 적대시해 온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타고[吳越同舟]' 강을 건넌다고 하자. 강 한 복판에 이르렀을 때 큰바람이 불어 배가 뒤집히려 한다면 오나라 사람이나 월나라 사람은 평소의 적개심(敵愾心)을 잊고 서로 왼손 오른손이 되어 필사적으로 도울 것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전차(戰車)의 말[馬]들을 서로 단단히 붙들어 매고 바퀴를 땅에 묻고서 적에게 그 방비를 파괴당하지 않으려 해 봤자 최후의 의지가 되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의지가 되는 것은 오로지 필사적으로 하나로 뭉친 병사들의 마음이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적을 내편으로 만들어 결국은 살아남는 자세...

이것이야말로 리더의 아량이자 인품이 아닐까? 리더라면 위기의 상황에 구성원들의 내분을 줄이고 한데 힘을 모으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내 힘이 강성할 때라면 불의를 내치는 일이 가능하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 졌다.

그렇지만 하는 김에 하나만 더!!

이번엔 호가 호위다.

호가호위(狐假虎威)란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어 다른 짐승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남의 권세를 빌어 위세를 부림에 비유하는 것이다. 물론 이 비유는 과도한 권력을 부리는 소인배의 허세를 비고는 말로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위기에서 벗어나는 여우의 꾀라는 측면에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어느 날 호랑이한테 잡아먹히게 된 여우가 이렇게 말했다. '네가 나를 잡아먹으면 너는 나를 모든 짐승의 우두머리로 정하신 천제(天帝)의 명을 어기는 것이 되어천벌을 받게 된다. 만약 내 말을 못 믿겠다면 당장 내 뒤를 따라와보라구. 나를 보고 달아나지 않는 짐승은 단 한 마리도 없을 테니까.' 그래서 호랑이는 여우를 따라가 보았더니 과연 여우의 말대로 만나는 짐승마다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달아나는 것이었다. 사실 짐승들을 달아나게 한 것은 여우 뒤에 있는 호랑이였는데도 호랑이 자신은 그걸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리섞은 호랑이는 그만 여우에게 속아 먹이감을 놓아주고 말았다는 것이다.

호랑이는 자신의 위용을 몰라 여우에게 당한 것이고
여우는 상대방의 커다란 힘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려 놓아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꾀는 절대 절명 위기의 순간에 단 한번만...
두번 만 행하더라도 사기꾼이라고 덜미가 잡힌다.
사기꾼이 되지 않으려면 역시 지혜와 덕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리더의 힘은 자신이 갖고 있는 힘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출처:폐인클럽]

 

200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