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理야 노올자!/심리야 이리와

[스크랩] 칼 융의 분석심리학

인생멘토장인규 2010. 9. 14. 10:09
칼 융 Part 3. 분석심리학의 주요 개념  
1. 정신의 구조

융의 분석심리학은 정신의 ‘구조 structure’와 역학을 다룬다. 융이 정신psyche이라고 할 때 그가 의미하는 것은 의식과 무의식을 아우르는 우리 존재의 전체를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원천적으로 ‘목적적인teleological’ 것으로, 성장과 전체성, 그리고 평형상태를 추구한다. 정신은 자기Self에 대한 융의 개념과 구별되어야 한다. 자기란 정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나타낸다.

정신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나누어지며, 무의식은 의식적 태도에 대하여 보상(혹은 대상)compensate의 기능을 한다. 의식이 지나치게 일방향적일 때면 언제나 그 반대편의 무의식이 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하여 자율적으로autonomously(그리스어에서 auto=self, nomos=law이다, 즉 자신에 대한 규율) 나타난다. 그 과정은 강력한 꿈이나 이미지를 통해 내적으로 일어나거나, 어떤 질환으로 발병하기도 한다.

빈번하게 무의식 요소는 외부화될 수 있는데, 그것은 투사projection라고 알려져 있다. 투사란 사랑에 빠지거나 누군가를 극도로 싫어하게 되는 것과 같이, 어떤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 과도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그러한 강한 정서적 반응은 무의식 내용이 의식을 통해 터져나오려 하고 있으나, 타인에 대한 투사의 형태로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할 지 모른다. 그 타인은 우리가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다른 사람이 이 아니라, 우리가 그 사람에게 투사한 우리 자신의 일부이다.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을 어디로 향하게 하는가 하는 것이 분석가의 주된 과제이며, 그러한 분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융은 일련의 심리적 유형들psychological types을 개발하였다.

2. 심리적 유형론

1. 두 가지 태도attitude융은 정신적 에너지가 외향extrovert과 내향introvert이라는 두 개의 기본적인 태도로 나뉜다고 주장했다. 누구나 외향과 내향 두 태도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사람마다 그 정도가 조금씩 다르다.

외향 : 외향성은 외부에 의해 모티베이트되며, 외부의 객관적인 요인이나 관계들에 의해 지시받는다. 이를테면 프로이트는 외향적 인물로서, 정신적 에너지가 세계를 향해 외부적으로 흘러간다. 내향 : 내향성은 자기 내부에 의해 모티베이트되며, 내적이고 주관적인 요인에 의해 지시받는다. 상대적으로 융은 내향적인 인물이어서, 그의 에너지는 세계로부터 철수하는 식으로 흘러간다.

바로 이러한 정신적 태도의 차이 때문에 프로이트와 융이 철학적으로 마찰을 빚은 것을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외향인과 내향인은 서로를 오해하고 경멸하는 경향이 있다. 외향성과 내향성은 상호배타적이기 때문에, 만약 둘 중 어느 한쪽으로 의식태도가 습관적으로 나타나게 되면, 나머지 하나는 무의식으로 내려가서 보상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다가 의식태도가 지나치게 일방향으로 굳어지게 되면 그 무의식적 태도는 ‘억압된 것의 부활’로서 어딘가에서 터져나올 것이다.
융의 이러한 분류는 점차로 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어, 오늘날에는 일상 대화에서도 ‘내향적’이니 ‘외향적’이니 하는 용어를 흔히 쓴다. 우리는 주로 사회적인 행동에서 인지가능한 형태들을 묘사할 때 이 용어들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2. 네 가지 기능function위와 같은 두 개의 태도 외에, 융은 네 개의 기능적 유형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네 부분으로 이루어진 구조물, 즉 만다라를 닮은 사형체quaternity를 의미한다.
자연에는 춘하추동 네 개의 계절과 동서남북이라는 네 개의 방위가 있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의 의사였던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의 기질을 성마름choleric, 우울함melancholic, 쾌활함sanguine, 냉담함phlegmatic 네 개 유형으로 나누었다. 이는 각각 뜨거움, 차가움, 건조함, 습기 라는 네 성질에 대응된다. 그리고 이는 기원전 5세기 중반 경에 엠페도클레가 온 세계의 근원은 불, 땅, 공기, 물 이라는 네가지 요소라고 주장했던 것과도 일치한다. 융은 이 ‘사형체’가 정신의 특징을 묘사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융은 정신에 네 개의 기능function이 있다고 가정하고, 서로 반대되는 것끼리 두 개씩 짝을 지어 설명했는데, 간단히 도해하면 다음과 같다.

                            감정 Feeling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말해준다


직관 lntuition                                     감각 sensation

그것이 어디에서 왔으며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

어디로 가는지 말해준다.                       말해준다.


                             사고 thinking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사고와 감정은 합리적인 쌍rational이다. 둘 모두 그 경험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판단을 내릴 때 상황의 논리성을 따져서 판단하는 사람은 사고형, 그 상황에 관련된 사람들의 기분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사람은 감정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각과 직관은 비합리적인 쌍irrational이다. 무엇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식하는' 것과 관련되기 떄문이다. (상황을 인식할 때 자신의 오감을 통해서 느껴지는 것 중심으로 하는 사람은 감각형, 직접적 감각보다는 어떠한 통찰에 의지하는 사람은 직관형입니다)
한 개인은 선천적으로 이들 중 어느 하나의 기능에 의식적 지향점을 가지게 된다. 만약 사고기능이 우월하거나superior 가장 분화되는differetiated 기능이라면, 보상의 원칙을 통해 그 대극opposite이 무의식이 된다. 이 경우는 사고의 대극인 감정기능이 그 사람의 미분화된undifferentiated 기능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 개의 기능은 부분적으로 의식적이거나 보조적인auxiliary 기능을 수행하면서 우월한 기능을 돕게 된다.
사고기능이 과도하게 발달하면 부조화스러운 기분이나 분노에 쉽게 사로잡힐 수 있다. 반대로 감정기능이 강한 소년은 사고유형의 아버지로부터 사고특징을 개발하도록 지나치게 강요받은 나머지 혼돈에 빠져 불행한 삶을 보낼 수 있다. 감정기능이 억압되면 히스테리가 생겨나며, 감각기능이 억압되면 각종 공포증과 강박증에 사로잡히게 된다. 따라서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첫째, 무시되어온 기능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 스스로 네 가지의 유형을 인지하여 조화로운 인격을 발달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3. 여덟개의 심리적 유형

융은 두 개의 태도two attitudes와 네 개의 기능four functions을 조합하여 여덟 개의 심리적 유형들eight psychological types을 만들어냈다. 내담자가 무슨 유형에 속하는지 알게 되면 분석가는 그 사람의 세계, 관점과 가치체계에 대하여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유형은 성격을 구성할 뿐 아니라 종종 직업이나 결혼상대를 선택할 때에도 영향을 발휘한다.

1. 외향적 사고유형 Extrovert Thinking
예 : 과학자, 경제학자
찰스 다윈, "우리는 자연법칙을 발견합니다."  칼 마르크스, "그리고 이론적인 공식을 만들어내지요."
이들은 고정된 법칙과 원칙에 따라 자신과 타인들을 지시한다. 이들은 현실, 질서, 물질적인 사실들에 ‘관심이 있다interested’.

2. 내향적 사고유형 Introvert Thinking
예 :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사고란 무엇일까?"
이들은 질문을 만들어내고, 그들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바깥 세상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든다.

3. 외향적 감정유형 Extrovert Feeling
예 : 토크쇼의 진행자, 연예계 스타
프랭크 시내트라, "우리는 관계를 쉽게 시작하고 쉽게 끝내죠."  마돈나, "우리는 변덕스럽고, 감정적이며, 주위 사람들을 잘 놀래켜요."
관례에 충실하고 그 시대와 환경에 잘 적응한다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변화무쌍하고 유행을 선도한다.

4. 내향적 감정유형 Introvert Feeling
예 : 수도승, 수녀, 음악가
쇼팽, "우리는 신비롭고 수수께끼 같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며, 조화롭고 자족적으로 보인다. 시나 음악 같은 예술분야에 종사할 수 있다. “여전히 물은 깊이 흘러간다”는 문장으로 이들이 풍기는 인상을 요약할 수 있다. 그리하여 강한 외향성을 지닌 사람들은 이들을 이성으로 몹시 매력적으로 느낀다.

5. 외향적 감각유형 Extrovert Sensation
예 : 건축가, 투기업자
카사노바, "우리는 오감을 통해 쾌락을 추구합니다!"
이들은 외적인 사실에 초점을 맞추며 현실적이고 빈틈이 없다. 그리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유쾌하게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감각성으로 인해 약물중독이나 성적타락, 강박적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쉽다.

6. 내향적 감각유형 Introvert Sensation
예 : 미술품 감식가, 심미가
한 심미가, "우리는 우리 자신의 영상과 창조성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죠."
이들은 감각적인 인상을 중요시하며, 자신의 내적인 감각에 자신을 맡긴다. 심미적이며, 때때로 겸손하며 망연한 태도를 보인다.

 

Ian Robert Maxwell
(1923~1991)

체코태생의 영국인 출판가로, 국제적인 출판제국을 키웠다. 그러나 재정적인 파탄으로 인하여 큰 사기를 치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7. 외향적 직관유형 Extrovert Intuition
예 : 홍보담당자, 모험가
로버트 맥스웰, "우리의 프로젝트나 관계는 지나치게 광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무의식적인 직관력으로 인해 미래의 새로운 무언가의 향기에 탐닉한다. 문제해결사들이자 종종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이지만, 무자비하게 모험만을 추구하는 성격으로 인해 장기적인 안정성에는 맞지 않는다.

8. 내향적 직관유형 Introvert Intuition
예 ? 신비주의자,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괴짜, 기인으로 부르곤 하더군요."
이들은 내적인 목소리를 중요시 하며, 몽상가들이자 비상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자신이 독특하고 비교秘敎적인 경험을 가진, 남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투쟁하는 천재들이라고 여긴다.

서로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 결혼에 이르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서로에게 자신의 열등한 기능을 돌봐달라고 의지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소크라테스는, “아내가 나의 일상생활을 돌보아주길 바랬습니다.” 할 것이고, 악처로 유명한 그의 아내 크산티페는 “ 내가 당신에게 ‘열등함’을 주겠어요. 이 멍청한 술주정뱅이 양반아!” 하고 대꾸할 것이다. 반대되는 유형의 사람들은 최악의 경우 서로를 경멸하고 무시할 수 있다. 따라서 결혼에서의 보상적 조합이 정신의 전체성에 대한 해답인 것은 아닌 것 같다. 한편 동일한 유형의 사람들끼리 결혼하면 우월한 기능이 증진되기도 하지만 열등한 기능의 파괴적 힘 또한 증가할 수 있다.
물론 융은 이러한 유형론이 각 개인의 고유한 복잡성을 완벽하게 나타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오랜 관찰과 분석을 필요로 하는, 여러 유형들의 복합체이다. 또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 사람의 유형이 다른 것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유형은 그 개인이 원형적 존재archetypal figures에 어떻게 반응할 지 묘사해주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4. 자아와 그림자

심리학적 유형은 네 개의 원형적 형상들four archetypal figures을 포함하는, 보다 광범위한 정신적 에너지 역학의 일부이다. 이 형상들은 을 이루어 작용하는데, 짝의 한쪽 형상은 의식적인 형상이고 다른 한쪽은 그에 대한 무의식적 카운터파트이다.

첫 번째 짝 : 자아와 그림자

융은 그가 학창시절에 꾸었던 꿈을 회상하였다. 안개가 짙고 세찬 바람이 부는 컴컴한 밤이었다..
“나는 바람 때문에 내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애쓰며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나를 따라오는 거였습니다. 무시무시했죠. 그런데 그것은 내 불빛 때문에 드리워진 나 자신의 그림자였습니다!”
등불과 그림자는 융 자신의 제 1인격과 제 2인격을 나타낸다. 후에 융는 이들을 원형적 형상, 자아ego와 그림자shadow라고 규정하게 된다. 분석의 첫 단계는 환자로 하여금 ‘자아-그림자’ 관계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자아란 보호받아야 하고 연마되어야 하는, 부서지기 쉽고 고귀한 의식의 등불과 같다. 자아는 목표와 정체성에 대한 자신의 느낌sense이다. 건강한 자아는 정신의 의식적 요소와 무의식적 요소를 잘 조직하고 조화를 이루게 한다. 그러나 자아가 약해지면 그 개인은 ‘어둠 속에’ 머물게 된다. 즉, 카오스적인 무의식적 이미지로 인해 수렁에 빠져버릴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림자는 우리 자신의 ‘어두운 면’이다. 열등함, 비문명적임, 에고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하는 동물적인 특성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림자가 전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원시적이고 부적응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직하게 그림자를 대면한다면, 그림자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자아와 그림자가 소설에 등장하는 제킬박사와 하이드씨라고 생각해보자. 이 소설은 우리 모두에게 내재한 고전적인 ‘선과 악’의 분리 문제를 다룬다. 하이드씨는 자아 자체가 망가졌을 때 실제로 정신적 건강을 위험에 빠뜨렸다. 이런 과정이 어떻게 일어날까?
자아가 의식의 중심부이긴 하지만, 자아를 인격의 전체성wholeness, 즉 개성화 과정의 최종 목표이기도 한 자기self와 혼동해서는 안된다. 만약 자아를 자기와 동일시하게 되면 자아팽창inflation이 일어나 그 사람은 위험스러운 신적 존재가 된다. 다시 말해, 팽창된 자아는 자신의 비합리적인 그림자를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해서 그들을 악마라고 여기게 된다.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집단적인 정신이상을 보여 극악무도한 집단학살을 저질렀던 것은, 독일인이 자신들의 자아가 ‘순수한 아리안족’이라고 동일시함으로써 자아팽창이 일어나자, 그들의 집단적인 그림자collective shadow를 유대인들에게 투사했기 때문이다.
융적인 분석의 초기 단계에서 환자가 ‘자신의 그림자를 대면’하게 되면 혼란에 빠지게 된다. 환자가 그림자를 인식하고 그림자투사를 멈추려고 할수록, 그는 점점더 자신의 자아가 위협받는다고 느끼게 된다.

 

Oppenheimer, John Robert

뉴욕 출생. 유대계 무역상인 아버지를 두어 반유대주의 파동 속에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1925년 하버드대학을 졸업, 케임브리지대학등에서 유학했고 후에 캘리포니아공과대학 교수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로스앨러모스의 연구소장으로서 원자폭탄제조계획을 지도했는데, 1954년 그 동안의 수소폭탄제조계획에 대한 반대가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원자력 관련 기밀사항에 대한 접근을 금지당했다. 미국의 이론물리학계에 지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1963년 엔리코페르미상을 받은 바 있고, 주요저서에는 《The Open Mind, Science and the Common Understanding》(1954)이 있다.

“저 사람들이 이런 짓을 했어, 저들이 나쁜 거야, 저들은 맞아도 싸, 이런 말들을 하지 않으면 하지 않을수록, 나는 나 자신이 점점 더 심각한 문제에 빠지고 있다구요!”
“당신은 이제 막 당신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는 것들이 사실은 당신 내부에 있음을 깨닫기 시작한 겁니다. 당신 자신의 그림자를 다루는 법을 배우도록 하세요.”

집단적 그림자란?

정신은 개인에게만 속한 것이 아니라, 개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구조화된 집단적인 성질 또한 가지고 있다. 집단적인 정신은 시대정신Zeitgeist를 형성한다.
집단적인 정신의 그림자의 한 예가 나치 독일이다. 그러나 다른 모든 집단적 행동과 집회 등에서도 당신은 집단적 그림자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축구경기장에 모인 군중은 집단적인 자아를 형성하게 되어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바로 통제되지 않는 훌리건들이다!
집단적인 그림자는 과학적인 사건에서도 관찰될 수 있다. 최초의 원자폭탄이 알라마고르도 사막에서 새벽의 버섯구름을 피워올렸을 때, 오펜하이머Oppenheimer는 이렇게 말했다.
“수천 개의 태양보다 더 밝다!”
미국의 원자력학자들은 ‘원자를 분열하는’ 나치 독일에 대하여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 ‘수천 개의 태양보다 더 밝은’ 과학적 성과는 이제 우리가 인류가 결코 알지 못했던 최악의 검은 그림자와 함께 살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5. 페르조나와 영혼 이미지

두 번째 짝 : 페르조나와 영혼-이미지

자아와 관련되어 융은 페르조나Persona라는 용어를 도입하였다. 페르조나란 자아의 편에 서서 외부세계와 ‘협상하는’ 의식의 일부분인데, Persona라는 말은 ‘연극의 가면’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다시 말하여 페르조나는 우리가 사회인으로서 행동할 때 착용하는 가면과도 같은 것이다.
페르조나는 사회적 계층, 직업, 문화, 국적 등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우리는 상황마다 각기 다른 페르조나를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우월한 기능유형(예를 들면 사고유형)에 기초한 페르조나를 일관성있게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건강과 평정은 페르조나가 얼마나 잘 채택되었는지에 달려있다. 페르조나가 사회적 교환social exchange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아가 페르조나에 지나치게 동일시하면, 개인은 자신이 연기하는 역할에 갇혀 버릴 위험에 빠진다. ‘완벽한 페르조나’는 일방향적이고 완고하며 외곬수적인 인격을 만든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가면을 떨어뜨렸을 때 그 뒤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 드러날까봐 두려워한다. 그러한 두려움에서 신경증이 발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나치게 좁은 영적 지평에 갇혀 있으면서 공허한 성공(페르조나로 얼굴을 가린 채 이루는)에 집착하게 될 때 신경증이 발생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보다 입체적인 인격을 함양하게 되면 신경증은 사라진다.

페르조나의 무의식적 짝이 바로 영혼-이미지soul-image이다. 융은 영혼에 대한 라틴어의 남성형과 여성형의 어휘를 따와서 아니무스animus와 아니마anima라는 용어를 도입했다. 영혼-이미지는 늘 그 사람의 異性에 의해 표상되므로, 남자의 영혼-이미지는 여성, 즉 아니마이고 여자의 영혼-이미지는 남성, 즉 아니무스이다.
영혼-이미지는 무의식 전체를 나타낼 수 있는 원형이다. 그것은 유전되고, 집단적이며, ‘나이가 없다ageless’. 그러나 영혼-이미지는 異性에 대한 개인의 실제 경험, 특히 부모에 의해 수정될 수 있다. 이러한 영혼-이미지는 투사된projected 상태로 꿈이나 신화, 환상에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에게 異性에 대한 왜곡된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6. 아니마와 아니무스

아니마남성의 영혼-이미지는 시대를 거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항상 강력하고 매혹적이며 비밀스러운 에로스(사랑)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는 삶 자체의 원형이기도 하며, 이미지 속에서 땅이나 물로 표상된다.
아니마는 빛일 수도 있고 어둠일 수도 있으며, 처녀이기도 하고 창녀이기도 하며, 지혜의 원천이자, 뮤즈, 혹은 남자를 유혹하여 파멸에 이르게 하는 팜므 파탈femme fatale일 수도 있다.
아니마에 완벽하게 동일시되면, 동성애나 여성복장도착증에 빠질 수 있다.

아니무스여성의 영혼-이미지는 로고스(이성)의 성격을 띤다. 지식, 진실, 의미있는 활동을 추구하며 종종 공기와 불의 이미지로 표상된다.
여성은 그녀가 감정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남성에게 자신의 아니무스를 투사한다. 젊은 여성에게는 아버지像이 그러하고, 성숙해갈수록 영웅적인 남성들에게 투사하며, 늙었을 때에는 의사나 성직자 같이 자신에게 평온을 주는 남성에게 투사한다.
아니마에 지나친 동일시가 이루어지면 검은 태양Sol Niger이 생겨난다. 이는 고집스럽고 무례하며 권위적이고 권력을 추구하며 비합리적인 의견을 강요하는 여성을 의미한다.

보상적 이미지들융은 남성들이 의식상에서는 일부다처를 지향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아니마는 무의식에서 단 한 명의 여성이 되어 그것을 보상한다. 그 여성은 동굴, 배, 그릇, 지갑, 고양이, 소 등으로 표상되기도 한다.
여성은 의식적 태도에서 일부일처를 지향하므로, 아니무스는 다수의 남성의 형태로 나타나 그것을 보상한다. 그들은 탑, 검, 나무, 독수리, 사자, 황소 등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7. 유형의 혼합

의식적인 페르조나와 무의식적인 영혼-이미지가 짝을 이루면, 우리가 이미 공부한 두 개의 태도와 네 개의 기능이 그것을 채색한다. 의식적 페르조나는 지배적인 태도와 우월한 기능에 기반한다. 융의 이론에 따라, 무의식적 영혼-이미지의 카운터파트는 그와는 반대가 되는 태도와 열등한 기능을 가진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리하여 외향/내향이 의식과 무의식에서 각기 하나씩 자리를 잡게 되며, 또한 다음과 같이 네 개의 기능이 교차되어 자리잡는다.

사고형 페르조나 = 감정형 영혼-이미지

직관형 페르조나 = 감각형 영혼-이미지

감정형 페르조나 = 사고형 영혼-이미지

감각형 페르조나 = 직관형 영혼-이미지

감정의 영역에서 유리된 사고형의 남성은 인어가 나오는 꿈을 꾼다든지, 자신의 무의식적이고 분화되지 않은 감정기능을 감정형 여인에게 투사하여 그녀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 그녀를 포용함으로써 그는 자기 자신의 감정적 성질을 간접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그 관계를 통하여 자신의 무의식적 감정유형을 점점 더 깨닫게 되면, 그 아니마 이미지가 다소 덜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따라서 그는 그녀에 대한 투사를 철회하여 사랑의 감정을 거두어버린다. 우리가 점점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로맨틱하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 더 어려워지는 이유는, 이처럼 자기-발달의 과정에서 우리가 점진적으로 우리의 무의식 영역을 더 많이 통합해 나가기 때문이다.

8. 융의 여자들

융은 그가 ‘밤바다여행’을 하던 중 어떤 여자의 음성을 듣고 자신의 아니마를 발견하였다. 그 여자는 다음과 같이 잘못된 믿음을 그에게 주입하려 하였다.
     “당신이 쓰고 있는 환상들은 예술이예요.”
융은 이렇게 술회한다.
    “그녀와 논쟁하면서 나는 그녀가 교활함으로 가득찬, 내 아니마의 부정적인 측면임을 깨닫게 되었다.”
만약 그가 아니마의 말에 따라 자신의 경험이 단지 ‘예술’이라고 믿었더라면, 융은 그 경험에 대한 도덕적인 의무감을 느끼지 않고 쉽게 그것을 잊어 버렸을 것이다. 이처럼 아니마의 부정적인 형태가 꿈에 나타나거나 여성에게 투사되면, 남성은 재앙을 맞이할 수 있다.
그러나 오진을 해버렸던 ‘프랭크 밀러’의 사례 이후에 융은 주로 긍정적인 아니마를 만나게 되었었다. 그를 따르는 제자들도 대부분 여성이었는데,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융의 성적인 카리스마 때문이기도 했으며 그녀들은 대개 그에게 치료를 받았던 여성들이었다. 융은 서양문화에서 소위 ‘여성적인 의식feminine consciousness’라고 부르는 것들을 탐구했기 때문에, 마치 벌을 꾀는 꿀통처럼 매력을 발하면서 그들 여성의 아니무스 투사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융의 아내 에마는 이러한 ‘아니무스 하렘harem’은 물론 한 명 이상의 정부와 투쟁해야 했다. 융과 프로이트가 절친했던 1911년에, 에마는 프로이트에게 이런 사실을 털어놓았다.
    “모든 여자들이 자연스럽게 그와 사랑에 빠진답니다. 자꾸 괴로워하는 저를 보고 칼은 내가 자기나 아이들에게만 신경을 써선 안된다고 해요. 그렇지만 대체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된단 말일까요?”
결국 에마는 자신 스스로가 정신분석가가 되어 성배전설에 대한 필생의 연구를 하게 된다.

여하튼 여성들은 융의 커리어의 진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융이 프로이트와 결별한 직후인 1916년 2월, 분석심리학회the Analytical Psychology Club가 취리히에서 창설되었는데, 학회에는 시작부터 여성들의 활발한 참여가 있었다. 이는 1948년 칼 융 연구소C.G.Jung Institute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연구소는 오늘날까지도 교육과 치료의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융의 연구가 세계로 전파된 세 번째 계기는 에라노스 컨퍼런스the Eranos Conference였다. 1923년 스위스인인 올가 프로브-카프텐Olga Frobe-Kapteyn이 이탈리아의 마죠르Maggiore 호숫가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이 컨퍼런스를 처음으로 개최했는데, 이는 후에 분석심리학파의 연례행사가 되었고, 동양철학과도 연계된다. (영어나 불어가 아닌 모든 단어는 제 맘대로 음역해서 써두었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지적해주세요. 나머지 언어는 전혀 읽을 줄을 모르기 때문에..^^:)

에디트 록펠러 맥코믹Edith Rockfeller McCormick : 미국인. 1913년부터 1923년까지 융에게 정신분석을 받았다. 후원자가 된 이후 1916년 분석심리학회에 모임장소를 제공하였다.

사비나 스필라인Sabina Speilrein : 러시아계 유대인. 1904년 융에게 분석을 받기 시작하면서, 친밀하고 열정적인 관계에 빠지게 된다. 후에 융과 프로이트 모두에게서 사사받고 분석가가 된다. 러시아로 돌아가지만, 자녀들과 함께 2차대전 도중 독일군의 희생양이 된다.

안토니아 볼프Antonia Wolff(1988~1953) : 스위스인. 1910년 융으로부터 분석을 받기 시작했고 곧 그의 정부가 되어 죽을 때까지 그 관계를 유지했다. 안토니아는 융의 작업을 도왔고 분석가로서 훈련받아 융학파의 저널을 발간했다.

에스더 하딩Esther Harding (1988~1971) : 영국에서 융을 만나 분석과 훈련을 받기 위해 취리히로 그를 따라갔다. 미국으로 이주하여 뉴욕에 분석심리학회를 세운다. 이 모임은 후에 연구소가 된다. 저서로 ‘여성의 신비Women’s Mysteries(우리나라에서는 '사랑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발간됨)’와 ‘모든 여성의 길The Way of All Women’이 있다.

메리 멜런Mary Mellon (1904~1946) : 미국인. 융에게 분석을 받으면서 그의 아이디어에 영감을 받아 그의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다. 볼링겐재단의 창시자이며, 재단에서는 에라노스 강연과 융의 연구모음을 출판했다.

올가 프로브-카프텐 : 융에게 분석을 받았고 적극적 명상과 동양철학과 관련된 분야를 발전시켰다. 메리 멜런과 협동으로 에라노스 논문을 출판했다.

아니엘라 자프Aniela Jaffe : 독일인. 융의 분석을 받았고 분석가로 훈련받았다. 재단의 비서였고 그와 함께 자서전작업을 한 개인비서이기도 했다.

욜란다 자코비Jolanda Jacobi (1890~1973) : 헝가리인. 융에게 훈련을 받았고 그의 방법론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을 냈다. 그녀는 재단창립의 주요 공헌자였다.

마리-루이제 폰 프란츠 Marie-Louise Von Franz (1915~1998) : 독일인. 열 여덟살 때 융을 만나 언어학학위를 딴 후 그의 조수가 된다. 그녀는 라틴어텍스트를 번역했고, 융이 연금술을 연구할 때 협력했다. 융으로부터 분석과 훈련을 받아, 일생동안 분석심리학에 몰두하였다. 그리고 취리히에 있는 연구소의 지도적인 등불이 되었다.

9. 초자연적 현상

예순 다섯살이 되던 1944년 초, 융은 넘어져서 발을 다쳤다. 이어서 심장발작이 일어났다. 약물에 시달리며 죽음의 문턱에 간 융은 무의식적인 착란상태에 빠져 체외유리out-of-body 경험을 하게 되었다.

코스섬Kos Island

터키 남서부 해안근교에 있는 그리스령 섬. 그리스시대에는 문예활동의 중심지였으며 히포크라테스의 출생지라고 한다.

    “나는 어떤 운석 같은 우주 행성으로 날아가서 거대하고 시커먼 바위를 보았습니다. 그 바위는 어떤 사원 주위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 사원입구로 들어가니 작은 대기실이 있었고, 더 안으로 들어가니까 어떤 힌두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내가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하고 나에게 말했습니다.… 그 바위에서 나는 내게 무슨 일들이 펼쳐지고 있는 건지, 내가 왜 태어나게 되었던 건지, 그리고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건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땅에서 어떤 얼굴이 솟아올랐어요. 그리스왕, 혹은 치유의 신 아스클레피우스가 머무는 신전이 있는 코스Kos섬에서 온 바실레우스basileus였죠. 아하, 이 사람이 내 의사로구나, 하고 난 깨달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코스섬의 바실레우스라는 원초적인 형태를 하고 내게로 온 것이지요. 그는 ‘자네는 지금 죽어가고 있는 게 아니라네.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야.’ 하고 말했습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말하자마자, 나는 정신을 차렸고 그 영상은 사라져 버렸지요.”

바실레우스basileus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 왕, 또는 왕과 같은 유력자를 부를 때 쓰인 말.

융은 그러나 착란상태에서 깨어난 것에 저으기 실망하면서 삶으로 되돌아온 것을 원망스럽게 여겼다. 한편 그는 환각 속의 의사가 바실레우스라는 ‘원초적인 형태’로 나타났다는 사실이 걱정스러웠다. 그것은 뭔가 치명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 환각의 의미는 내 진짜 의사양반이 내 대신 죽게된다는 뜻일거야. 이런, 그의 목숨이 위험할 지경인데, 이런 이야기를 해주어도 그는 아마 내 말을 믿지 않겠지!”
융이 중얼거리자, 간호하던 여인이 융에게 물었다.
    “왜 의사선생님을 자꾸 ‘코스의 바실레우스’라고 부르시는 거예요?”
그러자 융이 정신을 차린 것을 눈치채지 못한 의사가 옆에서 대꾸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융선생은 지금 환각상태에 빠져있는 거니까.”
의사는 며칠 뒤 융에게 이제 일어나 앉아 있어도 좋다고 허락해주었다. 그 때 융의 머릿속에 갑자기 1944년 4월 4일이라는 날짜가 떠올랐다. 그 날짜는 무엇을 뜻하는 것이었을까? 1944년 4월 4일, 융을 치료하던 의사가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패혈증으로 급작스럽게 사망한 것이다.

융은 점점 건강을 회복함에 따라 더 많은 영상들을 경험하게 되었고, 그로써 밤마다 천상의 기쁨을 누리며 살았다. 이러한 경험들은 객관적인 진실과 똑같은 성질을 지닌, 진짜 실재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영원’이라는 단어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가 되는 非일시적인 상태의 엑스터시를 실제로 경험했습니다.”
병을 앓으면서 거의 죽음에 이를 뻔한 경험을 한 이후, 융은 주요한 연구결과를 집필하였다. 자신의 영혼을 부르는 이상한 ‘무언가’가 전례없이 강해진 것을 느끼며 70대를 보내면서 이제 융은 그 존재에 목소리를 부여할 준비를 마치게 되었다.

우리는 융이 초자연적인 현상에 익숙했다는 사실을 이미 공부하였다. 융은 집에서 유령을 본 적도 있었고, 한번은 그를 위협하는 여자유령에 쫓겨서 잉글랜드의 어떤 저택에서 차를 몰고 도망쳐나온 적도 있었다. 하루는 융이 집으로 돌아가는데 누군가가 물에 빠져서 죽어가는 영상이 갑자기 마음에 떠올랐다. 집에 도착한 융은 호수에서 배를 타고 놀던 어린 손자가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거의 익사할 뻔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또 한번은 어느 결혼피로연장에서 어떤 낯선 남자와 범죄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융은 자신의 생각을 쉽게 설명해주기 위해서 어떤 사람의 사례를 지어내서 이야기해주었다. 그러자 갑자기 좌중에 당황스러운 침묵이 흐르고, 모두 융을 따돌리고 경멸하는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이었다. 알고봤더니 융이 지어내서 말한 그 예가, 자신과 이야기하던 낯선 남자의 일생과 정확히 일치했던 것이다!

분석가이자 의사로서, 융은 늘 자기 환자들 주위를 맴도는 어떤 ‘조짐’ 같은 것을 감지하였다. 한 환자의 아내가 융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엄청나게 많은 새들이 어디선가 날아와서 조부모님의 방 창문밖에 수없이 몰려들었답니다.”
융은 이 이야기를 들고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 환자에게 이렇게 권했다.
    “아! 당신의 치료는 거의 끝났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좀 걱정되는 게 있군요. 심장전문의에게 한번 가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환자는 융의 말대로 심장전문의에게 갔지만, 의사는 아무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병원에서 돌아오던 길에 융의 환자는 거리에서 쓰러져서 집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곧 사망했다. 그가 집으로 옮겨질 당시 그의 아내는 이미 공포에 질려 있었다. 남편이 의사에게 간다고 집을 나서자마자 한 무리의 새들이 집으로 날아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초자연적인 우연의 일치에 대해서는 어떤 해석을 할 수 있을까? 융은 이렇게 답한다.
    “전이transference가 환자의 어떤 부분, 즉 의사와 환자간에 어느 정도 무의식적인 연결고리가 생겨난 환자의 어떤 일부에서 일어날 때, 종종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건들이 생겨납니다. 나는 이런 경험을 이따금 했지요.”
융의 타고난 직관력과 인격의 순수한 힘으로 인해 그는 점차 구루, 즉 자신이 말한 ‘늙은 현자’와 같은 존재가 되어갔다. 그는 어떤 징조가 가지는 정신적 실재성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신성성의 측면을 탐험하게 되었다. 특히 그는 중국의 신탁문서 ‘주역’에 빠져들었다. 융이 ‘주역’에 매료된 것은 1920년이었다. 볼링겐에서 보낸 그 해 여름, 그는 '주역'에 몰두하며 하루를 보냈다.
    “나는 백년묵은 배나무 밑에서 ‘주역’에 나오는 기법을 연습하며 몇 시간 동안 앉아있었다.”

그렇다면 정신적 사건과 물리적 사건간의 관계는 무엇일까? 융은 ‘주역’을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용했었다. 예를 들어 한 청년은 강한 어머니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는데, 자기가 사랑하는 한 소녀와 결혼을 해야할지 확신을 할 수 없다고 융에게 말했다.
    “저는 제 콤플렉스 때문에 또다른 ‘압도적인 어머니’를 가지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주역’에는 이렇게 나와있다네. ‘처녀는 강력하다. 그런 처녀와 결혼해서는 안된다’.”
융은 신성성에 대하여 적대적인 서양인들이 일종의 ‘악의적인 오해’를 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주역연구소를 설립하지 말라는 익명의 편지를 받고 그는 이렇게 경고했다.
    “서구 정신의 끔찍한 편견을 피하기 위해서, 당신은 과학의 미명 하에 묻혀 있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우리는 융의 신비로운 신성성이라는 제 2인격과 과학자이자 이성주의자라는 제 1인격이 모호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대립은 융의 일생에 걸쳐, 그리고 그의 연구 전반에 걸쳐 꾸준히 나타난다. 모든 서양문물 기저에는 이러한 대극들opposites의 길항작용-마음과 물질, 영혼과 신체, 질서와 혼돈, 영원과 죽음 등- 이 있었던 것이다.

출처 : 지유노
글쓴이 : 지유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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