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TIZIANO Vecellio(伊,1490-1576)◈Tarquin and Lucretia(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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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치아노의 '타르퀴니우스와 루크레티아'
티치아노는 스페인의 펠리페 2세의 특별 요청으로 이 작품을 그렸을 때,
그는 여든이 훨씬 넘은 나이였다고 한다.
이 작품은 타르퀴니우스와 루크레티아에 관한 이야기,
즉 권력 남용에서 비롯된 복잡한 이야기다.
섹스투스 타르퀴니우스는 로마의 공화정 이전 군주제의 마지막 왕인
루키우스 타르퀴니우스 수페르부스의 아들이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로마의 여자들을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정숙한 여인이었던
루크레티아에게 접근해서 자기와 잠자리를 갖자고 요구한다.
그녀가 거절하자그는 루크레티아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그림의 뒷부분에서 떨고 있는 불쌍한 노예는,
그들이 함께 자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할 사람이다.
결국 타르퀴니우스는 루크레티아를 겁탈했고,
다음날 아침 그녀는 가족들을 모아놓고 지난밤에 있었던
불명예를 안고는 살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한다.
이 그림에 나타난 모든 것은 한사람이 다른사람을 겁탈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경멸을 표현한다.
두 사람의 눈길이 서로 어긋나고 있는 것을 보라.
루크레티아는 눈물이 가득 찬 두 눈으로 호소하듯이
타르퀴니우스를 쳐다보고 있지만, 그는 전혀 그녀를 보지 않고 있다.
그에게 있어 그녀는 별로 중요한 존재가 아닌
그저 욕망을 채우기 위한 유희의 도구일 뿐이다.
이 그림은 처음에는 야만적인 힘이 깨지기 쉬운 순수함을
완전하게 짓누르는 것처럼 보인다. 티치아노는 모든 면에서 둘을 대조시키고 있다.
펼쳐진 루크레티아의손은 결코 오지 않을 도움을 청하고 있고,
움켜 쥔 타르퀴니우스의 손에는 칼이 들려있다.
그는 탈취하는 자이고 자기에게만 몰입하는 이기적인 자이다.
그는 옷을 입고 있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다.
그는 강하고 억세고 맹렬하고 파괴적인 반면,
부드러운 그녀는 무방비 상태로 방 전체의 어둠과
대조적으로 빛나는 하얀 침구 위에 누워있다.
평행하게 놓여 있는 그들의 다리는 그들이 결코 함께할 수 없다는 점을 상징한다.
자신의 고결함을 지키려는 여자와 그것을 파괴하려는 남자,
그들은 서로 다른길을 걷고 있다.
비록 그림에 대한 첫인상은 선량함을 패배시키는 탐욕스런 힘인 것처럼 보이지만,
티치아노가 진정으로 우리에게 제시하려는 것은 그 반대다.
루크레티아를 겁탈한 잔인함을 통해서 타르퀴니우스가 파괴한 것은
그녀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인 것이다. 그녀가 자살을 한 후
타르퀴니우스는 결국 분개한 로마 시민들의 반란에 의해 도시에서 추방되고 만다.
따라서 결과적으로는 겁탈 당한 것은 루크레티아가 아니라
오히려 타르퀴니우스라고 할수 있다. 그녀의 고결함은 끝까지 지켜진 것이다.
노년의 지혜를 얻었던 티치아노가 이 그림에서 말하려는 바는,
우리가 누군가를 (꼭 물리적으로가 아니더라도) 겁탈할때, 진정한 피해자,
진정으로 파멸되는 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겁탈을 통해 고결함을 잃는 쪽은 바로 우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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